같은 ‘학대 사망’인데… 노인‧장애인, 통계 사각지대에 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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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학대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학대로 인해 사망한 노인과 장애인 수를 별도로 파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이주희 디자이너
노인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학대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학대로 인해 사망한 노인과 장애인 수를 별도로 파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이주희 디자이너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노인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학대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학대가 ‘죽음’으로 이어진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매년 노인‧장애인 학대 발생 현황을 집계하고 있음에도 학대로 인해 사망한 피해자 수는 별도로 파악하지 않고 있어서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매년 발간하는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는 ‘학대 사망’과 관련한 별도 통계 항목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지난 6월 공개된 ‘2025 노인학대 현황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노인학대 유형 △학대피해노인 성별  △학대피해노인 연령대  △학대행위자와의 관계 △학대 발생 장소 △학대 발생 빈도 등 학대 피해와 관련한 전반적인 데이터가 담겨있지만, 학대 피해 노인의 사망 여부나 학대로 인해 사망한 피해자의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경찰청 역시 노인학대 사망 현황을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 여성안전기획과 가정폭력정책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노인복지법’상 ‘노인학대사망’이라는 죄명이 없다 보니 이와 관련해 별도로 관리하고 있는 것은 없다”며 “아동학대의 경우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 살해‧치사라는 죄명이 명확하게 있다. 그렇다보니 노인학대로 인한 사망의 경우 살인죄로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장애인학대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3월 공개된 ‘2024년 장애인학대 현황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장애인학대 신고접수 현황 △신고자 유형 △장애인학대 유형 △피해장애인 및 학대행위자 인구사회학적 특성 △피해장애인 지원 현황 등에 관한 통계는 담겨 있지만, 학대 피해 장애인의 사망 여부나 사망한 피해자의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보건복지부가 매년 발간하는 '아동학대 주요통계'에는 '아동학대 사망분석'을 별도 항목으로 두고 사망 피해아동의 규모와 특성을 분석하고 있다. / 아동학대 주요통계 보고서 갈무리
보건복지부가 매년 발간하는 '아동학대 주요통계'에는 '아동학대 사망분석'을 별도 항목으로 두고 사망 피해아동의 규모와 특성을 분석하고 있다. / 아동학대 주요통계 보고서 갈무리

반면 아동학대 통계에서는 학대로 인한 사망 피해를 별도로 다루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아동학대 사망분석’을 별도 항목으로 두고 사망 피해아동의 규모와 특성을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는 사망 피해아동의 성별과 연령을 비롯해 학대행위자의 성별, 피해아동과 학대행위자의 관계 등에 관한 통계가 담긴다. 

노인‧장애인학대와 아동학대 모두 정부가 매년 발생 현황과 피해자‧가해자 특성 등을 관리하고 있지만, 학대로 인한 사망 현황을 별도로 집계‧분석하는 데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학대 사망 통계는 단순히 사망자 규모를 파악하는 것을 넘어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과 과정을 분석해 또 다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서 중요성을 지닌다. 

세이브더칠드런 고우현 선임매니저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아동학대 사망 통계는 예방할 수 있었던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단순히 통계를 집계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토대로 사망에 이르게 된 구조적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아동 사망 검토 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인학대의 경우 사망사건을 최초로 접하는 기관과 학대 통계를 관리하는 기관이 다르다는 점도 사망 사례를 취합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았다.

홍송이 동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대로 사망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112로 신고돼 경찰이 먼저 출동하게 된다. 그렇다보니 노인학대의 경우 노인보호전문기관에 관련 사례가 포착될 가능성이 낮다”며 “노인학대 현황보고서는 보건복지부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발행하지만, 사실상 노인학대 사망과 관련한 데이터는 경찰청에서 만들어야 하는 영역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대 사망 통계를 낸다는 것은 노인학대를 중요한 범죄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아직까지 노인학대를 가정사로 여기면서 주변에서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아동학대처럼 사회적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경각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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