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은주 기자 글로벌 석유화학 업계가 수요 둔화와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금호석유화학그룹이 연구개발(R&D)을 통한 사업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친환경 소재 개발과 생산 공정 혁신을 추진해 수익성을 높이는 한편, 차세대 배터리 소재 등 신규 사업 기회도 모색한다는 전략이다.
범용 제품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고객사의 요구와 환경 규제에 부합하는 소재 솔루션을 확보하는 데 R&D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을 비롯해 금호피앤비화학, 금호미쓰이화학, 금호폴리켐 등 주요 계열사가 각 사업 분야에서 제품 고도화와 친환경 기술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 금호석유화학, 고기능성 합성고무·재활용 소재 확대
금호석유화학은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고기능성 합성고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SSBR(Solution Styrene Butadiene Rubber)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SSBR은 타이어의 내구성과 연비, 마모 성능을 개선하는 합성고무로, 차량 중량이 상대적으로 무겁고 순간적인 가속·감속이 잦은 전기차용 타이어에 활용되는 핵심 소재다.
회사는 지난해 3만5000t 규모의 SSBR 증설을 완료하고 상업 가동에 돌입했다.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고기능성 합성고무 시장의 수요 변화에 대응하고 관련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탄소 저감과 자원순환 분야에서도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연간 약 7만6000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설비를 구축해 온실가스 감축 기반을 마련했다. 포집한 탄소의 활용 가능성을 확대할 경우 환경 대응과 사업 기회 발굴을 연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폐가전에서 회수한 재활용 ABS를 자동차 내장재용 고사양 소재로 전환하는 기술도 확보했다. 해당 소재는 내열성·충격강도·휘발성유기화합물(VOC) 등 자동차용 소재에 요구되는 기준을 충족하면서 탄소배출량을 약 16%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재활용 소재의 적용 범위를 고부가 제품으로 넓혀 자원순환과 소재 경쟁력을 함께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차세대 배터리 소재 분야로의 사업 확장도 추진한다. 금호석유화학은 포스코퓨처엠, 비이아이(BEI)와 함께 차세대 무음극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기존 석유화학 소재 사업에서 축적한 기술 역량을 미래 모빌리티 분야로 확장해 신규 성장 기회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 금호피앤비화학, 친환경 에폭시로 제품 포트폴리오 고도화
금호피앤비화학은 에폭시 수지를 중심으로 친환경·고부가 소재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수용성 친환경 에폭시 제품의 개발과 상용화를 통해 VOC 배출을 줄이고, 강화되는 글로벌 환경 규제에 대응하는 한편 작업 환경 개선 수요에도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바이오 기반 원료를 적용한 저탄소 에폭시 기술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석유 기반 원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기술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관련 설비 투자와 인증 확보를 병행하고 있다.
에폭시 수지는 건설·조선·전기전자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는 만큼 친환경 소재에 대한 수요 변화가 사업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호피앤비화학은 친환경 제품군을 확대해 범용 소재 중심의 사업 구조를 보완하고,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익 기반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 금호폴리켐, EPDM 고부가화·친환경 공정 혁신
금호폴리켐은 특수 합성고무인 EPDM(Ethylene Propylene Diene Monomer)을 중심으로 생산 경쟁력과 기술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 연산 7만t 규모의 5라인 증설을 통해 전체 생산능력을 연산 31만t으로 확대했다.
이번 증설에는 초저온 중합 기술이 적용됐다. 반응 조건을 정밀하게 제어해 생산성을 높이고 제품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술이다. 회사는 저압 냉동기와 폐열 회수 설비를 도입하는 등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공정 개선도 병행했다. 이를 통해 생산 과정의 전력 소비와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제품 포트폴리오 고도화도 추진한다. 기존 자동차 부품·호스·전선 등 주요 적용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전기차 및 친환경 모빌리티용 소재, 경량화 소재, 주행 소음 개선 소재, 열전도·절연성 소재 등으로 개발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친환경 공정 기술의 실증 평가와 현장 적용도 추진한다. 생산 효율과 환경 대응 역량을 함께 높이고 고부가 특수 소재의 비중을 확대해 범용 제품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 기술 경쟁력으로 업황 의존도 낮춘다
금호석유화학그룹은 기존 주력 사업의 기술 고도화와 신규 소재 개발을 병행하며 사업 구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SSBR·MDI·EPDM 등 주요 제품의 생산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재활용 소재와 저탄소 에폭시, 바이오 기반 폴리우레탄, 차세대 배터리 소재 등으로 R&D 영역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석유화학 업황의 회복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제품 차별화와 원가·에너지 효율 개선, 친환경 규제 대응 역량은 기업의 중장기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꼽힌다. 금호석유화학그룹은 연구개발을 통해 기존 사업의 수익 기반을 강화하고 고부가·친환경 소재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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