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중국산 자동차가 최근 많은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내년과 내후년에는 중국 자동차 기업이 추가로 한국에 론칭을 할 예정으로 알려졌는데, ‘저가 공세’로 한국 시장에서 파이를 확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먼저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중국산 자동차는 테슬라 모델Y다. 테슬라코리아는 올해 1∼9월 기간 8만9,148대의 신차를 판매했는데, 이 가운데 중국에서 생산돼 수입 판매되는 모델Y가 7만3,123대로 집계됐다. 테슬라 모델Y의 국내 판매가격은 기본형인 모델Y 프리미엄 RWD(후륜구동)가 4,999만원부터 시작이다. 테슬라 모델3도 중국 생산 모델이 수입 판매되고 있는데, 9월말 기준 올해만 약 1만1,900대가 팔렸다. 모델3 국내 가격도 4,699만원부터 시작이다. 테슬라 전기차를 5,000만원 미만에 구매 가능하다는 점은 소비자들의 이목을 끄는 요소다.
여기에 중국 자동차 기업인 BYD도 국내에서 적지 않은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9월말 기준 올해 BYD코리아의 판매 실적은 2만대를 넘어섰다. 한국에 직접 진출해 판매 중인 수입차 브랜드 중 판매량 4위다. 지난해 한국 시장에 진출한 BYD가 2년차에 주요 수입차 브랜드을 앞지르고 업계 4위에 오른 점은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중국산 자동차인 BYD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 역시 ‘저렴한 가격’으로 평가된다. BYD가 국내에서 판매 중인 차량의 가격을 살펴보면 전기차 4종이 △돌핀 2,450만∼2,920만원 △아토3 3,490만원 △씰 3,990만∼4,690만원 △씨라이언7 4,490만∼5,390만원 수준으로, 타 브랜드 동급 전기차 대비 상당히 저렴한 수준이다. 올해 출시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중형 SUV 모델인 씨라이언6 DM-i도 4,490만∼5,390만원로 ‘가성비’를 논할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하다.
올해 중국산 테슬라와 BYD 판매대수가 10만대를 넘어섰는데, 이는 ‘저가 공세’가 성공적으로 작용한 모습이다.
테슬라·BYD 외 다른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한국 자동차 기업과 협력해 엠블럼을 바꿔 달고 간접적으로 한국 시장에 신차를 출시하고 있다. 또한 BYD 외에 적지 않은 중국차 기업이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자동차 중 한국 시장에 간접 진출한 브랜드는 지리자동차와 체리자동차, 상하이자동차 등이 대표적이다. 지리차는 르노코리아와, 체리차는 KGM, 상하이자동차는 GM한국사업장과 협력해 한국 시장에 자사 차량을 간접적으로 선보였거나 출시 예정이다.
가장 최근 출시된 중국산 차량은 GM한국사업장에서 선보인 뷰익 엘렉트라 E7이다. 뷰익 신차 엘렉트라 E7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로, PHEV처럼 연료와 전기를 모두 사용하는 차량이다. 이 모델은 상하이자동차와 GM(제너럴모터스) 합작법인 상하이지엠(SGM)에서 생산하며 국내 출시 가격은 4,000만원대부터로 알려졌다. 미국 브랜드를 달았지만 중국산이라는 점에서 저렴한 가격에 출시가 가능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르노코리아가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는 지리자동차 싱유에L을 베이스로 하는데, 국내 판매가는 하이브리드(HEV) 모델이 3,900만원대부터, 가솔린 터보 모델은 3,500만원대부터 시작이다. 중형 SUV 체급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가격으로 평가된다. 이밖에도 KGM은 체리자동차와 협력해 국내 시장에 신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국산 자동차 기업인 르노코리아와 KGM, GM한국사업장이 중국 기업과 손을 잡은 이유는 신차 개발·출시 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값에 차량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뿐만 아니라 중국 지리자동차 산하 브랜드인 지커가 이번달부터 본격적으로 신차 출고를 개시했고, 이어 샤오펑과 샤오미, 리오토 등 중국 자동차 기업이 차례로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커는 지난해 국내 판매망 구축을 위해 딜러사와 접촉하고 전시장과 서비스센터 구축을 개시했다. 지난 5월에는 지커의 첫 번째 전기차 모델 7X 국내 인증을 마쳤고, 지난달에는 전시 차량 및 시승 차량 출고를 개시했다. 이번달부터 본격적으로 고객 계약 건에 대한 신차 출고를 개시하는데, 첫 달 실적에 관심이 쏠린다.
샤오펑은 지난해에 한국법인 엑스펑모터스코리아를 설립했고, 최근 국내 판매 조직을 구축하기 위해 딜러사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샤오펑의 국내 브랜드 론칭 및 신차 출시 시점은 내년이다.
내후년에는 샤오미도 한국에 진출할 계획이며, 중국 자동차 브랜드인 리오토에서도 지난해 연말 한국 진출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중장기적으로는 장안자동차와 지리자동차 산하 링크앤코 브랜드 등 또 다른 중국차 기업들도 한국에 직접 진출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한국에 앞다퉈 진출하려는 이유는 유럽이나 미국 대비 관세가 저렴해 ‘저가 공세’로 시장에서 파이를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결과로 분석된다.
미국과 유럽은 중국차에 대해 기본 관세 외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은 무역법 제301조와 제232조 등을 근거로 중국산 전기차에 2.5%의 기본 관세 외 최대 1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등 중국 자동차의 미국 시장 진입을 막는 정책을 펴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최고 45.3%(기본 10% 및 추가 상계관세 최대 35.3%)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반면 한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8%의 낮은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또한 한국에서 생산하는 모델을 미국·유럽 등 해외로 수출하는 경우에는 추가 관세 부과를 피할 수 있어 우회 수출 기지로도 제격이다. 이러한 점에서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미국·유럽에 이어 다음 스텝으로 한국 시장을 점찍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중국산 차량들이 차량 정비 등 서비스 부분에서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점은 부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된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코리아의 공식 서비스센터는 협력센터를 포함하더라도 37곳이다. 이 중 사고수리가 가능한 테슬라 직영센터는 전국에서 2곳에 불과하고 테슬라 공인 외주 정비업체를 포함해도 사고수리 거점은 총 14곳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는 올해 판매량만 9월말 기준 9만대에 육박하며, 2024년과 지난해 연간 판매량(2만9,750대, 5만9,916대)까지 포함하면 최근 3년간 판매된 신차 대수가 약 18만대에 달한다. 판매량을 고려하면 서비스센터는 부족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또한 테슬라 직영 서비스센터(동탄·용인)의 평균 상근인력은 17명으로 알려졌는데, 현대자동차 직영 센터 평균 상근인력 115명 대비 약 7분의 1 수준으로 정비 인력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BYD코리아 역시 서비스센터가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BYD의 전국 서비스망 20곳(지난 7일 1곳 추가 오픈으로 현재 21곳)은 모두 협력 거점이다. 판금·도장 등 사고·수리가 가능한 곳은 수도권 4곳과 부산 1곳 등 5곳이다. 나머지는 일반 점검과 경정비만 가능하다.
9월말 기준 BYD코리아는 2만대 이상 신차를 판매했으며, 지난해 판매대수 6,107대까지 포함하면 국내에서 도로를 달리는 BYD 차량은 2만6,000대 이상이다. 판매 차량 대비 서비스센터가 적은 점은 소비자불편으로 이어진다. BYD 차량의 평균 수리기간은 9.8일로 알려졌는데, 국산 전기차 5.3일, 수입 전기차 8.2일보다 길다. 대체 차량의 평균 대여 기간도 9.4일로 국산 전기차 5.4일, 수입 전기차 8.0일을 웃돌았다. 이 때문인지 올 상반기 BYD 승용차 4종의 평균 대물배상 손해율은 168%로, 국산·수입 전기차 평균 110%, 103% 대비 높은 수준이다.
테슬라나 BYD 등 중국산 신차 가격이 저렴한 것은 초기 비용이 저렴한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차량을 이용하는 과정에 정비·수리·리콜 등 서비스 부분에서 불편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소비자들은 차량 구매 시 여러 부분을 복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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