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사익편취. 회사의 자금이나 정보를 이용해 자신 또는 특정인의 이익을 챙기는 행위를 뜻한다. 영풍·MBK파트너스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비상장 드라마 제작사 아크미디어 투자가 이 같은 사익편취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고려아연이 출자한 펀드가 아크미디어에 투자금을 집행하기 전 최 회장과 지인들이 아크미디어에 개인적으로 투자했다는 게 주장의 근거다. 영풍·MBK는 이 과정에서 회사의 투자 계획이 개인의 투자 기회로, 회사 자금이 개인 이익을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쓰인 것 아니냐고 문제 삼고 있다.
◇ 펀드 투자에 앞선 개인 투자… ‘길목 지키기’ 의혹
영풍·MBK가 12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020년 5월 12일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코리아그로쓰제1호’ 펀드에 236억5,900만원을 납입했다. 영풍·MBK는 아크미디어 투자에 필요한 250억원의 약 94.64%를 고려아연이 부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7일 뒤인 5월 29일 당시 고려아연 대표이사였던 최윤범 회장은 개인 명의로 아크미디어 전환사채(CB) 17억원어치를 인수했다는 것이 영풍·MBK의 설명이다. CB는 일정 조건에 따라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이다.
영풍·MBK는 같은 해 6월 5일 최 회장의 지인 등 7명이 아크미디어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당 5,000원에 신주를 배정받았다고 밝혔다. 최 회장의 중학교 동창이자 해당 펀드 운용사 대표인 지창배 씨가 같은 날 아크미디어 사내이사로 취임했다고도 설명했다.
이후 7월 10일 코리아그로쓰제1호가 아크미디어 제2회 CB 250억원어치를 인수했다고 영풍·MBK는 밝혔다. 고려아연이 펀드에 자금을 납입한 지 59일 만이다. 그 사이 최 회장은 개인적으로 CB를 인수하고 지인들은 주식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영풍·MBK가 이를 ‘길목 지키기’로 의심하는 이유다. 큰돈이 들어올 곳을 미리 알고 먼저 투자하면 후속 자금으로 기업이 성장할 때 개인도 투자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영풍·MBK 관계자는 설립 한 달 된 신생 제작사에 최 회장과 지인들이 잇따라 투자한 경위를 문제 삼으며, 펀드의 후속 투자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어 회사 자금을 개인 투자이익의 지렛대로 삼은 특혜성 배임 거래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 회사 자금으로 개인 이익을… ‘터널링’ 의혹의 연결고리
‘길목 지키기’가 투자에 들어가는 과정의 의혹이라면, ‘터널링’은 회사 자금과 개인 이익 사이의 관계를 따지는 문제다. 터널링은 회사의 자금이나 자산, 이익을 지배주주 등 특정인에게 유리하게 이전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이번 거래에서 영풍·MBK가 주장하는 연결고리는 펀드의 후속 투자다. 개인들이 먼저 투자한 기업에 고려아연이 자금을 댄 펀드의 돈이 들어가 사업 확대와 기업가치 상승을 뒷받침하면 개인 투자자도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들은 회사 자금이 개인 투자이익을 위한 지렛대로 이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관건은 후속 투자 이후 개인과 펀드가 각각 어떤 이익을 얻고 위험을 부담했느냐다. 개인 투자자들이 어떤 조건으로 CB와 주식을 취득했고, 펀드의 250억원은 어디에 쓰였으며, 이후 개인과 펀드가 각각 얼마를 회수했는지를 비교해야 한다. 회사가 댄 돈이 개인의 수익이나 투자금 회수를 뒷받침했는지가 ‘터널링’ 의혹을 판단할 핵심이다. 영풍·MBK가 제시한 일지는 투자 순서를 보여주지만, 자금 사용처와 회수 내역까지 담고 있지는 않다.
고려아연은 12일 입장문을 통해 펀드의 구체적인 투자 계획과 집행은 운용사(GP)가 투자심의와 실사 등을 거쳐 결정하는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특정 개인의 이익을 위해 회사 자금을 의도적으로 대기시켰다는 주장은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정이며, 기존 의혹에 새로운 사실이나 구체적인 입증이 추가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으로 회사와 경영진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는 법적 조치를 포함해 대응하겠다고도 밝혔다.
결국 쟁점은 최 회장이 펀드의 투자 계획을 알고 개인 투자에 나섰는지, 이후 회사가 출자한 자금이 개인의 이익을 뒷받침했는지다. 영풍·MBK는 ‘59일’ 동안 이어진 거래를 근거로 의혹을 제기했다. 이를 판단하려면 거래 날짜를 넘어 당시 투자 결정과 보고 과정, 개인과 펀드의 투자 조건 및 회수 내역을 들여다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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