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소은 기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경찰의 잇따른 부실수사와 장기화된 청장 대행 체제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와 함께 한동훈 무소속 의원 딸을 둘러싼 수사 무마 의혹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1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행안위 국정감사에서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우리 형사사법 체계는 78년 만에 대전환을 맞이했다”며 “경찰에게는 국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더 큰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막중한 소임이 주어졌다”고 말했다.
이번 경찰청 국감은 지난 2일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이 출범하면서 경찰의 역할과 책임이 한층 커진 가운데 열렸다. 하지만 △광주 장윤기 수사 축소 사건 △제주 실종자 임의 종결 사건 △강남경찰서 수사 정보 유출 사건 등 경찰 수사를 둘러싼 논란이 잇따르자 부실수사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특히 ‘안산 10대 아르바이트생 성폭행 사건’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안산단원경찰서는 아르바이트생 A씨가 고소장을 제출한 지 2개월 만에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사건을 불송치 처분했다. 이후 억울함을 호소하던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김 대행은 사건 처리 과정에서 휴대전화에 대한 강제수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피해자 진술도 한 차례만 진행됐다는 점 등에 아쉬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해당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수사 절차 전반을 섬세하게 보완하고 유사 사안이 재발하지 않도록 잘 챙기겠다”고 밝혔다.
◇ ‘대행 체제’ 속 수사 역량 우려
이날 국감에서는 경찰청이 2년 연속 청장 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상황에 대한 여야의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경찰청 외에도 법무부 장관·공소청장·중수청장 등 형사사법 기관장 모두 공석인 상태다. 다만 오는 14일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행안위 야당 간사인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대행 체제로 국가조직을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말이 안 되는 상황이고 사상 초유의 사태”라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이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을 요구했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진 행안위원장 역시 경찰청장 없이 2회 연속 국감을 치르는 상황에 유감을 표했다.
경찰의 수사 역량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경찰청 전체 수사관의 평균 수사 경력은 8년이지만 3년 이하 수사관이 전체의 32%를 차지한다. 사건이 가장 많은 서울경찰청은 △1년 미만 수사관 20.6% △1~3년 수사관 14.4% 등 3년 이하 수사관 비율이 총 35%에 달한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경찰 송치 사건의 절반가량만 보완수사가 이뤄졌고, 검경수사권 조정 후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가 4년 만에 27% 증가했다는 점을 짚으며 경찰의 부실수사를 지적했다.
◇ 다시 불붙은 ‘한동훈 딸’ 재수사
한 의원의 딸을 둘러싼 수사 무마 의혹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서울중앙지검이 2022년 경찰이 요청한 한 의원 딸 관련 국제형사사법 공조 요청을 자체적으로 불송부 처리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한 의원의 딸이 타인이 만든 수학 문제로 전자책을 제작해 미국 아마존에서 0.99달러에 판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경찰은 이듬해 미국에 공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11일 만에 불송부를 통보했고, 경찰도 2023년 혐의없음 및 공소권 없음 등을 이유로 불송치했다. 당시 한 의원이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했던 만큼 검찰의 불송부 결정에 수사 무마 압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경찰이 1년 8개월 동안 한 의원 딸의 허위 스펙 의혹을 수사하면서 고발인 2명을 총 6차례 조사했지만, 피고발인은 서면으로 한 차례 조사하고 압수수색 영장은 한 차례도 신청하지 않았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김혜경 여사 사건에서 6개월간 131차례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서슬 퍼런 법무부 장관 사건이라고 방치했던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국제형사사법공조 요청이 검찰에서 반려된 뒤 경찰이 추가 요청이나 이의 제기를 전혀 하지 않은 점도 꼬집었다. 당시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참고인 조사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참고인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짚으며 경찰청 차원의 감찰을 촉구했다.
김 대행은 “(수사가) 법과 원칙에 따라 절차대로 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새로운 사실관계가 드러날 경우 전면 재수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고발인들이 다시 고발하면 전면 재수사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은 조국 혁신당 정책연구원장의 자녀 수사와 비교하며 수사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조 원장 자녀 수사의 경우 압수수색이 90차례 이뤄지고 소환조사도 진행됐지만 한 의원 딸 수사에서는 압수수색과 소환조사 모두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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