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당 제품 하나로는 부족해…식품업계, 건강 브랜드 경쟁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식품업계가 건강을 앞세운 독자 브랜드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저당·저칼로리·고단백 등 건강 요소를 강조한 제품을 별도 브랜드로 묶고 라인업을 확대하는 추세다. 소비자가 익숙한 맛을 유지하면서도 당류와 열량, 영양성분까지 고려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넓히는 모습이다.

◆해태제과, 2년 연구 끝에 '로슈' 론칭

해태제과(101530)도 첫 저당 브랜드를 선보이며 경쟁에 합류했다. 기존 제품의 당 함량만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과자와 디저트를 아우르는 독립 브랜드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다른 식품기업 역시 소스와 음료, 간편식, 베이커리 등으로 건강 지향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1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이날 해태제과가 첫 저당 브랜드 '로슈(Roshu)'를 론칭했다. 로슈는 '로우 슈거(Low Sugar)'를 줄인 이름이다. 단순히 당을 낮추는 것을 넘어 식이섬유 등 영양성분까지 고려한 제품을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해태제과는 브랜드 출범을 위해 약 2년간 연구를 진행했다. 설탕을 대체할 감미료를 활용하면서도 과자 특유의 달콤한 맛과 식감을 유지하는 데 집중했다. 첫 제품은 '저당 미니 웨하스'다. 다크초코와 황치즈 2종으로 출시했다. 기존 미니 웨하스보다 당 함량을 약 90% 낮춘 것이 특징이다.

한 봉지 기준 당 함량은 다크초코 2g, 황치즈 4g이다. 식이섬유는 각각 4.5g과 3g을 담았다. 최근 식이섬유 섭취를 적극적으로 늘리는 '파이버맥싱(Fibermaxxing)' 트렌드도 반영했다.


맛을 유지하기 위한 원료 구성에도 신경 썼다. 다크초코에는 독일산 코코아 파우더를 활용했다. 황치즈 제품은 덴마크산 우유로 만든 체다치즈분말을 사용했다. 두 제품 모두 기존 제품보다 크림 함량을 약 5% 늘려 풍미를 강화했다. 해태제과는 향후 과자와 디저트 전반으로 로슈 제품군을 확장할 방침이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로슈는 일상 속 건강한 즐거움을 누리고 싶은 고객들이 믿고 선택하는 국내 대표 저당 과자 브랜드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태제과의 이번 행보는 건강 지향 제품을 별도의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저당 제품을 하나의 신제품이 아닌 지속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사업군으로 설정한 것이다.

◆CJ·오뚜기, 간식부터 한 끼 식사까지…건강 브랜드 확대

기존 웰니스 브랜드를 운영하던 식품기업들도 제품군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단백질 보충이나 식단관리 등 특정 목적에 맞춰 출발한 브랜드를 일상적인 식사와 간식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확장하는 방식이다.

CJ제일제당(097950)은 영양 밸런스 브랜드 '밸런스밀'과 식물성 웰니스 브랜드 '얼티브'를 중심으로 건강 지향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밸런스밀은 지난달 저당 도시락 3종을 출시했다. 닭가슴살과 통곡물밥을 함께 담은 제품이다. 숯불치킨·버터커리·크레이지핫 등 세 가지 맛으로 구성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1월 밸런스밀을 전면 리뉴얼했다. 기존 영양 보충 중심에서 일상적인 식단관리 브랜드로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다. 프로틴 쉐이크에 이어 고단백·저당 프로틴 바와 고단백 치아바타를 선보였다. 이번 저당 도시락 출시로 간식부터 한 끼 식사까지 제품군을 확대했다.

2022년 론칭한 식물성 웰니스 브랜드 얼티브도 지난 7월 새단장했다. 기존 프로틴 음료의 맛과 향을 개선하고 저당두유 2종을 추가했다.

오뚜기(007310)는 '라이트앤조이'와 '가뿐한끼' 두 브랜드를 활용해 건강 간편식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선보인 라이트앤조이는 기존 제품보다 당류와 열량, 지방 등을 낮춘 제품을 아우르는 브랜드다. 기존 하프마요네스와 하프케챂, 저당 허니머스타드, 저칼로리 드레싱 등을 브랜드 아래 묶었다. 이후 간편식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지난 2일에는 '라이트앤조이 저당죽' 2종을 출시했다. 단호박죽과 통단팥죽으로 구성했다. 1개당 열량은 단호박죽 120kcal, 통단팥죽 190kcal다.

식단관리 브랜드 가뿐한끼 역시 저당 제품을 강화하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 8월 기존 인기 제품 3종을 저당 제품으로 리뉴얼했다. '저당 곤누들 메밀소바맛'도 새롭게 선보였다.

저당 곤누들 비빔국수는 1개당 80kcal, 메밀소바맛은 45kcal다. 닭가슴살 카레와 짜장에도 저당 설계를 적용했다. 기존 식단관리 제품에서 당류를 낮춘 제품으로 선택지를 넓힌 것이다.

◆샐러드·소스 넘어 빵까지…제품군 넓히고 해외로

삼립(005610)의 웰니스 브랜드 '피그인더가든'도 저당 소스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날 저당 치폴레 소스와 저당 갈릭 디핑 소스 등 신제품 2종을 출시했다.

피그인더가든은 샐러드와 닭가슴살, 건강 수프 등을 판매하는 웰니스 브랜드다. 올해 3월에는 저당 소스 및 드레싱 시리즈를 출시했다. 해당 제품군은 출시 7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30만개를 돌파했다.


이번 신제품은 알룰로스와 스테비아 추출물을 활용했다. 당류 부담을 줄이면서도 소스 본연의 맛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저당 치폴레 소스는 매콤한 맛을, 갈릭 디핑 소스는 부드러운 마늘 풍미를 살렸다.

동원홈푸드 역시 저당·저칼로리 전문 브랜드 '비비드키친'을 강화하고 있다. 비비드키친은 2020년 저칼로리 소스를 시작으로 성장한 브랜드다. 현재 저당·저칼로리 소스를 중심으로 55종에 이르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저당 딜라이트 마요 시리즈' 5종을 출시했다. 트러플마요·아이올리소스·메이플갈릭 토스트소스·버거소스·불마요 등으로 구성했다. 비비드키친은 소스 외에도 저당 간편식과 조리양념, 잼·시럽, 음료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건강 베이커리 시장에서도 독자 브랜드 육성이 이어지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지난해 2월 건강 베이커리 브랜드 '파란라벨'을 론칭했다. 독자적인 발효 기술과 건강 원료, 영양 설계를 적용한 제품을 선보이는 브랜드다.

파란라벨은 건강빵을 시작으로 케이크와 샌드위치, 디저트, 음료까지 제품군을 넓혔다. 최근에는 메밀·쌀·호밀 등을 활용한 건강빵 신제품 5종을 출시했다.


브랜드의 성장세도 나타나고 있다. 파란라벨은 지난해 출범 이후 국내 누적 판매량 3400만개를 넘어섰다. 해외 시장으로도 영역을 확대했다. 파리바게뜨는 지난 2월 싱가포르 파라곤점에서 파란라벨을 처음 선보였다. 이후 현지 28개 전 매장으로 판매를 확대했다.

싱가포르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빵류 5종과 샌드위치 2종이다. 파리바게뜨는 전 매장 확대 이후 식빵 카테고리의 30일 평균 매출은 확대 전인 5~7월 평균보다 57% 증가했다고 밝혔다. 샌드위치·샐러드 카테고리도 10% 성장했다. 파리바게뜨는 앞으로 미국 등 다른 진출국으로 파란라벨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건강한 제품' 넘어 '건강 브랜드'로…경쟁의 무게중심 이동

식품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건강 지향 제품의 사업화 방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에는 저당이나 고단백을 강조한 개별 신제품 출시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별도 브랜드를 앞세워 다양한 제품군을 개발하는 방식이 두드러진다.

기업별 접근 방식도 다양하다. 해태제과는 저당 과자를 중심으로 신규 브랜드를 구축했다. CJ제일제당은 기존 영양·식물성 브랜드를 재정비해 제품 범위를 확대했다. 오뚜기와 동원홈푸드는 기존 식품의 당류와 열량을 낮추는 방식으로 선택지를 늘리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건강 베이커리를 독립 브랜드로 육성한 뒤 해외 시장까지 진출했다. 삼립은 기존 웰니스 브랜드의 제품군에 저당 소스를 더했다.

공통점은 건강 요소를 강조하면서도 기존 제품의 맛과 편의성을 유지하려 한다는 점이다. 당이나 열량을 낮췄다는 사실만으로 소비자를 확보하기보다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독립 브랜드를 활용하면 새로운 제품군을 추가할 때도 기존의 브랜드 정체성을 이어갈 수 있다. 저당 과자로 시작해 디저트로 확장하거나 단백질 음료에서 도시락으로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다만 웰니스 브랜드라는 이름만으로 제품의 영양학적 가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저당·저칼로리·고단백 등 제품마다 강조하는 영양 요소가 다른 만큼 실제 영양성분과 섭취 목적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식품기업들의 웰니스 브랜드 경쟁은 단순히 당과 열량을 줄이는 단계를 넘어섰다. 맛과 영양, 편의성을 함께 갖춘 제품을 얼마나 다양하게 선보이고 소비자의 일상적인 선택으로 연결하느냐가 브랜드 성장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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