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 독립성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은은 주택가격 상승 기대와 가계대출 증가세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주요국 장기금리 상승과 인공지능(AI) 투자 불확실성이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 총재는 12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한은의 견제 역할을 주문받자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전혀 흔들림 없이 잘하겠다”고 말했다. 재정정책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한편, 금리 상승에 따른 취약차주의 부담을 고려한 정책 공조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 “주택시장·가계대출 불확실성 커”…집값 상승 기대 경계
한은은 이날 국정감사 업무 현황 자료에서 “단기적으로 주택시장과 가계대출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다”며 “주택가격 상승 기대와 가계대출 증가세를 자극하지 않도록 일관된 정책 기조를 유지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8월 이후 강남 3구에서 하락세를 보였지만 외곽 지역에서는 높은 상승세가 이어졌고, 경기 남부 지역은 상승 폭이 크게 확대됐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금융권 가계대출도 주택시장 상황의 영향으로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견조한 증가세를 지속했다고 분석했다.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대출 확대로 이어질 경우 금융불균형이 누적될 수 있는 만큼, 한은은 주택시장과 가계대출 흐름을 계속 살펴야 한다는 입장이다.
◇ “금융시장 여건 긴축 가능성”…미·일 금리·AI 투자 변수
한은은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의 10년물 장기 국채금리 상승이 국내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국내외 장기금리의 동조화로 국내 시장금리가 추가 상승 압력을 받고, 가계와 기업의 조달금리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주요국 장기금리 상승이 “향후 국내 금융시장 여건을 긴축시키고, 주요 가격 변수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질 경우 AI 투자 둔화 우려와 관련 기업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맞물려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성장 전망은 비교적 양호하게 평가했다. 한은은 반도체 경기 확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소득 여건 개선이 소비 등 내수 전반으로 파급되면서 양호한 성장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일부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소득 개선 정도가 부문별로 다른 만큼 금리 상승 과정에서 취약부문의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반도체 경기도 상당 기간 확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불확실성을 함께 짚었다. 빅테크 기업의 투자 규모가 불확실하고, 중장기적으로 설비투자(CAPEX) 확대 등을 통해 공급 능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 신현송 “통화정책 독립성 흔들림 없이”…재정 지속가능성 강조
신 총재는 통화정책 독립성뿐 아니라 재정정책의 지속가능성도 강조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의 질의에 “재정정책은 지속가능성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답하며,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조화롭게 운용되도록 한은의 의견을 계속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금리 상승에 따른 취약차주의 부담도 언급했다. 신 총재는 금리가 오르면 취약차주가 가장 어려움을 겪는다며, 통화정책과 조화로운 재정정책을 통한 보조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와도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환시장과 관련해 한은은 원화가 7월 이후 미국 달러화 등 주요국 통화보다 큰 폭의 강세를 보이며 상반기 약세 흐름을 되돌렸다고 평가했다. 대외차입 여건과 외화유동성도 양호한 수준으로 진단했다.
다만 중동 사태 장기화와 미국 국채금리 상승,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주요국 통화정책 경로의 불확실성은 향후 외환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꼽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통화정책 효과 약화와 금융안정 영향, 자본·외환 규제 우회 위험 등 거시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신 총재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경고가 충분하지 못했다며 이날 사과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ETF 도입 과정에서 한은이 적절한 역할을 했는지 묻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관련해 충분히 경고하지 못했다. 국민께 송구하다”고 답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