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카카오뱅크가 국내 거주 외국인 220만명을 겨냥한 금융 서비스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영업점 방문 없이 5분 만에 계좌를 개설하고 체크카드 발급부터 해외송금까지 하나의 앱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카카오뱅크는 12일 서울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에서 ‘외국인 서비스 프레스톡’을 열고 외국인통장과 체크카드, 해외송금 등을 포함한 종합 금융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번 서비스의 핵심은 외국인 전용 앱을 별도로 구축하지 않고 기존 카카오뱅크 앱에서 내국인과 동일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계좌 개설과 결제, 송금, 인공지능(AI) 서비스 등 50여종의 기능을 외국인 고객도 이용할 수 있다.
배정호 카카오뱅크 외국인고객캠프장은 “보통 은행들은 외국인 전용 앱을 따로 만들지만 그렇게 되면 한국인과 외국인의 금융 서비스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채널을 분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출시와 동시에 50개가 넘는 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외국인도 5분 만에 계좌 개설…카드·송금까지 한 번에
카카오뱅크가 외국인 금융시장에 뛰어든 배경에는 국내 체류 외국인 증가에 따른 금융 수요 확대가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거주 외국인은 약 220만명으로, 연평균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 등 장기 체류 인구가 늘면서 계좌 개설과 급여 수령, 해외송금 등 일상적인 금융 서비스 수요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외국인은 계좌 개설 과정에서 고객확인(KYC)과 해외납세의무 확인 등을 위해 영업점을 방문하거나 추가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언어 장벽과 비대면 본인인증의 어려움도 금융 서비스 이용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혔다.
카카오뱅크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외국인 전용 비대면 실명확인 절차를 구축했다. 외국인등록증 등 인정되는 신분증과 본인 명의 휴대전화를 보유하고 추가 심사가 필요하지 않다면 약 5분 만에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공공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이름과 국적, 주소 등 고객정보 입력 절차를 간소화하고 외국인 전용 안면인증 시스템도 도입했다. 재직증명서와 급여명세서 등 필요한 서류도 앱에서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수수료 혜택도 내국인과 동일하게 적용한다. 이체 및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를 조건 없이 면제하고 모임통장과 세이프박스 이용도 지원한다.
외국인 고객도 프렌즈 체크카드를 발급받아 평일 0.2%, 주말·공휴일 0.4%의 기본 캐시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오는 12월에는 해외 결제가 가능한 체크카드도 선보일 예정이다.
해외송금 서비스는 핀테크 기업 한패스와 제휴해 약 200개국, 50여개 통화를 지원한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로 송금할 때는 수수료를 면제하며 해외송금 수취수수료도 조건 없이 무료로 제공한다.
언어 장벽을 낮추기 위해 AI 번역 기술도 적용했다. 앱 화면뿐 아니라 알림과 채팅 상담 등에도 자동 번역 기능을 도입해 영어와 중국어, 베트남어를 지원한다. 내년에는 지원 언어를 7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 고객 확보·수익 목표 미정…직접 대출도 장기 과제

카카오뱅크는 외국인 금융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내년에는 예적금과 오픈뱅킹, 대출비교 서비스를 추가하고 중장기적으로 외화통장과 해외송금 서비스를 연계할 계획이다. 미성년 외국인과 방한 외국인, 재외국민으로 서비스 대상을 넓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서비스 확대가 실제 고객 유입과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카카오뱅크는 이날 외국인 고객 확보 목표와 예상 수익, 손익분기점 등 구체적인 사업 지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배 캠프장은 “수익적인 비즈니스 관점보다는 외국인들의 불편과 불안을 덜어주기 위한 포용적인 관점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며 “외국인들이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면 일간활성이용자수(DAU)나 수신잔액 등도 따라올 것으로 생각하지만 구체적인 숫자는 정해두지 않았다”고 답했다.
수익원 확대에 필요한 외국인 대상 직접 대출도 당분간 도입이 어려울 전망이다. 내년 대출비교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지만 카카오뱅크가 직접 취급하는 외국인 신용대출은 아직 본격적인 검토 단계에 들어가지 않았다.
배 캠프장은 “외국인은 한국인과 다른 신용평가 모델이 필요하고 자체 대출을 제공하려면 별도의 인프라도 갖춰야 한다”며 “우선 필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체 대출은 장기적인 과제로 가져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AI 번역의 정확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금융상품의 약관이나 계약조건 등이 잘못 번역되면 고객이 상품 내용을 오인하거나 금융거래 과정에서 혼선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배 캠프장은 “AI 기술이다 보니 완전한 번역을 하지는 못한다”고 인정하면서도 “사전에 개념검증(PoC)을 진행했고 하나의 AI가 번역한 결과를 그대로 출력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AI가 번역과 검증, 수정을 거치는 구조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고객의 체류 특성을 고려한 보안 관리도 중요하다. 체류기간이 만료되거나 출국한 고객의 계좌가 금융사기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카카오뱅크는 외국인 고객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상품군을 확대해 고객 기반을 넓혀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서비스 이용 확대를 실제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향후 사업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배 캠프장은 “앞으로도 상품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확장하며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금융 플랫폼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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