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국감] 여야, 세운상가 개발 두고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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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소속 문체위 위원들이 지난해 12월 18일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를 옥상을 방문해 종묘 일대와 세운4구역을 둘러보고 있다. / 뉴시스
국민의힘 소속 문체위 위원들이 지난해 12월 18일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를 옥상을 방문해 종묘 일대와 세운4구역을 둘러보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소은 기자  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가유산청 국정감사에서 서울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과 노원구 태릉골프장(CC) 주택 공급 계획을 둘러싸고 여야가 맞붙었다. 여당은 절차를 무시한 고층 개발 강행을, 야당은 국가유산청의 ‘이중잣대’를 정조준했다.

◇ 높이 완화가 부른 갈등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서울시가 고지한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이다. 당초 2018년 서울시와 국가유산청 간 협의에 따라 세운4구역 높이는 종로변 55m·청계천변 71.9m로 정해졌다. 그러나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이를 종로변 98.7m·청계천 변 141.9m로 높이는 변경안을 고시하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이날 여당 소속 위원들은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의 보존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유산청의 입장을 옹호하며 세계유산 등재 취소 가능성을 거론했다. 만일 유산 등재가 취소되면 대한민국 국격의 실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국가유산청이 지난 5월 세계유산영향평가(HIA) 선행을 명령했지만 종로구가 이를 묵살하고 인가를 내줬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당시 퇴임을 앞둔 정문헌 전 구청장이 단독 결재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조 의원은 “국가유산 보호를 위한 법적 절차가 지자체의 일방적 행정행위로 무력화되는 상황”이라며 “중대한 문제에 대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안 받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가유산청 국정감사에서 서울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과 노원구 태릉골프장(CC) 주택 공급 계획을 둘러싸고 여야가 맞붙었다. / 사진=김소은 기자
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가유산청 국정감사에서 서울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과 노원구 태릉골프장(CC) 주택 공급 계획을 둘러싸고 여야가 맞붙었다. / 사진=김소은 기자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HIA는 해당 사업의 시행이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예측·평가해 부정적 영향을 피하거나 제거 또는 감소시킬 방안을 마련하는 절차다. 즉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건축물 또는 시설물을 설치·증설하는 사업 등은 HIA를 실시해야 한다.

종묘의 경관을 이유로 제한했던 높이를 서울시가 급격하게 높인 것을 두고 개발업자들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조 의원에 따르면, 한 민간 개발업체가 세운4구역 전체 면적의 30%를 보유하고 있어 용적률이 확대될 경우 개발업체에 막대한 개발 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과거 세운지구 재개발을 총괄했던 전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이 퇴직 후 설립한 1인 연구소를 통해 해당 업체와 3억 6,000만 원 규모의 자문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가중됐다.

이와 관련해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개발 이익 의혹에 대해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인 만큼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토지 소유권자를 직접 조사할 권한과 역량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에 인가 취소를 요청하는 공문을 여러 차례 보냈고 직접 만나 협의한 바 있다고 전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에도 인가 취소를 요청한 상태다.

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허민 국가유산청장의 모습. / 사진=김소은 기자
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허민 국가유산청장의 모습. / 사진=김소은 기자

야당은 세운4구역 개발과 노원구 화랑로 태릉 CC 개발을 비교하며 비판을 이어갔다. 정부의 ‘1·29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에 태릉CC 6,800가구 개발이 포함돼 있는데 해당 지역 역시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조선왕릉(태릉·강릉)과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은 “태릉CC를 아파트 단지로 개발해도 되는지 국토부에 물어봤느냐”며 태릉CC 역시 HIA 결과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태릉CC 관련 HIA는 지난 8월 국가유산위원회 심의에서 조건부 가결됐으며 평가 내용 보완과 유네스코 제출 및 검토 절차가 남아 있어 최종 국제 검토 결과는 확정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여당은 태릉CC와 달리 세운4구역은 서울시와 SH가 HIA 실시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을 근본적 차이로 제시했다. 허 청장은 “국토부와 태릉CC 개발에 관해 사전 협의를 했다”면서도 해당 협의는 개발에 앞서 HIA를 받아야 한다는 전제로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조선왕릉(의릉) 인근에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석관동 캠퍼스 이전이 장기간 지연된 점을 짚었다. 정부는 2009년 조선왕릉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 의릉 내 한예종 시설 이전·철거를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이 세운4구역에는 경찰 고발·인가 취소 등 적극적인 반면 한예종 이전 문제에는 소극적이어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허 청장은 한예종 이전과 관련해 오는 27일 관계 부처와 추가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7일) ‘민선 9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문화재청은 종묘 앞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느냐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라며 종묘의 문화재적 가치를 높이는 데 문화재청보다 서울시가 압도적으로 많이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서울시가 계획한 높이로 건물이 세워져도 종묘의 경관이 훼손되거나 문화재성이 저감되는 게 아니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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