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부동산 전문가 문건’ 사찰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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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여의도 국회에서 국정감사 현안 관련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여의도 국회에서 국정감사 현안 관련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블랙리스트 공방이 불거졌다. 문재인 정부 당시 부동산 정책을 비판한 민간인 19명의 발언과 자산 정보를 수집했다는 문건이 국정감사에서 공개되면서다. 국민의힘은 정책 비판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불법 사찰’이라고 주장하며 당 차원의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당시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 관계자들은 문건 작성과 자산 조회 의혹을 부인했다.

◇ 정점식, 법적 조치 예고… 김은혜는 김현미 증인 채택 요구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8일 오후 2시 국회 본관 원내대표실 앞에서 열린 국정감사 현안 관련 백브리핑에서 해당 의혹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전날 김은혜 의원이 국감에서 공개한 문건을 토대로 당 차원의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이번 사건은 그저 국정감사로 끝낼 수 없다”라며 “문건 제작에 관여한 모든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과 국토부·한국부동산원 주요 관계자들을 법적 조치 대상으로 거론했다.

그는 문건에 언론인과 기업인, 유명 유튜버 등 민간인 19명의 정책 비판 발언과 부동산 자산 보유 현황, 매입 경위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산 보유 현황과 정책 비판을 연결해 이들을 투기 세력으로 낙인찍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자리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시장 교란 세력 기준이 정부 비판이라면 부동산 공안 통치”라고 말했다. 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개인의 자산 내역까지 조사했다는 것이 김 의원이 제기한 의혹의 핵심이다.

김 의원은 전날 국감에서 국토부 장관에게 두 가지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해당 의혹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즉각 보고하고, 감사원 감사 청구와 수사기관 수사 의뢰에 나서라는 것이다.

국감에서의 추가 검증도 요구했다. 오는 23일 국토위 종합국감에 김현미 전 장관과 당시 국토부·한국부동산원 고위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부르기 위해 여야 간사가 협의에 착수해 달라는 요청이다. 김 의원은 의원실에 관련 제보와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며 의혹을 계속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민생에 집중하자고 지적한 데 대해서는 국민의 부동산 자산을 불법적으로 조사했다는 의혹을 밝히는 것이 민생의 시작이라고 맞섰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국토교통부 등)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 뉴시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국토교통부 등)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 뉴시스

◇ 발언·자산 정보 담겼다는 문건… 작성·조회 경위 엇갈려

공방의 출발점은 전날 국토부 국정감사였다. 김 의원은 2019년 11월 작성됐다는 ‘부동산 전문가 현황’ 문건을 공개했다. 당시 국토부 주택정책과가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에 지시해 작성·보고한 자료라는 주장이다. 한국감정원은 현재 한국부동산원의 전신이다.

김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문건에는 민간인 19명의 이름과 정부 부동산 정책을 비판한 발언의 장소·내용이 기록됐다. 개인별 부동산 매입 시기와 장소, 매입 경위와 보유 형태 등도 담겼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문건에 포함된 인사들이 모두 당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반대했던 사람들이라며 ‘블랙리스트’이자 ‘민간인 불법 사찰’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당시 관계자들은 의혹을 부인했다. 당시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이었던 이명섭 부산지방항공청장은 문건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블랙리스트라는 것은 작성한 적도 없다”고 답했다. 당시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이었던 이동환 증인도 특정인의 자산을 조회하기 위해 주택임대차정보시스템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해당 부서에는 부동산 자산정보에 접근할 권한도 없었다는 취지다.

민주당 의원들도 문건의 출처와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고 반박했다. 복기왕 의원은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자료를 사실처럼 규정해 국감장을 정쟁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종군 의원도 사실관계가 확인돼야 ‘국민 사찰’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건의 작성 주체와 자산정보 수집 경위를 두고 양측의 설명은 엇갈리고 있다. 김 의원은 국토부의 지시로 한국감정원이 문건을 작성·보고했다고 주장하지만 당시 관계자들은 작성과 조회 의혹을 부인했다. 국민의힘이 법적 대응과 추가 증인 채택을 추진하면서 문건 작성·보고 경로와 자산정보 수집 경위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블랙리스트’는 박근혜 정부 당시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들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사건에서도 등장했던 말이다. 헌법재판소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한 지원 배제 지시가 표현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문건을 둘러싼 공방 역시 정책 비판을 이유로 국가가 민간인의 정보를 수집했는지에 맞춰져 있다. 문건의 작성 목적과 지시·보고 경로, 자산정보 확보 과정을 밝혀야 ‘불법 사찰’ 여부도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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