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올해 국정감사에서 기업 총수와 대표이사들이 증인 명단에서 잇따라 제외됐다. 당초 식품 안전과 불공정 거래, 개인정보 유출 등을 따져 묻겠다며 채택했던 기업인들의 출석 요구가 철회되면서 국감 증인 명단도 크게 달라지는 모습이다.
8일 국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보건복지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기업인 증인 채택과 철회가 이어지고 있다. 같은 기업을 둘러싼 현안이라도 상임위별로 출석 대상이 달라지고 있어 실제 국감장에 서는 경영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출석 요구가 철회됐다. 담 회장은 지난해 발생한 오리온 ‘참붕어빵’ 곰팡이 문제와 식품위생법 위반 관련 질의를 위해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최종 명단에서 제외됐다.
오리온은 지난해 7월 참붕어빵 일부 제품에서 곰팡이가 발견되자 시중에 유통된 제품을 자율 회수한 바 있다. 당시 회사가 자진 회수와 설비 개선 등 후속 조치에 나선 점 등이 증인 제외 과정에서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상임위에서는 이형천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도 출석 요구 철회 대상에 포함됐다. 이 대표는 대형 유통시설 내 창고형 약국 운영과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됐다. 창고형 약국을 둘러싼 유통 구조 변화와 기존 약국업계에 미치는 영향 등이 주요 질의 대상으로 거론됐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도 출석 대상이 변경됐다. 강민종 휴메딕스 대표는 당초 오는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채택됐으나 출석 요구가 철회됐다. 기증 인체조직 유래 세포외기질(ECM) 스킨부스터의 사용 현황과 환자 고지, 안전관리 체계 등이 질의 대상이었다.
반면 이상준 현대약품 대표는 당초 13일 식약처 국감 참고인으로 출석 요구됐다가 27일 종합감사 일반증인으로 변경됐다. 임신중지 의약품 ‘미프진’의 국내 도입과 허가 신청, 안전관리 준비 등이 주요 쟁점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유통·콘텐츠 기업 대표들의 출석 요구가 잇따라 철회됐다. 윤상현 CJ ENM 대표와 허서홍 GS리테일 대표, 김재겸 롯데홈쇼핑 대표 등 3명이 대상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기업 대표 3명의 증인 출석 요구가 철회됐다. 윤상현 CJ ENM 대표와 허서홍 GS리테일 대표, 김재겸 롯데홈쇼핑 대표가 대상이다.
윤 대표는 자회사 티빙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모회사 차원의 관리 책임을 확인하기 위해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지난달 29일 출석 요구가 철회됐다. 반면 최주희 티빙 대표는 지난 6일 국감에 출석해 사고 경위와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설명했다.
허 대표와 김 대표는 TV홈쇼핑 재승인 제도와 중소 납품업체 거래 관행 등을 점검하기 위해 증인으로 채택됐다가 같은 날 출석 요구가 철회됐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과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 등이 증인 명단에서 제외됐다.
김 회장은 동원그룹의 전직 해양수산부 고위 관료 영입 문제와 관련해, 김범석 대표는 배달 플랫폼 입점업체의 원산지 표시 위반 문제와 관련해 출석이 거론됐다. 박 대표는 설탕 가격 담합과 관련한 거래 실태 등을 확인하기 위한 증인으로 채택됐다가 제외됐다.
다만 김범석 대표는 농해수위 명단에서 제외됐을 뿐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의 별도 증인 출석 요구 대상에는 포함돼 있다.
반대로 직접 국감장에 나와 책임을 인정한 기업인들도 있다.
지난 7일 농해수위의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는 김찬호 CJ제일제당 대표와 이운익 삼양사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두 사람은 설탕과 밀가루 등 식품 원재료 가격 담합과 관련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밝혔다.
특히 CJ제일제당은 당초 조영식 부사장이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김 대표가 대신 자진 출석했다. 기업인들의 증인 출석 요구가 잇따라 철회되는 상황에서 대표이사가 직접 국회에 나와 입장을 밝힌 사례다.
증인 채택이 철회된 기업인들과 달리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지난 7일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불출석했다. 김 회장은 홈플러스가 회생절차를 밟고 있어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데다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산자위는 오는 23일 종합감사에 김 회장을 다시 부르고, 불응할 경우 동행명령과 고발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국정감사가 오는 27일까지 이어지는 만큼 상임위별 증인 추가 채택과 철회 가능성도 남아 있다. 기업 총수와 대표이사의 출석 여부뿐 아니라 실제 국감에서 관련 현안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다뤄지는지도 관전 요소가 될 전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기업 총수와 대표이사들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했다가 잇따라 철회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작 책임 있는 경영진이 빠진 상황에서 현안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국감이 끝난다면 ‘맹탕 국감’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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