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적발 기업 前 대표가 세운 회사에…기업은행, 94억 대출·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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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이 과거 금융사기 행위가 적발된 기업의 대표를 지낸 인물이 새로 차린 회사에 대출과 지분투자를 집행했다가 94억4000만원 규모 금융사고를 공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최주연 기자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IBK기업은행이 과거 금융사기 행위가 적발된 기업의 대표를 지낸 인물이 새로 차린 회사에 대출과 지분투자를 집행했다가 94억4000만원 규모 금융사고를 공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대표의 과거 경력은 기업은행의 투자분석보고서에도 명시돼 있었지만, 과거 재직 회사의 사업 내용이나 당시 경영 이력에 대한 별도 확인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이 기업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8월 20일 전력반도체 업체 A사와 관련해 94억4000만원 규모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사고 금액은 대출 등 여신 74억4000만원과 지분투자 20억원을 합한 규모다.

◇ 과거 금융사기 기업 대표 이력 알고도 94억 대출·투자

김 대표가 대표로 재직했던 B사는 2017년 수출가격과 거래실적을 부풀려 금융회사 자금을 조달한 사기 행위가 적발된 기업이다. 당시 기업은행은 B사 지분 4.53%를 보유하고 대출 등을 포함해 약 200억원의 익스포저를 갖고 있었다.

이후 김 대표가 새로 설립한 전력반도체 업체 A사에 대해 기업은행은 2024년 투자 검토에 나섰다. 당시 작성된 투자분석보고서에는 김 대표가 과거 B사 대표를 지냈다는 사실이 명시돼 있었다. 보고서는 김 대표를 ‘국내 1세대 전력반도체 기술자’로 평가하며 공장 설립과 장비 구축, 제품 양산 경험을 바탕으로 A사를 단기간에 안정적인 궤도에 올려놓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김 대표의 B사 재직 이력은 파악하고도 B사의 과거 사업 내용이나 김 대표의 당시 경영 이력에 대해서는 별도로 확인하지 않았다. A사의 매출 증가와 영업이익 등을 근거로 ‘안정적인 실적 성장세’를 투자 근거로 제시했다.

이후 A사 김 대표는 재무제표를 조작하고 허위 세금계산서를 제출하는 등의 수법으로 한국산업은행 시설자금을 편취한 혐의로 경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기업은행은 이를 계기로 A사와의 거래를 금융사고로 인식했고, 지난 8월 20일 금융사고로 공시했다.

분식회계와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 혐의가 불거지면서 기업은행이 투자 근거로 삼았던 A사의 실적 역시 신뢰성을 다시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 금융사고 뒤 대출만 점검…20억 지분투자는 ‘검증 사각지대’

그럼에도 기업은행은 금융사고 공시 이후 지난달 4일 자체 점검을 실시해 A사에 대한 대출 취급 절차에 특이사항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이 ‘적정’이었고 회사 공시자료와 은행 전산자료의 수치가 일치했으며, 전결권·자금 용도·담보 등 대출 취급 과정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더구나 20억원 규모 지분투자에 대해서는 심사와 집행 과정이 적정했는지 별도의 자체 점검조차 하지 않았다.

대표의 과거 경력이 투자분석보고서에 기재돼 있었음에도 관련 기업의 과거 경영 내용과 사업 이력에 대한 검증이 충분했는지, 사고 발생 이후 대출뿐 아니라 지분투자까지 심사 전반을 점검했는지가 국정감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신동욱 의원은 “대표의 과거 경영 이력 검증부터 금융사고 발생 이후 자체 점검까지 허점이 드러난 만큼, 기업은행의 대출·투자 심사와 사고 이후 점검 과정 전반의 내부통제·관리 책임을 이번 국정감사에서 철저히 따지겠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외부감사 재무제표에 매번 적정 의견이 제시되는 등 확인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자료에서 이상 징후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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