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이라는 전례 없는 실적을 달성한 배경에는 인공지능(AI)발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자리 잡고 있다. 범용 D램과 낸드 가격 상승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출하 확대까지 맞물리면서 반도체 사업이 전사 실적을 사실상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95조원,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기록했다고 8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26.6%, 782.5% 늘어난 수치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13.7%, 영업이익은 20% 증가하며 4개 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영업이익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106조원을 소폭 웃돌았다. 특히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은 애플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 중 최초의 기록이다.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만이 우크라이나 전쟁 때인 2022년 2분기 영업익 865억달러(약 116조원)를 올린바 있다.
사업부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메모리사업이 이익 증가분 대부분을 책임진 것으로 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HBM뿐 아니라 서버용 D램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가 동시에 늘어난 영향도 컸다. 공급업체들이 생산능력을 HBM 등 고부가 제품에 우선 배정하자 범용 D램과 낸드 공급까지 부족해졌고, 메모리 전반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3분기 HBM 출하량이 HBM4 공급 확대에 힘입어 전 분기보다 약 50% 증가한 것으로 추정한다. JP모건은 삼성전자의 글로벌 HBM 점유율이 지난해 20%에서 올해 34%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엇보다 이번 실적은 삼성전자가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에만 기대지 않고 HBM4를 중심으로 AI 메모리 시장에서 존재감을 회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HBM 경쟁력 회복이 이어진다면 향후 실적은 메모리 가격과 출하량뿐 아니라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를 통해서도 개선될 수 있다.
다만 영업이익 100조원 시대가 그대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3분기 범용 D램 가격 상승률은 전 분기보다 둔화한 것으로 추정되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의 영업이익률도 전 분기와 비슷한 수준에 머문 것으로 분석된다. 공급 부족이 계속되더라도 가격 상승 속도는 점차 완만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원화 강세도 부담이다. 3분기 원화 가치가 달러 대비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달러로 발생한 해외 매출과 이익의 원화 환산 효과가 줄었다. 삼성전자가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냈지만 과거 전망치보다 눈높이가 낮아졌던 배경에도 환율 영향이 있었다.
반도체 호황이 다른 사업에는 비용 부담으로 돌아오는 양면성도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은 DS 부문의 수익성을 높이지만 스마트폰과 TV, 가전 사업에는 부품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모바일경험(MX)과 영상디스플레이·생활가전 사업이 제품 가격이나 판매 구성 개선으로 원가 부담을 얼마나 흡수하느냐가 전사 수익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DS 부문 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도 향후 비용 변수로 꼽힌다. 실제 회계 반영 시점과 규모에 따라 분기별 이익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세부적인 회계 처리 내용은 확인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실적의 핵심은 삼성전자가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최대 수혜를 넘어 HBM 경쟁력 회복 가능성을 숫자로 보여줬다는 데 있다"며 "오는 29일 공개되는 사업부별 확정 실적에서는 DS 부문의 이익 규모와 HBM4 출하 성과, 파운드리 적자 개선 여부가 향후 실적 지속성을 판단할 핵심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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