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사용자성 인정 범위를 두고 극심한 갈등을 빚어온 한화오션이 사업장 내 단체급식과 통근버스 운영 등을 수행하는 하청 노조와의 교섭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반발해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것이다. 본안 소송 및 교섭 결과에 따른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인 가운데, 하청 노조는 고강도 투쟁을 지속해나간다는 입장이어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중노위 결정 맞서 제기한 가처분 신청 기각… 웰리브지회 포함해 재공고
‘고공농성’으로까지 번진 한화오션과 하청 노조 간 갈등이 새 국면을 맞았다. 한화오션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결정에 맞서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된 것이다.
한화오션과 하청 노조의 갈등은 하청 노동자의 단체교섭 요구 권리 확대를 골자로 하는 ‘노란봉투법’이 지난 3월 시행에 돌입한 직후 촉발됐다. 한화오션이 사업장 내에서 단체급식과 통근버스 운영, 근무복 세탁, 샤워실 등 시설관리를 수행하는 웰리브 노동자들로 구성된 금속노조 웰리브지회를 제외한 채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한 것이다.
한화오션은 웰리브가 다양한 업체를 대상으로 위탁사업을 영위 중인 독립된 법인이자 구조적인 통제에 놓여있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하청 노조 측은 웰리브의 업무가 한화오션 사업 영위에 있어 필수적인 영역이고, 노후시설 및 설비 개보수 등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선 한화오션의 협조 및 승인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단체교섭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갈등은 하청 노조의 시정 신청에 의해 노동당국으로 향했다. 먼저, 경남지방노동위원회(경남지노위)는 한화오션이 웰리브지회 역시 교섭 대상에 포함시켜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한화오션은 재심을 신청했지만 중노위의 판단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경남지노위에서 판단을 보류했던 사용자성까지 인정했다.
한화오션은 중노위의 판정 또한 받아들이지 않고 행정소송 및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중노위의 판정은 행정소송이 제기되더라도 그 효력이 정지되지 않는데, 한화오션은 이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집행 정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도 함께 제기했다.
한화오션이 지노위와 중노위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하면서 하청 노조와의 교섭은 수개월째 어떠한 진전도 없었다. 이에 투쟁의 수위를 높여온 하청노동자들은 급기야 지난달 말 사업장 내 공장 지붕과 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에 돌입하기까지 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행정법원이 한화오션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노사갈등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서울행정법원은 중노위 판정에 따른 교섭 진행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한화오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초 법적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법원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던 한화오션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직후 “웰리브지회도 포함해 교섭을 진행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어 지난 2일 웰리브지회를 포함한 새 교섭요구 사실 공고를 게시했다.
하지만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교섭 테이블이 마련되기까지 상당한 갈등이 빚어진 만큼, 본격적인 교섭 과정에서도 여러 쟁점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화오션이 제기한 본안 행정소송과 하청 노조와의 교섭 결과는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처음으로 불거진 행정소송 및 갈등 및 행정소송이란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안이다. 더욱이 한화오션은 하청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취하와 원·하청 동일 성과급 지급 결정으로 대통령으로부터 ‘모범사례’라는 칭찬을 받았던 곳이기도 하다.
금속노조는 성명을 통해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은 ‘한 장의 공고문’을 받아내기 위해 7개월을 싸웠다”며 “핑계를 댈 것도, 회피할 곳도 남아있지 않다. 한화오션은 즉각 원청교섭을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원청교섭을 통해 하청노동자들의 겪는 차별이 해소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며 고공농성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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