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이은지, 미미, 이영지, 안유진. 이름만 들어도 든든한 '지구오락실'의 흥행 멤버들을 모았지만, 결과는 아쉬웠다. tvN '우주떡집'의 시청률은 하락세를 그리더니 급기야 1%대를 기록했다.
패착을 놓고 다양한 말이 나오지만, 대표적인 지적은 '윤식당'에서 시작해 '강식당', '서진이네'까지 '낯선 공간 오픈-서툰 초반 멘붕-주방과 홀의 혼란-땀 흘린 뒤 소소한 정산'이라는 틀에 박힌 공식을 답습했다는 '기시감'에 관한 것이다.
야생마처럼 날것의 에너지를 뿜어내야 할 멤버들에게 과도한 떡 만들기 노동과 무리한 확장이라는 족쇄를 채웠고, 웃음이 터져 나와야 할 자리에는 출연진의 턱 끝까지 찬 가쁜 숨소리와 피로감만이 남았다. 시대가 바뀌고 도파민의 호흡이 빨라진 2026년, 자가복제 시스템에 시청자들이 냉정한 경고를 날린 셈이다.
이른바 나영석 표 예능의 자가복제에 대한 지적은 10년 넘게 이어져 왔다. 물론 여기에도 '성공하면 역시 예능 거장, 실패하면 안일한 자가복제'라는 이중적인 잣대가 따라올 수 밖에 없다. 지금은 부진의 시기이고, 그래서 비판은 더 뼈아프다.

나영석 PD가 이 시점에 꺼내 든 카드는 '새 얼굴'. 오는 8일부터 tvN,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는 예능 '십오야 골든벨(유튜버 골든벨)'을 통해서다.
과거 KBS 2TV '도전 골든벨'을 패러디한 이 퀴즈 프로그램의 라인업은 누군가에게는 초호화, 누군가에서는 낯선 얼굴의 연속이다. 이서진, 정유미, 박서준 등 나영석의 페르소나로 불리던 톱배우들은 물론, 익숙한 방송 예능인의 자리에 스트리머와 크리에이터들이 대거 들어찼다. 스트리머 우정잉과 룩삼, 리뷰 크리에이터 찰스엔터와 흑백리뷰, 뷰티 분야의 레오제이와 회사원A, 교육·입시의 미미미누를 비롯해 통닭천사, 천재이승국 등 온라인 생태계를 쥐락펴펴락하는 인물들이 총출동했다.
여기에 곽범, 가비, 김동현, 소녀시대 효연 등 유튜브와 방송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물들이 가세했다. 온라인 화제성을 보장하는 라인업인 만큼 선공개 하이라이트 영상은 5일 만에 조회수 140만 회를 넘겼다.
그동안 나영석 예능의 가장 큰 무기이자 아킬레스건은 '익숙한 인물들의 관계성'이었다. 이미 오랜 친분을 다진 배우나 예능인들을 모아놓고 편안한 힐링을 빚어내는 방식은 안정적인 시청률을 보장했지만, 동시에 '늘 보던 사람들끼리의 친목질'이라는 피로감을 낳았다. 이번 '십오야 골든벨'은 안전지대 밖으로 발을 내딛는 결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유튜버들은 기성 방송 문법에 얽매이지 않는 고유의 호흡과 독창적인 캐릭터, 그리고 팬덤과의 끈끈한 결속력을 지니고 있다. 이미 형성된 친분을 편집하는 것이 아니라, 생전 처음 만난 이질적인 인터넷 방송인들이 빚어낼 예측 불허의 화학작용에서 재미를 길어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포맷 자체는 낡은 퀴즈쇼 형식이지만, 채워 넣는 알맹이를 180도 바꾸어 신선도를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다.
과제는 만만치 않다. 김태호 PD가 '지구마불 세계여행'을 통해 여행 크리에이터들을 레거시 미디어 속으로 안착시켰듯, 유튜버의 TV 진출 자체가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개인 채널의 알고리즘 안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소비되던 개성 강한 크리에이터들을 하나의 TV 쇼 안에서 얼마나 조화롭게 엮어내고, 기성 TV 시청자들에게 거부감 없이 전달하느냐는 전적으로 연출자의 역량에 달려 있다.
'안전한 흥행 보증수표'를 내려놓고 '날것의 인터넷 스타들'을 전면에 세운 그의 승부수는 매너리즘에 빠진 나영석표 예능을 구원할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십오야 골든벨'의 칠판 위에는 제대로 된 답안지가 쓰여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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