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부영그룹은 서민을 대상으로 한 임대주택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대기업집단이다. 일반 분양주택 사업과 임대 후 분양전환 사업을 통해서도 사세를 키워왔다. 다만 사업 과정에서 분양가와 분양전환 방식을 둘러싸고 입주민들과 끊임없는 갈등이 이어져 왔다.
지난해엔 부영주택이 경기도 남양주시 도농 ‘부영 애시앙’의 회사 보유분을 특별분양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노출됐다. 분양가 특별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인테리어 비용을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는데 기존 입주민들이 할인분양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 기존 입주민들은 할인분양으로 1억원이 넘는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며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회사와의 갈등은 집단 시위로도 번졌다. 도농 ‘부영 애시앙’ 입주민들은 지난해 10월 부영 서울 본사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오너인 이중근 회장의 한남동 자택 앞에서도 시위를 진행했다. 이 회장에게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하기 위한 차원이다. 그런데 해당 시위에 대해 부영주택과 오너인 이중근 회장 측이 법적 조치로 강경 대응에 나선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 도농 ‘부영애시앙’ 입주민, 본사와 오너 자택 앞 시위… 연달아 법적 대응
부영주택과 이중근 회장은 지난해 10월과 11월, 일부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접근 및 시위 금지 가처분 소송을 법원에 연달아 제기했다. 해당 시위로 회사의 명예와 신용 및 영업권, 이 회장의 명예 및 사생활 평온이 침해됐다는 이유다. 법원은 올해 2월 첫 가처분 소송 건에선 회사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여 일부 인용을 결정했지만, 두 번째 소송에선 이를 기각했다.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은 지난 7월 2일 부영과 이중근 회장이 도농 ‘부영 애시앙’ 입주민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접근 및 시위금지 가처분 신청 건을 기각했다.
법원은 “A씨는 지난해 10월 31일 이 회장의 주거지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것 외에는 다른 시위를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부영 측이 제출한 사진과 영상 등 소명자료를 살펴봐도 A씨가 회사 본사 근처에서 시위를 했다거나 이 사건 신청일인 2025년 11월 5일 이후에 이 회장의 주거지 근처에서 시위를 했다고 볼만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지난해 10월 31일 사용한 피켓 문구는 부영 측이 사용 금지를 요구하는 문구와도 상이했다. 나아가 A씨가 다시 시위를 할 만한 특별한 사정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11월 5일 부영과 이 회장 측은 A씨를 상대로 용산구 한남동 주거지 출입구를 중심으로 반경 200m 범위 내 지역에 접근을 금지하고 본사 및 주거지 앞에서 시위를 금지해달라는 취지로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부영 측은 “A씨는 ‘할인분양 피해자모임’의 일원으로 다른 구성원들과 함께 2025년 10월 26일부터 본사 및 회장 자택 앞에서 명예를 훼손하는 문구가 기재된 현수막과 피켓 등을 사용한 시위를 해 회사의 명예와 신용 및 영업권, 이 회장의 명예 및 사생활 평온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부영 측이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신청 취지와 같은 가처분을 발령할 보전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봤다. 또한 이를 소명할 자료가 없다고 판단해 해당 소를 기각했다.
◇ 가처분 소송에 엇갈린 판결… 일부 소송은 패소
이는 지난 2월에 내려진 판결과는 다소 상의한 조치다. 앞서 법원은 부영과 이 회장 측이 도농 ‘부영 애시앙’ 입주민 3명을 대상으로 제기한 접근 및 시위금지 가처분 신청 건에 대해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해당 입주민들은 부영 측에 보상을 요구하는 피해자모임으로 지난해 10월 부영의 모델하우스, 서울 중구 본사, 이 회장의 한남동 자택 앞에서 할인분양 및 불공정행위를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잇따라 시위를 진행했다. 법원은 시위의 방법, 피켓 문구 등을 살펴본 뒤 부영 측이 신청한 가처분 신청의 일부를 인용했다. 해당 시위가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넘어, 회사의 명예와 이 회장의 주거의 자유 및 사생활의 평온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본 것. 이에 이 회장의 주택 인근 200m 이내 시위 금지 신청은 인용했다.
다만 간접 강제 신청의 건은 기각했다. 부영과 이 회장 측은 해당 입주민들이 접근 및 시위금지 처분을 위반했을 때, 공동으로 위반 행위 1회당 100만원씩 지급하라는 간접 강제도 신청했다. 법원은 “사건 기록 및 심문 취지에 의해 알 수 있는 제반 사정을 종합할 때,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이들이 가처분 결정에도 이를 위반한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기각했다.
이처럼, 입주민들과의 할인분양을 둘러싼 분쟁은 법적 소송으로 이어져 올해까지 지속돼왔다. 이 같은 법적 대응을 놓고 안팎의 평가는 엇갈릴 전망이다. 명예훼손 및 이 회장의 주거 안정권 침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도 일 수도 있지만, 그 전에 대화를 통해 충분한 소통 및 협의 노력이 이어졌는지 의문이 제기될 대목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입주민들의 분쟁에서 법정 대응 카드를 쓰는 것에 대해 신중한 편이다. 자칫하면 대기업이 서민을 상대로 법적 무기를 동원해 압박한다는 부정적인 여론과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더라도 시위금지 가처분 신청과 같은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게 결정한다. 그럼에도 부영과 이 회장 측은 지난해 10월 시위가 벌어진 직후 연달아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두 번째 가처분 소송의 경우 신청 취지에 부합할만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면서 기각을 당하기도 했다.
◇ 법적 무기로 입주민 압박?… 부영 “주거지까지 피해 지속돼 대응 불가피”
부영 측이 강경 태도를 보인 데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오너의 자택 앞에서 시위를 진행되자 강경 대응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부영 측은 가처분 소송은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부영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사전에 입주민들과 대화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며 “일부 입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해 내부 인테리어 비용 지원 정책도 없애기도 했다. 그럼에도 일부 입주민 몇 분이 사실과 다른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지속적으로 했고, 영업방해 문제까지 발생했다. 여기에 회장님 사적 공간인 자택 근처에서도 시위를 진행돼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가 우려됐다. 이에 불가피하게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판결 이후 추후 입주민을 상대로 별도의 소송을 제기할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이 회장의 자택은 국내 대표적인 부촌인 한남동(이태원 언덕길)에 자리잡고 있다. 이 회장은 올해 입주민과의 분쟁 외에도 이웃과 별도의 개인 소송전도 벌이고 있다. 한남동 저택의 ‘한강뷰 조망권’과 관련해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과 법정 분쟁을 진행 중이다.
이 회장은 한남동 자택 맞은 편에 조 회장이 단독주택을 신축하면서 한강 조망권 침해가 발생한다며 지난 5월 공사중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지난 7월 해당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지만 이 회장이 즉시항고하면서 분쟁은 장기화 국면을 맞았다. 이 회장 측은 2009년에도 인근에 주택을 짓던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 회장과 조망권을 놓고 분쟁을 벌인 바 있다. 잦은 법적 분쟁이 반복되면서 안팎의 평가는 엇갈리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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