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소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및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 등 한국의 대미투자 내용을 일방 발표하면서 정치권이 충돌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여전히 상업성 검증이 필요한 과제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야당은 외교 참사이자 국익 침해라며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한국 정부가 국회에 사전 보고했던 텍사스 엔시날 발전소 사업 외에 아직 검토 단계인 △알래스카 LNG 사업 △원전 8기 건설 사업 등을 언급하며 구체적인 투자 규모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사업별 수치 금액은 △텍사스 엔시날 발전소 사업 223억 달러 △알래스카 LNG 사업 540억 달러 △원전 8기 건설 사업 1,200억 달러 등 총 1,963억 달러(약 270조원) 규모다.
논란의 핵심은 알래스카 LNG 사업이다. 현행 대미투자특별법 제3조 제1항에 따르면, 대미투자는 ‘상업적 합리성’ 확보를 원칙으로 한다. 이에 야당은 텍사스 엔시날 발전소 사업의 수익성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정부는 약 430억~450억 달러 수준의 수익 창출을 통해 원리금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알래스카 LNG 사업은 정부 역시 막대한 초기 투자비 대비 상업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추후 협의 대상으로 남겨둔 상태였다. 한국보다 먼저 대미투자 계획을 밝힌 일본도 수익성 부재를 이유로 알래스카 LNG 투자를 제외한 바 있다.
투자 한도 문제도 비판을 키우고 있다. 이번 대미투자는 한국산 수출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5% 낮추는 대가로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기로 합의하면서 시작됐다.
이 가운데 1,500억 달러는 조선 협력 관련 투자이며 남은 2,000억원 달러가 조선 외 전략적 투자 한도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 발표한 1,963억 달러는 투자 한도의 98%를 소진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 국민의힘 “이재명 정부의 외교 참사”
국민의힘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중기위)·재정경제기획위원회(이하 재경위) 소속 의원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원 산자위원장은 “정부가 이미 수백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미국 측과 협의하고도 국회에 단순 검토 단계라고 설명했다면 국민과 국회를 기만하고 대한민국 국익을 훼손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정부와 충분한 논의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를 강행한 것이라면 이재명 정부의 심각한 외교 참사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에 보고된 것은 텍사스 엔시날 발전소 사업뿐이었다고 강조했다. 현행 대미투자특별법 제51조에 따라 상업적 합리성이 전제된 사업은 국회의 ‘동의’ 대신 ‘사전 보고’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제3조 제3항에 따라 상업적 합리성이 확보되지 않은 대미투자를 추진할 때는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재경위·산자위)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정부가 비공개 보고에서 원전 8기 건설 사업과 알래스카 LNG 사업에 대해 추후 검토 후 국회 보고를 거치겠다고 했던 점을 지적했다. 재경위 야당 간사인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 역시 미국 측에서 3가지 사업을 모두 발표하면 어떻게 대응할지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묻자 “정부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답변했던 점을 상기시켰다.
반발은 여권 내부에서도 이어졌다. 진보당은 기자회견을 열고 “날강도 트럼프, 한국 경제 수탈 중단하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 발표를 규탄했다. 이들은 이번 발표가 근본적으로 원천 무효라며 전면 재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투자가 의미 있는 성과라면서도 알래스카 LNG 사업에 대해서는 추후 지속 검토할 사안이며 확정된 것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한정애 민주당 사무총장은 SNS를 통해 알래스카 LNG 사업은 상업적 합리성 원칙에 따라 국내법 절차에 맞춰 검토한 후 투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해명했다. 한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알래스카 LNG 사업에 대한 미국 측의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판단하고 정부는 대미투자에 있어 일관되게 상업적 합리성을 핵심 원칙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염승열 민주당 국제대변인은 이번 논란의 답이 공동 발표문에 있다고 강조했다. 판단의 기준은 양국이 함께 내놓은 문서여야 한다는 취지다. 염 대변인이 밝힌 공동 발표문에 따르면, 사업마다 합의의 수준이 다르게 적혀있다. 텍사스 엔시날 발전소 사업에 대해서는 ‘추진할 의향’을 밝혔다.
원전 8기는 건설을 위한 ‘포괄적 협력 체계’에 합의했고, 알래스카 LNG 사업은 ‘상업적 합리성’과 국내법상 요건 충족을 조건으로 검토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염 대변인은 정부 입장과 문서 내용이 다르지 않음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SNS에 “어려움 속에서도 대미투자 협상에 최선을 다했고 좋은 결과를 내 준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통상교섭본부에 응원 부탁드린다”면서 논란의 중심에 있는 알래스카 LNG 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상업성이 확인되고 법 절차에 부합하는 것이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며 원전 역시 구체적 발전소 단위로 상업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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