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다음 한국 택한 '뷰익'…GM의 '중간 프리미엄' 구체화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지난해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 GM)가 한국 시장에 뷰익(Buick)을 들여오겠다고 예고했을 때만 해도 구체적인 차종과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당시 확인된 건 쉐보레·캐딜락에 GMC와 뷰익을 추가해 국내 사업을 4개 브랜드 체제로 넓히겠다는 큰 그림이었다. 

1년 가까이 지난 지금 뷰익의 첫 모델과 가격이 공개되면서 GM이 한국 시장에서 나누려는 브랜드별 역할도 한층 선명해졌다. 

그 중심에는 메인스트림과 전통적인 럭셔리 사이가 있다. GM은 지난해 GMC에 픽업·프리미엄 SUV, 뷰익에는 메인스트림 SUV 역할을 부여하는 구상을 내놨다. 북미를 제외하고 GM의 쉐보레·캐딜락·GMC·뷰익이 모두 판매되는 시장으로 한국을 선택한 것도 브랜드별 가격대와 차급을 세분화해 고객층을 넓히기 위한 전략이었다. 


뷰익은 지난달 3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국내 진출을 공식 선언하고 '엘렉트라 E7(Electra E7)'을 공개했다. 엘렉트라 E7의 공개로 지난해 발표했던 GM의 멀티 브랜드 전략도 계획 단계에서 실제 판매 단계로 들어갔다.

엘렉트라 E7은 뷰익이 한국에서 어떤 자리를 노리는지 보여주는 첫 기준점이다. 4개 트림으로 구성되며 국내 판매가격은 4300만~5400만원대다. 뷰익이 스스로 정의한 위치 역시 메인스트림과 전통적인 럭셔리 브랜드 사이다. 높은 브랜드 가격을 앞세우기보다는 접근 가능한 가격대에 디자인과 승차감, 편의사양을 결합해 프리미엄 수요를 끌어오겠다는 구도다. 

첫 차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라는 점도 이런 포지셔닝과 맞는다. 1.5ℓ 자연흡기 엔진과 165㎾ 구동 모터, 최대 31.7㎾h 배터리를 조합해 전기 모드만으로 복합 기준 최대 126㎞를 달린다. 엔진을 함께 사용하면 통합 주행거리는 1000㎞ 이상이며, DC 급속충전도 지원한다. 


도심의 일상 주행은 전기차처럼 이용하고 장거리에서는 엔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충전 환경에 대한 부담을 낮추면서 전기 구동의 정숙성과 즉각적인 반응도 경험할 수 있다. 순수 전기차 전환을 망설이는 고객까지 판매 대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상품 구성이다.

가격만 놓고 프리미엄을 설명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동승석 무중력 모드와 앞좌석 마사지 시트, 2열 전동 리클라이닝 시트에 퀸 베드 모드와 냉온장고까지 넣었다. 15.6인치 센터 디스플레이와 실외 V2L, 반려동물 모드 등 국내 소비자가 체감하기 쉬운 편의 기능도 적극적으로 배치했다. 

결국 GM이 뷰익에 부여한 '프리미엄'은 캐딜락과 성격이 다르다. 캐딜락이 높은 가격대와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를 담당한다면, 뷰익은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 가격에서 공간과 편의성, 전동화 기술을 앞세울 수 있다. 쉐보레와 캐딜락 사이에 있던 가격·상품 영역을 별도의 브랜드로 채울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GM 입장에서는 신규 브랜드 진출에 필요한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뷰익은 한국GM이 보유한 115개 이상의 전국 서비스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브랜드를 새로 들여오면서 정비망까지 처음부터 구축해야 하는 부담을 덜고, 기존 고객 접점을 새 브랜드 운영에 활용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지난해 발표한 판매채널 전략과도 이어진다. GM은 당시 쉐보레와 뷰익, 캐딜락과 GMC를 묶는 교차 판매 구조를 예고하며 기존 판매망의 효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오랜 기간 구축한 인프라 위에 새로운 브랜드를 얹는 방식이라 신규 진출에 따른 초기 부담을 낮출 수 있다. 

GM이 한국에서 브랜드 수를 늘리는 시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해 GM은 한국사업장을 생산과 엔지니어링, 내수 판매를 함께 담당하는 전략 거점으로 다시 규정했다. 한국 생산능력을 최대 50만대까지 활용하겠다는 계획과 최소 3억달러 규모 투자, 청라 버추얼 엔지니어링 랩 구축과 함께 4-브랜드 체제도 같은 자리에서 제시됐다. 당시 국내 판매 확대는 생산·개발과 함께 한국 사업의 세 축 가운데 하나였다. 


뷰익의 등장은 그 가운데 내수 전략이 실제 제품으로 내려온 결과다. 지난해에는 브랜드 이름과 역할만 제시됐다면, 올해는 4300만~5400만원대 가격과 PHEV 파워트레인, 편의사양, 기존 서비스망 활용 방식까지 구체화됐다. 

GM이 한국 시장에서 판매량을 늘리는 방식을 쉐보레 한 브랜드에 의존하지 않고 고객의 가격대와 취향에 따라 브랜드를 나누는 방향으로 가져가고 있다는 얘기다.

헥터 비자레알(Hector Villarreal) 한국GM 사장은 "한국GM은 서로 다른 정체성과 강점을 지닌 글로벌 브랜드를 통해 다양한 고객의 니즈와 선호에 대응하고 있다"며 "뷰익은 120년 이상의 헤리티지와 차별화된 디자인, 직관적인 기술, 편안한 주행 특성을 바탕으로 한국 고객들에게 새로운 프리미엄 선택지를 제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제 남은 건 GM이 나눈 브랜드별 역할을 국내 소비자가 실제로 받아들이느냐다. 4300만~5400만원대에는 국산 중형·준대형 SUV부터 다양한 수입차가 경쟁하고 있다. 뷰익이라는 이름의 국내 인지도가 아직 높지 않은 상황에서 엘렉트라 E7의 PHEV 상품성과 편의사양, GM의 서비스 인프라가 새로운 프리미엄 수요를 만들어내야 한다.

지난해 GM이 내놨던 4-브랜드 전략은 뷰익의 등장으로 퍼즐 하나를 더 채웠다. 앞으로 볼 부분은 브랜드 숫자가 늘어난 것 자체보다 △쉐보레 △캐딜락 △GMC △뷰익이 서로 다른 고객층을 실제로 나눠 확보할 수 있는지다. 엘렉트라 E7의 판매 성적은 뷰익 한 차종의 성과와 함께 GM이 한국에 설계한 멀티 브랜드 전략의 작동 여부를 확인할 첫 지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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