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정한 입시를 위해 마감 시간 넘긴 '수시 원서' 취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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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경제] 2027학년도 대학 수시모집 원서접수 과정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시스템 장애와 마감시간 연장 혼선은 우리 입시 제도가 안고 있는 구조적 허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김태훈 전 경남도미래세대재단 위원장
김태훈 전 경남도미래세대재단 위원장

지난 11일 원서접수 대행업체인 유웨이어플라이의 시스템 오류로 인해 오후 6시 마감을 앞둔 수험생들이 극심한 혼란을 겪었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급히 마감 시간을 오후 7시로 1시간 연장했다.

시스템 먹통으로 인해 정당한 지원 기회조차 얻지 못할 뻔한 수험생들을 구제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다. 교육부 추산 최대 1200여 명에 달하는 피해 우려 수험생들을 객관적인 전산기록을 바탕으로 구제하는 것은 공정성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본질은 단순한 시스템 오류 수습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진짜 심각한 문제는 마감 연장 시간 동안 벌어진 '정보의 불평등'과 '형평성 훼손'에 있다.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마감 시간이 오후 7시로 연장된 대학 중 17개 대학에서 기존 마감 시각인 오후 6시 기준의 경쟁률이 버젓이 공개됐다. 심지어 대교협이 각 대학에 마감 연장 문자를 발송한 시각은 오후 6시 39분으로, 이미 일부 대학들은 최종 경쟁률을 발표한 뒤였다. 연장된 1시간 동안 경쟁률을 확인한 뒤 눈치작전을 펼쳐 지원을 완료한 사례가 39건 확인됐고, 이 중 경쟁률을 직접 조회하고 결제까지 마친 3건에 대해서는 교육부와 대교협이 접수 취소를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대학 입시는 수험생의 진학과 미래, 나아가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 가장 공정해야 할 공적 영역이다. 마감시간을 엄수하며 공개된 정보 안에서 치열하게 고민 끝에 지원을 마친 수험생들과, 마감 이후 실시간 경쟁률이라는 추가 정보를 쥔 채 여유롭게 지원한 수험생이 어떻게 '동일한 출발선'에 서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피해 수험생에 대한 구제와 마감 이후 경쟁률이라는 추가 정보를 확인하고 제출된 원서를 정상 접수로 인정하는 것은 명백히 별개의 문제다. 경쟁률을 확인한 뒤 지원한 사례에 대해서는 원서 취소를 포함한 더욱 엄격하고 단호한 조치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정의 가치가 무너진 입시 결과는 그 어떤 수험생도 납득할 수 없다.

더욱 뼈아픈 지점은 이번 사태가 예견된 인프라 부실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수험생의 진로를 결정짓는 핵심 공공 인프라를 여전히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민간 대행사에 장기간 안일하게 위탁해 온 구조적 문제가 이번 참사를 불렀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특정 수험생에게 유·불리한 결과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든 수험생이 승복할 수 있는 공정하고 동일한 기준을 세우는 데 있다.

교육부와 대교협은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원인 규명과 함께, 향후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명확한 시스템 장애 대응 매뉴얼, 투명한 경쟁률 공개 기준, 그리고 합리적인 마감 연장 절차를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공정함이 흔들린 입시에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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