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포커스] 10월 담배 유해성분 첫 공개…11년째 4500원, 가격정책 다시 수면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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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편의점에 담배 상품이 진열돼있다. /뉴시스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국내 담배 제품의 유해성분 정보가 다음 달 처음 공개되면서 11년째 4500원 수준에 머물고 있는 담뱃값과 과세체계를 둘러싼 논의에도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현재 담배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제품별 유해성분 정보가 금연정책에 활용되기 시작하면 가격정책을 둘러싼 논의도 함께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는 10월 국내에서 판매되는 담배의 유해성분 정보를 처음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식약처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담배유해성관리법 시행에 따라 담배 유해성분을 검사·분석해 10월 처음으로 대국민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사 대상 유해성분은 궐련과 궐련형 전자담배 44종, 액상형 전자담배 20종이다. 궐련과 궐련형 전자담배에는 니코틴을 비롯해 일산화탄소, 벤젠 등 배출물에 포함된 성분이 검사 대상에 포함된다. 액상형 전자담배도 니코틴과 포름알데히드 등 지정 성분을 검사한다. 식약처는 지난해 11월 담배유해성관리법 시행에 맞춰 검사 대상 유해성분과 시험법을 확정했다.

유해성분 공개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담배 규제 강화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정부가 지난 3월 확정한 제6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는 담배제품 사용 감소를 위한 가격·비가격 규제 강화 방향이 포함돼 있다.

유해성분 공개 자체가 담뱃값 인상이나 과세체계 개편을 전제로 한 제도는 아니지만, 담배 제품에 대한 정보공개와 규제가 확대되는 가운데 가격정책 역시 금연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논의돼 온 만큼 11년째 유지된 현행 가격체계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논의될지도 관심사다.

◇ 담뱃값 11년째 4500원…가격정책 다시 논의될까

국내 주요 궐련 담배 가격은 2015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2000원 오른 뒤 11년째 큰 변화가 없다. 당시 정부는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금연종합대책의 하나로 가격을 인상했다.

가격 인상 직후 담배 판매와 흡연 지표도 큰 폭으로 움직였다. 국내 담배 판매량은 2014년 43억6000만갑에서 2015년 33억3000만갑으로 약 24% 감소했다. 이듬해인 2016년에는 36억6000만갑으로 다시 늘었지만 가격 인상 이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성인 남성 현재흡연율 역시 2014년 43.1%에서 2015년 39.3%로 3.8%포인트 낮아졌다. 당시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는 흡연율 감소에 담뱃값 인상과 금연캠페인, 금연구역 강화 등 가격·비가격 정책이 함께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과 가격 인상을 담배 소비를 줄이는 주요 정책수단으로 보고 있다. WHO에 따르면 2024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궐련 브랜드의 20개비 기준 가격은 4500원으로, 소매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73.85%였다.

국내에서도 가격정책을 둘러싼 논의는 이어져 왔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전자담배와 가향담배, 합성니코틴 등 변화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정책과 비가격정책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언급하기도 했다. 복지부는 이후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정부는 현재 담배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담배 가격 인상이 국민과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만큼 충분한 논의와 국민 의견 수렴이 필요하고, 필요할 경우 전문가와 사회적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가격정책을 둘러싼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인식차도 크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지난해 11~12월 전국 19세 이상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담배 제품 가격’ 정책에 대한 지지도는 비흡연자 82.6점, 흡연자 52.6점으로 30점 차이를 보였다. 반면 정책 인지도와 만족도 등을 종합한 담배 규제 정책 수용성 점수는 비흡연자 68.4점, 흡연자 66.3점으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서울 시내 한 흡연구역에서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뉴시스

◇ 궐련 줄고 전자담배 성장…유해성분 공개 뒤 과세도 쟁점

2015년과 현재의 담배시장 구조는 크게 달라졌다. 2024년 국내 담배 판매량은 35억3000만갑으로 2014년보다 19.0% 줄었다. 일반 궐련 판매량은 같은 기간 43억6000만갑에서 28억7000만갑으로 34.2% 감소했다.

반면 2017년 8000만갑이었던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2024년 6억6000만갑으로 늘어 전체 담배 판매량의 18.4%를 차지했다. 일반 궐련 중심이던 시장에서 궐련형 전자담배 등 신종 담배의 비중이 커지면서 가격정책뿐 아니라 제품군별 과세체계를 어떻게 설계할지도 규제정책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담배업계 일각에서는 제품별 유해성분 정보가 공개될 경우 궐련과 궐련형 전자담배 등 서로 다른 제품 특성을 현행 규제와 과세체계에 어느 수준까지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비연소 제품에 대해서는 일반 궐련과 다른 특성을 고려한 규제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도 담배 종류에 따라 세금 구조가 다른 만큼 유해성분 공개 이후 제품군별 규제와 과세기준을 둘러싸고 업계와 정부, 보건당국의 시각차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개별 제품에서 특정 유해성분이 적게 검출됐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제품의 위해성이 낮다고 단정하거나 이를 곧바로 차등 과세와 연결하는 데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WHO는 담배제품별로 복잡하게 세율을 차등화하기보다 단순하고 일관된 과세체계를 운영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세 부담이 낮은 제품으로 소비가 이동하면서 담배 소비 감소 효과가 약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는 제품별 특성을 과세체계에 반영해야 한다는 담배업계 일각의 주장과는 다른 접근이다.

국내 담배시장에서는 2015년 이후 가격은 사실상 동결된 반면 궐련형 전자담배 등 새로운 제품군의 비중은 빠르게 커졌다. 여기에 제품별 유해성분 데이터까지 처음 공개되면서 향후 담배 규제 논의는 단순한 가격 인상을 넘어 제품군별 규제와 과세체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유해성분 정보가 공개되면 제품별 특성과 차이에 대한 논의도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규제와 과세체계 역시 과학적 근거와 제품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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