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민지·권정두 기자 조한진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및 대학원 장애학과 교수는 ‘국내 최초’ 타이틀을 여럿 가지고 있다. 먼저, 국내 최초의 ‘장애학 박사’다. 우리에겐 낯선 학문 분야였던 ‘장애학과’를 전공해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국내에서 불모지를 개척해나갔다. 대구대학교 대학원에 2018년 국내 최초의 ‘장애학과’가 설립된 것도, 이후 ‘장애학 박사학위과정’이 개설된 것도 모두 조한진 교수 주도하에 이뤄졌다. 또 한국장애학회를 설립해 1·2대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시사위크’는 장애 당사자 학자로서 선구자 역할을 해온 조한진 교수를 만나 장애인의 결혼식 접근성 문제에 대해 물었다. 그가 특히 강조한 건 제도 및 정책의 실효성 있는 실행이었다.
Q. 이번 기획을 진행하면서 분석해보니 여러 장애인 관련 문제 중에서도 결혼식이 특히 더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건 그만큼 그 수가 적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장애인구는 전체 인구의 5% 수준이지만, 후천적 요인이 많다 보니 대부분 중장년층이고 결혼적령기라 할 수 있는 나이대의 장애인은 20만명대 수준으로 나타났는데요. 여기에 여러 가지 여건상 어려움 때문에 결혼과 결혼식을 포기하는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렇습니다. 장애인 결혼에 대한 조사조차 잘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관련 언론보도도 본 기억이 없습니다. 아주 독창적인 주제를 선택한 것 같습니다.
장애인 결혼식 문제가 소외돼있는 이유를 또 다른 측면에서 짚어보자면, 장애인의 교육이나 일자리, 소득, 의료 같은 부문은 정부에서 해야 할, 할 수 있는 역할이 상대적으로 분명합니다. 반면, 결혼은 문화적인 부분이다 보니 그 자체에 대한 정부의 책임이나 역할이 상대적으로 뚜렷하지 않아요. 다른 여러 요소들이 충족됐을 때 이뤄질 수 있는 성격도 크죠.
또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장애인의 결혼이나 장애인과의 결혼에 대한 거부감이 큰 편이에요. 상대적으로 장애인의 교육, 일자리, 소득, 의료 등이 잘 보장된 나라들은 그런 거부감이나 심리적 저항이 덜한데요. 설사 그런 것들이 어느 정도 보장돼있다 해도 편견이 없어지지 않으면 장애인의 결혼은 쉽지 않습니다.”
Q. 각 유형별로 결혼식 경험이 있는 여러 장애인들을 심층 인터뷰했는데요. 정말 다양한, 생각지도 못했던 고충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BF인증(Barrier Free,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심의위원으로 활동한 지 10년이 넘었어요. 그런데 그동안 결혼식장을 심의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민간기관은 BF인증을 받아야 할 의무가 없는데, 결혼식장은 공공시설이 아니고 대부분 민간시설입니다. BF인증을 받아야 할 의무가 없으니 하지 않아요. 그렇다는 건 장애인이 접근하기 힘든 환경이란 걸 역설합니다.
비단 장애인 신랑신부 만의 문제인 것도 아닙니다. 이번 인터뷰 요청을 받은 뒤 결혼식에 갈 일이 있어서 유심히 살펴봤는데요. 제가 만약 혼주라면 하객들이 식사하는 곳을 돌며 인사하는 건 못하겠더라고요. 테이블 사이가 좁아 휠체어로 다닐 수 없으니까요. 또 제가 결혼식에 갈 때면 늘 맨 뒤에서 제대로 보지 못하곤 했어요. 생각해보니 그동안 휠체어 탄 사람이 주례를 선 것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신랑신부는 물론이고, 혼주, 주례, 하객 등의 장애인 접근성도 전부 엉망인 거죠.”
Q. 정보 접근성 문제도 공통적으로 지적된 고충이었습니다.
“미국 같은 곳을 예로 들면, 어떤 관광지나 시설의 홈페이지를 통해 장애인 접근성에 대한 안내가 자세하고 친절하게 돼 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게 돼 있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장애인들은 일일이 전화를 해서 확인해야 합니다.
저도 어디 숙박시설을 이용할 때 가장 첫 번째 기준이 깨끗하거나 그런 게 아니라 접근성입니다. 휠체어로 이용할 수 있게 경사로와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별도로 확인을 꼭 해요. 그런 안내가 홈페이지엔 없어요. 결혼식장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Q. 말씀하신 BF인증 제도도 있고, 장애인 등 편의법(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 있는데도 열악한 이유가 있을까요?
“결혼식장은 규모가 큰 다중이용시설이기 때문에 장애인 등 편의법 적용 대상이 맞습니다. 그런데 맹점이 있어요. 새로 짓거나 증개축하지 않는 한, 기존에 지어진 건물은 예외입니다. 또 장애인 등 편의법 상 기준이 다소 구식이고 부족한 점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엄격한 BF인증은 앞서 말했듯 민간시설은 의무가 아니에요. BF인증은 민간시설이라서 빠져나가고, 장애인 등 편의법은 이미 지어져 있던 건물이어서 빠져나갑니다. 그러니 답이 없죠.”
Q. 개선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근본적인 인식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특히 정책 입안자들이 장애인도 당연히 결혼을 하고, 결혼식에 온다고 생각한다면 그에 따라 필요한 부분들을 신경 쓰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렇지 않아요. 심지어 장애인의 가족들조차도 인식이 부족하거나 잘못된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 본인까지 위축돼 ‘억압의 내면화’가 이뤄지게 되죠.
예전에 장애인 결혼식에 갔다가 신랑신부의 친척 어른이 ‘너희 대에서 끝내라’라고 말하는 걸 보고 얼마나 화가 많이 났는지 모릅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하는 건 기본적인 인권이지 누가 하라 마라 할 게 아닙니다. 그런 시각과 인식부터 바뀌어야 장애인의 결혼이나 결혼식 접근성에 대한 생각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Q. 국가적 차원에선 어떤 변화나 개선이 필요할까요.
“제도나 정책을 만들고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우리의 큰 문제는 실효성입니다. 필요에 의해 어렵게 제도와 정책을 만들고 강화했다면,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해요.
우리나라는 장애인 편의시설 같은 부문에 있어서 책임 주체의 부담을 지나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고려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지만, 문제는 유예기간을 두거나 단계별로 시행하는 식의 해결책을 주로 택한다는 건데요. 그러면 실제 적용되기까지 막 10년씩 기다리게 돼요. 장애인은 당장 불편이 큰데 말이죠.
그런 식으로 늦추기만 하지 유인책은 쓰지 않습니다. 재정적 지원을 하든, 세제 혜택을 주든, 홍보 효과가 있도록 하든 제도나 정책을 따르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건 소극적이에요. 법으로 강제하는 걸 유예해 부담을 줄여준다면 확실한 유인책을 함께 내놓는 등의 조치도 있어야 하지 않나요. 그렇지 않으면 누가 따르겠습니까.
키오스크를 예로 들어볼까요. 키오스크는 장애인 접근성 문제에 있어 대표적인 사례였고, 장애인 차별 금지법(장애인 차별 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개선이 필요했습니다. 장애인들이 어떻게 키오스크를 쓸 수 있게 할지는 시행령으로 넘겼는데, 그 시행령을 만들기 위한 연구 용역을 제가 수행했어요.
결과적으로 연구 용역 결과에 비해 많이 완화된 시행령이 만들어졌고, 2단계에 걸쳐 유예기간도 뒀는데요. 원래대로라면 올해 초 유예기간이 다 끝나고 모든 키오스크를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스마트폰과 연동할 수 있거나 직원이 도움을 줄 수 있으면 괜찮다는 식으로 완화 시켰습니다. 기껏 법을 만들어놓고 결국은 이렇게 되는 겁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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