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투(夏鬪) 청구서 ②] “실적반등·상여금·정년연장”…현대차 파업이 남긴 과제 셋

마이데일리

[편집자주] 하투(夏鬪). 노조와 사측의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집중되며 대규모 파업이 벌어지는 여름철 노동계 투쟁으로, 여기에는 한국 노사관계의 아젠다가 압축돼 있다. 올해 하투를 이끈 대표 아젠다는 ‘영업이익 N% 성과급’이다. 영업이익·순이익에 연동한 성과급 요구가 뉴노멀(새로운 기준)로 자리 잡으면서 기업의 투자 재원 마련과 노노 갈등 해소, 사회적 기여 확대 등에 대한 고민이 더욱 커지고 있다. 마이데일리는 올해 노사 임단협 타결 이후 산업계에 남겨진 부담과 구조적 현안을 짚어본다.

현대자동차 서울 양재동 본사 전경. /현대차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2조3500억원. 현대자동차가 올 여름 전면 파업으로 치른 뼈아픈 대가다. 여기에 최대 쟁점이었던 상여금 800% 인상과 정년연장 건은 확실한 결론 없이 내년 임금 및 단체협상으로 넘어갔다.

현대차가 올해 파업이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은 지금부터다. 파업으로 흔들린 하반기 실적 방어와 결론을 내지 못한 상여금 인상의 매듭 문제, 조건부로 합의한 정년연장 실제 적용 방식 세 가지 난제가 현대차 앞에 놓여 있다.

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중장기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현대차

◇ 하반기 실적, 파업 손실 만회할 수 있을까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실적 회복이다. 업계는 현대차 노조의 12시간 부분파업만으로도 시간당 187억원, 총 2244억원 규모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60시간에 걸친 파업이 마무리된 시점에는 누적 생산·매출 차질이 5만5200대와 2조3500억원 규모로 불어났다.

설상가상 이 시기 현대차 실적도 좋지 않았다. 1분기 영업이익은 미국 관세 영향과 환율, 인센티브 증가 등이 겹치며 전년 대비 30.8% 급감한 2조5147억원에 그쳤다. 미국 관세 영향만 8600억원에 달했다. 상반기 누계 영업이익 역시 5조3656억원으로 전년보다 25.8% 줄었다. 매출은 95조1542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수익성은 뒷걸음질쳤다.

그럼에도 회사는 물러서지 않는 승부수를 던졌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파업이 봉합된 직후인 지난달 26일 열린 ‘2026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부품사 화재와 전면파업으로 생산 차질을 빚었음에도 중장기 판매목표 555만대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오히려 2030년 영업이익률 목표는 9%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신차와 파생모델 100종 이상을 출시하고 생산능력을 127만대 확대하는 계획도 함께 내놨다.

하반기 카드도 이미 꺼내들었다. ‘더 뉴 그랜저’ 하이브리드에 이어 완전변경 모델인 ‘디 올 뉴 아반떼’가 출격하고, 제네시스는 첫 하이브리드 모델과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90’을 라인업에 추가한다.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HMGMA)에서는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와 텔루라이드 생산을 늘려 관세 부담을 일부 상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올해 전면파업과 중동발 악재 등을 감안할 때 연초 제시한 사업계획인 415만대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현대차의 연간 판매량을 전년 대비 2.7% 감소한 402만1000대 수준으로 전망했다. 10년 만의 파업으로 생산에 차질이 발생한 데다 관세와 원자재 가격 부담까지 겹친 상황에서 신차 흥행과 조지아 현지화 전략이 실제 하반기 실적 반등으로 이어질지가 첫 번째 과제로 남아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지난 5월 13일 울산공장 본관 앞 잔디밭에서 올해 임금협상 승리를 위한 전체 조합원 출정식을 개최했다. /뉴시스

◇ 상여금 800%, 내년 다시 테이블에 오른다

두 번째 과제는 상여금 산식이다. 노조는 현행 750%인 상여금을 800%로 올려달라고 요구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채 2027년 단체교섭으로 넘겼다.

올해 타결안은 기본급 10만원 인상과 성과금 400%에 1270만원을 더하고 주식 15주, 복지포인트 5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지난해에는 기본급 10만원 인상과 성과급 450%, 격려금 1580만원, 주식 30주, 재래상품권 20만원 등이 지급됐다. 올해 타결안의 임금·보상 규모가 지난해와 비교해 눈에 띄게 확대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임금 외 요구안은 일부 합의를 봤다. 사측은 손해배상과 가압류 10건을 철회하기로 했다. 해당 규모는 총 213억7000만원에 달한다. 신규채용 500명도 이번 합의안에 포함됐다.

문제는 순이익 30%라는 성과급 산식 자체가 관철되지 않은 채 넘어갔다는 점이다. 노조가 협력업체를 포함해 3조원 규모까지 거론했던 요구가 정액형 타결로 봉합된 만큼 상여금 800% 인상은 내년 교섭에서 미완의 성과급 논의와 맞물려 다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올해 승부수로 던진 신차와 투자 전략이 실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경우 노조로서는 회사의 지급 여력이 커졌다는 논리를 앞세워 압박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실적 회복이 더디다면 회사는 비용 부담을 이유로 맞설 수밖에 없다. 올해 매듭짓지 못한 상여금 문제의 협상 강도 역시 내년 실적 흐름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노사 합의에 따른 비용 부담도 확대됐다.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이번 교섭 결과 조합원 1인당 평균 약 4084만원의 임금 인상 효과가 발생했다. 노조가 요구했던 약 3조원 규모의 순이익 연동 성과급은 최종 합의에서 제외됐지만 임금 인상과 복리후생 확대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차로서는 전동화와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자율주행 등 미래 사업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하는 동시에 하반기 수익성까지 방어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현대차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R&D 비용은 2조38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하며 규모를 늘리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지난 7월 20일 4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이날 오전 근무조 조합원들이 평소보다 4시간 일찍 퇴근해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 정문을 빠져나오고 있다. /뉴시스

◇ 정년연장, ‘휴전’이지 ‘종전’은 아니다

정년연장 안건도 여전히 현대차를 짓누르는 과제로 꼽힌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단협에서 법이 개정되면 임금피크제 확대 없이 정년연장을 즉시 적용한다며 조건부로 합의했다. 임금체계를 어떻게 운영할지는 합의했지만 정작 그 전제가 되는 법 개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정치권 움직임을 보면 이 문제 역시 내년에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는 하반기 정기국회를 분수령으로 보고 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검토안은 2028년 또는 2029년부터 법정 정년을 61세로 올리기 시작해 2년마다 1세씩 높이고, 2037년까지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방식이다. 법정 정년을 늘릴 때마다 퇴직 후 재고용 대상 연령도 함께 올리는 방안이 병행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노사 모두 현재 논의되는 방식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노동계는 단계적 연장보다 즉각적인 일괄 연장을 요구하고 있고, 경영계는 정년연장 자체가 청년 고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실제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는 기업의 70.2%가 법정 정년연장을 가장 부담스러운 노동입법으로 꼽았다.

현대차 노사가 합의한 법이 개정되면 임금피크제 확대 없다는 원칙이 향후 국회를 통과하는 법안의 내용과 얼마나 부합할지도 변수다. 법이 단계적 연장 방식으로 확정될 경우 즉시 적용이라는 합의 문구를 어떻게 해석할지를 두고 노사가 다시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정년연장을 둘러싼 대치가 올해 교섭에서 일단 휴전에 들어갔을 뿐 완전히 끝난 싸움은 아니라는 의미다.

세 가지 과제 모두 결국 ‘내년’이라는 단일한 시점을 향하고 있다. 실적이 살아나면 상여금 압박이 커지고 법이 바뀌면 정년연장 문제가 재점화될 수 있다. 국내 최대 단일 사업장인 현대차가 올여름 겨우 봉합한 청구서가 내년 하투에서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이번 임단협 타결로 당장의 노사 갈등은 봉합됐지만 생산 차질에 따른 비용 부담과 정년연장이라는 중장기 과제까지 해소된 것은 아니다”며 “특히 정년연장이 법제화될 경우 임금체계와 인력 운영을 둘러싼 추가 협상이 불가피한 만큼 현대차 노사가 선제적으로 해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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