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향후 볼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될 것으로 기대하는 플래그십 모델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같은 세단.”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가 차세대 전기 플래그십 세단 ‘ES90’을 두고 한 말이다. 실제로 마주한 ES90은 볼보가 왜 이 차를 ‘SUV에 가까운 세단’이라고 설명했는지 짐작하게 했다. 차체 크기부터 실내 공간, 주행 감각까지 기존 세단과는 결이 조금 달랐다.
17일 서울 코엑스 마곡에서 경기 포천까지 약 60㎞를 ES90을 직접 몰아봤다.
첫인상부터 남달랐다. 차량을 마주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크기’였다. ES90은 세단이지만 한눈에 봐도 차체가 꽤 높고 컸다. 3102㎜에 달하는 긴 휠베이스와 최대 188㎜의 최저지상고 때문이다. 동급 프리미엄 세단 평균보다 약 20% 높은 지상고는 전통적인 3박스 세단보다는 SUV를 떠올리게 했다.
그렇다고 SUV처럼 투박한 느낌은 아니었다. 전면부에는 볼보의 새로운 ‘토르의 망치’ 시그니처 헤드램프가 자리했고 차체 전체는 직선과 간결함을 강조한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으로 정리됐다.
측면에서 바라보면 이런 특징이 더 분명했다. ES90은 전통적인 세단의 트렁크 라인 대신 패스트백 형태의 리프트백 디자인을 적용했다. 덕분에 뒤로 갈수록 완만하게 떨어지는 루프라인이 만들어졌고, 세단의 날렵한 인상도 놓치지 않았다.
공기역학 성능도 챙겼다. 공기저항계수는 0.25로 볼보 라인업 가운데 가장 낮다. 커다란 차체를 갖췄지만 주행 효율을 고려해 디자인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다.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으니 이번에는 실내가 눈에 들어왔다. 슬림한 비율의 경량 디자인과 넓은 우드 데코가 어우러지면서 외관보다 한층 차분한 분위기를 냈다. 나파 레더 소재의 시트도 시승 내내 몸을 편안하게 감싸줬다.
시야 정면에는 9인치 운전자 디스플레이(DIM)가 자리했고, 중앙에는 14.5인치 독립형 센터 디스플레이(CSD)가 세로로 배치됐다. 태블릿을 세워 놓은 듯한 형태다. 센터 디스플레이에는 내비게이션부터 공조, 차량 내 애플리케이션, 엔터테인먼트 등 대부분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다. 터치 반응도 빨라 막힘없이 사용할 수 있었으며, 여기에 티맵 오토와 차량용 인공지능(AI) 플랫폼 ‘누구 오토’, 네이버 차량용 웨일 브라우저, 플로, 유튜브 등 국내 운전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도 탑재해 편의성을 높였다.
본격적으로 가속페달을 살짝 밟자 차체가 지체 없이 앞으로 나갔다.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인 응답성이 그대로 느껴졌다. 도심을 빠져나와 고속도로에 올라선 뒤에는 속도를 높여봤다. 경쾌한 가속감이 느껴졌지만, ES90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의외로 ‘빠르다’는 느낌보다 ‘부드럽다’였다.
방지턱을 넘을 때 차체가 크게 출렁이지 않았고, 급제동을 했을 때도 차가 앞으로 쏠리는 느낌이 크지 않았다. 다시 가속페달을 밟아 속도를 올리는 과정에서도 차체 움직임이 비교적 매끄럽게 이어졌다.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의 영향도 컸다. 주행 설정은 부드러움·표준·단단함으로 조절할 수 있어 맞춤별로 조작이 가능했다.
ES90의 주행 모드는 스탠다드, 퍼포먼스, 레인지, 오프로드 등 4가지로 구성됐다. 실제 시승에서는 기본 설정을 중심으로 주행했는데, 울퉁불퉁한 도로를 지날 때 노면 충격을 상당 부분 걸러주는 느낌이었다. 속도를 더 높이기 위해 퍼포먼스 모드로 바꾸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가속 반응이 한층 즉각적으로 바뀌면서 차체가 민첩하게 움직였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편안함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필요할 때는 충분히 힘을 끌어낼 수 있는 구성이다. 이외에도 레인지 모드에서는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춰 온도 조절 시스템이나 AWD 등 일부 기능을 제한한다. 오프로드 모드는 시속 40㎞/h 이하에서 사용할 수 있다.
성능은 트림별로 차이가 있다. 싱글 모터 익스텐디드 레인지는 최고출력 333마력(245㎾), 최대토크 49.0㎏·m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6.6초가 걸린다. 트윈 모터는 최고출력 456마력(335㎾), 최대토크 68.4㎏·m로 5.4초 만에 시속 100㎞까지 가속한다. 최상위 트윈 모터 퍼포먼스는 최고출력 680마력(500㎾), 최대토크 81.1㎏·m를 발휘하며 4.0초 만에 시속 100㎞에 도달한다.
주행하면서 또 하나 크게 체감된 부분은 정숙성이었다.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높였는데도 외부에서 들어오는 소리가 크지 않았다. 풍절음 역시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동승자와 대화를 나누는 데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실제 도심 테스트 주행에서는 약 55dB가 측정됐다. 일반적인 대화가 약 60dB, 조용한 사무실이나 가정집 거실이 약 50dB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조용한 수준이었다.
정숙성은 음악을 들을 때 더 잘 드러났다. ES90에는 바워스앤윌킨스 하이 피델리티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됐다. 특히 ‘애비 로드 스튜디오 모드’를 켜자 음향의 공간감이 달라졌다. 스튜디오 컨트롤 룸처럼 소리가 가깝게 들리는 설정부터 라이브룸처럼 넓게 퍼지는 느낌까지 선택할 수 있었다. 돌비 애트모스의 첨단 서라운드 사운드 프로세싱 역시 외부 소음이 억제된 실내에서 음원에 집중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줬다.

주행을 마친 뒤에는 ES90의 공간 활용성을 직접 확인해봤다. 2열을 접으면 최대 1445ℓ의 적재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숫자만 보면 감이 잘 오지 않았지만 실제로 짐을 넣어보니 차이가 분명했다.
26인치 캐리어 한 개를 먼저 넣고 24인치 캐리어 두 개를 추가했다. 여기에 20인치 캐리어와 20인치 플랩 캐리어, 토트백과 보스턴백까지 차례로 넣었다. 공간을 이리저리 나눠가며 짐을 배치해야 했지만 모두 트렁크 안에 들어갔다.
세단의 외형을 갖췄지만 적재공간만큼은 SUV를 연상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볼보가 ES90을 단순한 대형 세단이 아니라 세단과 SUV의 경계를 넘나드는 모델로 내세우는 이유를 체감할 수 있었다.
전기차인 만큼 주행거리와 충전 성능도 살펴볼 부분이다. ES90에는 자체 개발 배터리 관리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800V 시스템이 적용됐다. 106kWh 배터리를 탑재한 트윈 모터 모델은 급속 충전 시 10%에서 80%까지 약 22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유럽 인증(WLTP) 기준 최대 주행거리는 706㎞다. 국내 인증 기준 106kWh 배터리를 탑재한 사륜구동 모델의 복합 주행거리는 520㎞이며, 도심에서는 548㎞, 고속도로에서는 486㎞다.
ES90은 볼보의 차세대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전략에서도 중요한 모델이다. EX90에 이어 엔비디아, 퀄컴 등과 공동 개발한 차세대 전기·전자(E/E) 아키텍처 ‘휴긴 코어’를 기반으로 한다.
엔비디아 오린 기반 코어 컴퓨터와 퀄컴 스냅드래곤 기반 사용자 경험 컴퓨터(DHU)가 차량의 주요 기능을 처리한다. 초당 254TOPS 이상의 연산 성능을 바탕으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지원해 차량 기능과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했다.
주행 중 안전 기술도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ES90에는 5개의 카메라와 5개의 레이더, 12개의 초음파 센서로 구성된 첨단 센서 세트가 적용됐다. 차량 주변 상황을 360도로 실시간 감지하고 실내 센서와 결합해 운전자의 주의 수준에 따라 필요한 지원을 제공한다.
가격도 ES90의 경쟁력을 좌우할 요소다. 국내 판매 가격은 싱글 모터 익스텐디드 레인지 플러스가 7294만원부터, 트윈 모터 플러스가 7960만원부터다. 볼보차코리아는 국내 가격이 유럽 주요 시장보다 5000만원 이상 낮게 책정해 소비자 접점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