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윤혁 기자 정부는 16일 임신중지 약물 ‘미프진’의 국내 도입을 공식화했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7년 만이다.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여성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적절한 조치라는 반응이 나오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충분한 안전성 검증과 법적 기준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임신중지 약물이 7년의 공백 끝에 도입되는 배경과 그동안의 입법 경과, 찬반 양측이 제기하는 주요 쟁점을 짚어본다.
Q. 미프진은 그동안 왜 국내에 도입되지 못했는가.
A. 가장 큰 이유는 임신중지와 관련한 법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관련 조항은 2021년부터 효력을 잃었다. 이후 국내에서는 임신중지 약물의 제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임신중지 방법으로 수술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속 입법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에서도 약물에 의한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실제 2021년 현대약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처음으로 미프진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당시 식약처는 임신중지 약물의 허가·사용과 관련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품목허가를 진행하지 않았다.
Q. 미프진 도입 논의가 본격화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임신중지 약물 도입이 미뤄지는 사이 해외 직구 등을 통해 약물이 유통되면서 이에 따른 안전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필요한 사람들이 암암리에 해외에서 약물을 구해 복용하는 사례가 이어진 것이다. 실제 식약처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적발된 임신중지 의약품의 온라인 불법 판매 및 알선·광고 건수는 총 3,189건에 달한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14일 국무회의에서 임신중지 약물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필요한 여성들이 해외 직구를 통해 복용해 사고가 난다”며 “이렇게 방치하는 게 옳지 않은 것 같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후 정부는 관계 부처 간 협의를 거치며 임신중지 약물의 국내 도입 방안 논의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원민경 성평등가족부장관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번 도입이 ‘생애과정별 여성의 성과 재생산 건강권 보장’이라는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 후 1년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더 이상 논의를 미룰 수 없다는 데 여러 부처가 뜻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Q. 미프진 도입에 어떤 기대와 반응이 나오고 있는가.
A. 그동안 미프진 도입을 주장해왔던 측에서는 여성의 건강권과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특히 그동안 국내에서 임신중지 약물을 정식으로 사용할 수 없었던 만큼, 검증되지 않은 경로로 약물을 구해 복용하는 오남용 사례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임신중지 약물을 국가 차원의 의료체계 안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임신 주수와 산모의 건강 상태 등을 전문 의료진의 진료와 처방을 거쳐 확인한 뒤 약물을 복용한다면, 약물 복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도 보다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여성의 자기결정권 측면에서도 환영할 만한 변화라는 반응이 나온다. 그동안 수술에 의존했던 임신중지를 약물을 통해서도 할 수 있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Q. 미프진 도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없는가.
A. 일각에서는 임신중지 약물의 안전성에 대한 객관적 검증과 법적 기준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반발이 나온다. 임신중지 약물 사용은 정확한 진단과 응급의료 대응, 사후관리 등이 필요한 중대한 의료행위인 만큼, 관련 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입할 경우 의료현장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미프진 도입 자체를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입법 공백을 행정 지침만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임신중지 약물의 처방·조제·투약과 부작용 보고 기준을 비롯해 과다출혈이나 불완전유산 등 합병증에 대비한 후속 수술 및 응급의료 연계 체계도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 현재와 같은 입법 공백 속에서 약물이 도입될 경우, 이를 처방하는 의료인이 법적 책임 문제에 놓일 수 있다며 의료인의 법적 보호 방안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결국 환자 안전과 의료인의 법적 보호를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망을 먼저 마련해야 안전하고 실효성 있는 약물 도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종교계는 국가가 임신중지를 제도화하는 것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는 비판했다. 특히 고위험 의약품으로 분류되는 임신중지 약물을 도입하는 것은 태아의 생명뿐 아니라 여성의 건강권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신중지 약물 도입에 앞서 위기 임신 여성을 위한 상담과 주거·생계·돌봄 지원 등 사회적 안전망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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