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도전략실' 띄운 부산시…해운기업 지원은 여전히 '미흡'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부산시가 오는 23일 해양수도전략실을 신설한다. 기존 해양농수산국을 실 단위로 격상해 북극항로를 비롯한 해양수도 정책을 총괄하도록 한 민선 9기 첫 조직개편이다.

시가 제출한 조직개편안은 지난 11일 부산시의회 심의를 통과했다. 핵심은 해양수도전략실 신설이다. 기존 해양농수산국의 업무를 조정해 실 단위 조직으로 격상하고, 북극항로 개척 등 해양수도 정책을 총괄한다.

그러나 조직의 간판을 바꾸고 몸집은 키웠지만 이를 움직일 전문성과 실행력은 채우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전재수 시장을 보좌할 해양 전문 특보, 업계 목소리를 정책으로 연결할 직속 소통창구도 없는 상태다. 해운기업과 직원을 끌어당길 지방정부 차원의 지원조차 불분명하다. 

앞서 해양수도 예산에서도 해운기업과 직원의 정착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부처와 기업의 주소지만 부산으로 옮겼을뿐, 사람과 산업을 불러들일 현실적인 유인책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양수도전략실 신설…해운업계 "누구와 정책 논의하나"

물론 해양전략실 조직 격상은 한발 나아간 조치다. 그러나 해운·해양산업은 행정조직 하나로 다룰 수 없다. 선사 경영과 선박금융, 용선·운항, 해상보험, 국제계약, 선원, 조선·기자재 산업을 함께 묶어야 한다.

특히 시장 직속 해양 전문 특보나 해운업계와 직접 정책을 논의할 창구는 이번 개편에도 보이지 않는다. 전략실이 해수부와 부산항만공사, 한국해양진흥공사, 금융기관과 선사 간 협의를 얼마나 주도할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A 해운사 관계자는 "시가 해양수도를 목표로 한다면 시장 직속 특보나 정책을 기획·조정할 자리가 필요하다"며 "업계가 현안을 들고 누구와 논의해야 할지 분명한 소통창구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선사·직원 지원과 해운기업 유치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며 "조직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업계가 체감할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해수부 직원 771억원…해운기업은 자체 지원에 맡겨

이전에 따른 지원도 공무원과 민간기업 사이에 차이가 크다. 시는 해수부 공무원과 가족의 정착을 위해 4년간 771억원 규모의 지원책을 마련했다. 부산 양정동에 아파트 83호와 오피스텔 17호 등 관사 100호를 확보했다.

직원과 동반 가족에게 1인당 400만원의 이주정착금, 직원에게는 월 40만원의 정착지원금을 최장 4년간 제공한다. 자녀 장학·양육비와 출산지원금, 부동산 중개·등기수수료도 지원한다.

시가 추산한 3인 가족의 현금성 지원액은 4670만원이다. 현재까지 지급된 이주정착금만 41억여원에 이른다.

반면 해운기업과 직원에게 시가 확정해 집행한 별도 지원은 없다. HMM은 시에 기업 세제 혜택과 직원 주거·복지 지원을 공식 문의했다. 시 관계자는 "해수부와 비슷한 항목을 담은 인센티브안을 사측에 전달했다"고 밝혔으나 지원 규모와 대상, 예산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에 HMM은 부산 근무 직원에게 주거비와 교육비, 정착금 등 회사 차원의 지원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HMM 한 관계자는 "회사 지원책이 구체화하면 일부 육상직원은 부산 근무를 희망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시가 해운기업 직원에게 별도로 제공하기로 확정한 지원은 현재까지 공유된 바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본사 이전도 아직 주소 변경 수준에 머문다. HMM 육상직원 1000여명 중 부산 배치 인력은 100여명, SK해운은 200여명 중 70명 안팎이다. 두 회사 전체 육상직원의 15%에도 못 미친다.

◆3차 추경 해양분야 1379억원 중에 조선·해운 직접 예산 '71억원' 불과

해양수도 예산은 해운기업과 직원의 정착보다 기존 건설·문화·클러스터 사업에 집중됐다. 시가 편성한 2026년도 제3차 추가경정예산 6374억원 가운데 '해양수도 부산' 분야에는 1379억원이 배정됐다.

이 가운데 △명지녹산 소부장특화 AX 실증산단 26억원 △차세대 해양모빌리티 글로벌 인증지원센터 29억원 △중소조선 함정 MRO 16억원 등 조선·해운·해양모빌리티 관련 사업은 총 71억원이다. 해양수도 분야 예산의 5.2%에 불과하다.

반면 부산오페라하우스에는 437억원, 해양·AI 클러스터에는 681억원이 편성됐다. 문화와 AI 역시 필요한 사업이지만, 정작 해양수도의 산업 기반이 될 선사 이전과 직원 정착, 선원 일자리, 해양금융·보험·법률 분야는 추경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항만은 부산에, 사람과 결정권은 서울에···해양수도전략실 첫 시험대

글로벌 선급·인증기관인 노르웨이 DNV와 메논경제연구소는 세계 해양도시를 △해운 중심지 △해양금융·법률 △해양기술 △항만·물류 △도시 경쟁력 등 5개 분야로 평가한다.

2024년 발표에서 싱가포르와 로테르담, 런던, 상하이, 오슬로가 종합 1∼5위를 차지했다. 이들 도시는 항만뿐 아니라 선사와 선박금융·보험·중개·법률기관을 함께 갖추고 있다.

부산은 해양기술 부문에서는 세계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선사 경영과 금융·보험, 계약과 운항의 결정권은 여전히 수도권에 몰려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부산시의 해양 분야 예산은 미미한 수준으로, 조직 신설만으로 해양수도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며 "과연 이를 실행할 역량과 의지가 있는지는 앞으로 내놓을 정책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수부 이전은 해양수도의 출발점일 뿐이다. 새로 출범하는 해양수도전략실이 산하기관과 선사, 금융·보험·법률산업을 부산에 담아낼지 첫 시험대에 올랐다. 이를 산업 집적으로 이어가지 못하면 '해양수도'는 중앙부처 청사 하나 옮겨놓은 정치적 구호로 끝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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