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17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명동본점 지하 식품관. 평일 낮 시간임에도 매장 한쪽에 늘어선 줄은 줄어들 기미가 없었다. 백화점 지하 식품관에서 유일하게 전용 대기 라인이 설치된 이곳은 생과일 찹쌀떡 브랜드 ‘한정선’ 매장이다. 족히 50명이 넘는 인파가 순서를 기다렸다.
줄을 선 이들은 2030세대부터 외국인 관광객까지 다양했다.
대만에서 온 관광객 A씨는 "SNS에서 보고 명동에 온 김에 꼭 사 가려고 줄을 섰다"며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줬다.
직장인 B(27)씨도 "이전에 먹어본 요거트가 들어간 찹쌀떡이 맛있었다"며 "개당 6000원 안팎이라 가격은 비싸지만 추석 선물용으로 주면 좋아할 것 같아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 한지 포장, 과일 단면이 부른 인증샷 행렬
기존 전통 찹쌀떡이 팥소와 쫀득한 식감에 집중했다면, 한정선은 딸기·샤인머스켓·통귤·골드키위 등 생과일에 요거트와 젤라토를 조합했다.
알록달록한 한지 느낌의 포장을 벗기고 떡을 반으로 잘랐을 때 드러나는 과일 단면은 비주얼을 중시하는 2030세대의 SNS 인증샷 욕구를 자극했다.
‘희소성’도 흥행에 불을 붙였다. 성수동 본점을 시작으로 서울 주요 상권 7개 매장만 운영하며 택배나 퀵 배송은 받지 않는다. ‘현장에 줄을 서야만 살 수 있다’는 조건이 역설적으로 대기줄을 더 길게 만드는 동력이 됐다. 24시간 운영되는 서울역 매장은 여행객 수요까지 흡수하고 있다.

◇ 편의점 15분 완판…포장지 당근거래 해프닝까지
오프라인 매장에서 시작된 인기는 편의점 채널로도 옮겨 붙었다. GS25가 지난달 말 강남 GS타워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한정선과 협업해 선보인 ‘한정선 요거트 찹쌀떡’은 사전 판매 15분 만에 준비 물량이 모두 동났다.
이달 3일부터 전국 매장으로 판매를 확대하자 출시 첫날에만 10만개가 판매됐다. GS25가 출시한 역대 아이스크림 신상품 중 첫날 최고 매출 기록이다. 판매 13일째인 16일 기준 누적 판매량은 40만개를 넘어섰다. 점포 입고 물량이 그때그때 소진되며 판매율 100%를 기록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최근 한정선 찹쌀떡을 먹고 남은 포장지와 이를 접어 만든 종이학 등이 중고거래 플랫폼에 수만원에서 최고 10만원까지 올라오며 화제가 됐다. 다만 이는 식품 거래를 제한하는 중고거래 플랫폼 규정을 피해 찹쌀떡 자체에 프리미엄을 붙여 거래하려는 우회 수법으로 밝혀졌다.

◇ 탕후루·두쫀쿠와 다를까…K-디저트의 경쟁력
유통업계는 이번 퓨전 떡 열풍을 단순한 유행으로만 보지 않는다. 탕후루와 두바이 초콜릿 등 최근 디저트 유행은 특정 재료와 강한 비주얼을 앞세워 빠르게 확산했지만, 짧은 기간에 수요가 꺾이는 양상을 보였다.
떡은 사정이 다르다. 전국에 걸친 생산 기반과 다양한 지역 브랜드를 갖추고 있고, 명절·행사·선물 수요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한때 유행 상품을 넘어 하나의 디저트 카테고리로 자리 잡을 여지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롯데백화점 본점과 잠실점의 7∼8월 떡 상품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0% 증가했다.
최근 디저트 소비에서는 제품 자체뿐 아니라 ‘새로운 브랜드를 먼저 발견해 직접 찾아가 구매했다’는 경험도 구매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한정선은 제한된 판매처와 독특한 제품 비주얼을 통해 이 같은 소비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같은 흐름은 광주 창억떡 등 전국 유명 떡집을 직접 찾아가는 ‘떡지순례’로도 확산하고 있다. 백설기 위에 토마토소스와 치즈, 페퍼로니 등 피자 토핑을 올린 ‘피자설기’ 같은 새로운 아이템도 오픈런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에게는 남들보다 빠르게 새로운 브랜드를 경험하고 이를 SNS 등에 공유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소비 가치가 되고 있다”며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떡·약과·한과 등 전통 간식을 활용한 협업 제품과 팝업 행사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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