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절친 영하(강기영 분)의 현실적인 쓴소리와 동생 예린(김시아 분)의 든든한 지원에도 면접에서 떨어지기 일쑤인 취업 준비생 석환(구교환 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면접을 망치고 집으로 돌아온 그날 밤, 석환은 낯선 이들의 습격을 받고 목숨을 잃는다.
죽은 지 72시간 뒤, 아무렇지 않게 눈을 뜬 석환은 죽어도 다시 부활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의 존재를 알아챈 의문의 인물 블랙(신승호 분)의 추격이 시작된다. 하지만 석환은 부활을 거듭하며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 “걱정 마. 나는 죽어도 다시 살아나니까!”
영화 ‘부활남: 더 레드’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유일한 스펙인 취업준비생 석환이 죽은 뒤 72시간이면 부활하는 능력을 갖게 되면서 의문의 추격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 ‘독전 2’ 등의 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웹툰 ‘부활남’을 원작으로 한다.
단점이 분명한 작품이다. 익숙한 이야기와 다소 어색한 CG, 과하게 느껴지는 액션까지 눈에 밟히는 지점이 많다. 그럼에도 재미있다. 군더더기 없이 빠르게 달리는 전개와 개성 강한 캐릭터, 이를 생생하게 살려낸 배우들의 힘이 이러한 단점을 충분히 상쇄한다. 신나게 웃고 즐기다 보면 어느새 끝에 닿고 작은 여운까지 남긴다. 기분 좋게 극장을 나설 수 있는, 꽤 매력적인 오락영화다.
먼저 이야기 자체는 새롭지 않다. 제목이 스포인 핵심 설정부터 평범한 인물이 특별한 능력을 깨닫고 강력한 적과 맞서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며 성장하는 과정은 익숙하다. 초능력자를 둘러싼 추격과 대결에서는 영화 ‘마녀’ 시리즈나 마블 히어로물이 떠오르기도 한다. 석환이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이를 점차 자유자재로 활용하게 되는 과정 역시 예상 가능한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액션도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죽을수록 강해지는 석환의 초인적인 힘을 보여주기 위해 CG와 VFX가 상당 부분 활용되는데 완성도가 고르지 못하다. 특히 움직임의 규모가 커질수록 실사와 CG 사이의 이질감이 두드러지고, 과장된 표현 탓에 생생한 타격감보다는 만화적인 인상이 강하게 남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이 영화의 재미를 가로막지는 않는다. 약점들을 잠시 잊게 만드는 힘이 ‘부활남: 더 레드’에 있다. 가장 큰 무기는 군더더기 없는 전개와 속도다. 구구절절한 서사나 설명을 덜어내고 인물들의 대화와 장면 전환만으로 상황을 이해시키며 이야기를 빠르게 이어간다. 그렇다고 필요한 과정까지 건너뛰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만큼 보여주고 과감하게 다음으로 향하는 영리한 선택이 쉽고 경쾌하게, 거침없이 달리는 이 영화만의 리듬을 완성한다.
배우들의 힘도 상당하다. 그 중심에는 단연 구교환이 있다. 낯설지 않은 서사에 구교환이라는 배우의 색깔이 입혀지니 색다른 재미가 생긴다. 특유의 생활 연기와 엉뚱한 매력,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개성이 석환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아는 맛도 새롭고 더 맛있게 느껴진다.
강기영은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유연하게 치고 빠지는 호흡으로 웃음을 책임진다. 특히 구교환과 붙었을 때 강점이 극대화된다. 만나기만 하면 티격태격하는 현실 친구의 모습을 능숙하게 그려내며 높은 웃음 타율을 보여준다.
김시아는 오빠보다 어른스럽고 야무진 동생 예린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겉으로는 석환을 한심하게 여기고 퉁명스럽게 대하지만 그 누구보다 오빠를 걱정하고 믿는 마음을 과하지 않게 표현한다. 구교환과 만들어낸 현실 남매의 호흡도 자연스럽다. 강기영과 구교환의 호흡이 웃음을 만든다면 김시아와 구교환은 가족애로 신나게 달리는 이야기에 따뜻한 감정을 얹는다.
블랙으로 분한 신승호도 제 몫을 해낸다. 묵직한 카리스마로 빌런의 존재감을 세우면서도 그 안에 자리한 상처와 불안까지 품어 단조롭지 않은 인물을 완성한다. 영어와 일본어 연기도 흠잡을 데 없다. 특유의 낮고 깊은 목소리, 이른바 ‘동굴 보이스’의 강점을 유감없이 발휘해 인물의 무게감을 더한다.
배우들의 호연이 빚어낸 관계성 역시 영화의 매력을 높인다. 석환을 중심으로 얽힌 영하·예린·블랙과의 관계가 저마다 다른 색깔로 살아 움직인다. 오랜 친구 영하와는 유쾌한 웃음을 만들고, 하나뿐인 동생 예린과는 따스한 가족애를 쌓는다.
블랙과의 관계는 한층 복잡하다. 서로를 위협하고 맞서는 적이지만 같은 처지에서 비롯된 묘한 동질감이 흐르고, 애정과 미움, 연민과 원망이 뒤섞인 듯한 감정이 둘 사이를 오간다. 어느 하나로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려운 이 관계가 단순한 선악 대결 이상의 재미를 만든다. 무엇보다 이 모든 관계가 억지스럽지 않게 맞물린다는 점이 좋다.
관객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 영화다. 복잡하게 생각하거나 이야기를 곱씹을 필요 없이 그저 흐름을 따라 웃고 즐기면 된다. 그렇다고 마냥 가볍게 휘발되는 것은 아니다. 석환이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과 그를 둘러싼 관계에서 피어나는 온기가 한 방울의 여운을 남긴다. 러닝타임 101분, 오는 3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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