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넘지 말아야 할 ‘정치의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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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김윤혁 기자  지난 8월 13일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은 5·18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으로 심판대에 섰다. 이 의원이 개최한 ‘5·18 재조명 국회공개포럼’에서 5·18 왜곡·폄훼성 발언이 잇따라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토론회에는 극우 성향 시민단체 ‘새역사국민운동’ 이영훈 공동대표와 5·18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비서실장이었던 허화평 씨 등이 참석했다.

이 의원은 논란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정면 돌파로 맞섰다. 그는 “5·18은 성역이 아니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선 안 된다”는 등의 주장을 내놓으며 자신의 행보를 정당화했다. 급기야 법원이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내린 5·18 유공자 명단과 공적 정보를 공개하는 법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의 마이웨이에 국민의힘마저 “부적절한 행위였다"며 선을 그었다. 이후 국회 본회의에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이 통과됐다. 지난 6·3 재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지 석 달도 채 되지 않아 맞닥뜨린 불명예였다. 당시 결의안 투표에는 국민의힘 의원들도 일부 참석해 찬성표를 던졌다.

5·18 소환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9월 10일 이 의원은 국회에서 ‘국민이 심판한다! 국민대회’라는 이름의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5·18 북한군 개입설 등 근거 없는 음모론이 난무했다. 이 의원 역시 5·18 유공자 명단 공개를 재차 꺼내 들었다. 국회사무처는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5·18에 대한 역사 왜곡과 명예훼손이 반복됐다”며 유감을 표했다.

논란의 여진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의원은 자신을 비판한 민주당 인사들을 잇달아 고소·고발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15일에는 민주당 법률위원회와 전남광주특별시 지역 국회의원들이 이 의원을 ‘5·18민주화운동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 한 사람으로 촉발된 5·18 논쟁이 한 달이 넘도록 정치권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의원은 왜 5·18을 다시 정치의 한복판으로 끌어올리려 하는가. 물론 그의 말처럼 5·18이라고 해서 토론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말할 표현의 자유 역시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는 것과 무엇을,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말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국회는 개인의 이념을 펼치는 공간을 넘어 민의가 모이는 헌법기관이다. 이 의원은 개인의 자격을 넘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 그 안에 있다. 그렇기에 그의 말과 행동에는 그만한 무게와 책임이 따른다. 그렇다면 이 의원이 지금 시점에서 5·18을 소환하는 것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지, 또 무엇을 남기려는 것인지에 대해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설명도 필요하다.

상당한 역사적 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사법적 단죄가 이뤄진 과거사를 다시 정치의 전면에 세우는 것이 국민의 삶과 국익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자신의 발언과 행보가 사회에 어떤 갈등과 상처를 남길지에 대한 고민은 충분했는가. 오늘날 자신이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권리가 그들의 희생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존중하고 있는가. 정치인은 이 같은 질문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치는 때때로 과거를 소환한다. 과거를 들여다보고 잘못을 바로잡거나 그 안에서 오늘의 문제를 풀어갈 지혜를 찾는 것은 응당 정치의 역할이다. 그러나 정치적 필요에 따라 과거를 입맛에 맞게 꺼내 들어 갈등과 분열의 불씨를 키우는 것은 정치가 결코 넘지 말아야 할 선이다. 그 선 앞에서 정치가 어디에 서야 하는지, 정치권 모두가 자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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