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준호 칼럼니스트] 라운드를 마치고 정산서를 받아 든 골퍼의 표정이 묘하게 굳는 때가 있다. 그린피 옆에 붙은 카트비 때문이다. 요즘 골프장에는 팀당 20만 원 안팎을 받는 '리무진 카트'가 빠르게 늘고 있다. 6인승에 가죽 시트, 통풍과 열선은 기본이고 USB 충전 포트에 냉·온 컵홀더까지 갖췄다. 이쯤 되면, 주차장에 세워 둔 필자의 차보다 코스에서 타는 카트가 더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그런데 이 카트를 앞다퉈 들이는 쪽이 뜻밖에도 세제 혜택을 받는 '대중형' 골프장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 조사를 보면, 20만 원짜리 리무진 카트를 도입한 대중형 골프장은 97곳으로 회원제(62곳)보다 많다. 도입 골프장은 2023년 28곳에서 올해 159곳으로 3년 새 다섯 배 넘게 불었고, 그 가운데 40%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대중을 위한다는 골프장이 고급 카트로 앞장서 역주행하는 모습이다.
사실 카트비는 골퍼들의 불만이 유독 큰 대목이다. 골프 비용을 다룬 기사마다 댓글창에 '카트비가 과하다'는 성토가 빠지지 않는다. 코스 관리와 인건비가 드는 그린피는 그러려니 해도, 카트 한 대에 왜 십수만 원을 더 얹느냐는 물음 앞에서는 말문이 막힌다. '치는 값보다 타는 값이 더 아깝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코스를 도는 이동 수단으로서 카트의 값어치는,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걸까.
이 물음이 답하기 어려운 이유는 따로 있다. 대중형 골프장은 세제 혜택을 받는 대신 요금을 일정 기준 아래로 관리하도록 한 곳이다. 문제는 그 '요금'의 범위다. 대중형 지정의 잣대는 오직 입장료, 곧 그린피뿐이다. 라운드마다 따라붙는 카트비와 캐디피는 그 잣대 바깥에 있다. 제도는 '입장하는 값'을 보지만, 골퍼는 '한 라운드를 끝내는 값'을 낸다.
이는 규제의 판단 기준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판단 기준이 입장료이기 때문에 카트비를 과도하게 받는다고 해서 대중형 지정을 취소하는 것까지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요금 표시 의무만 봐도 그렇다. 입장료와 카트비는 표시 대상이지만, 캐디피는 개별 사업자의 몫이라는 이유로 법정 표시 의무에서 아예 빠진다. 골퍼가 실제로 치르는 비용의 상당 부분이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부대비용이 '선택'이 아니라는 데 있다. 팀당 캐디피는 어느새 15만 원이 표준이 됐고, 18홀 이상 골프장 넷 중 셋이 이 수준이다. 카트비도 팀당 10만 원 안팎이다. 캐디를 고를 수 있는 골프장이 대중형의 절반 안팎까지 늘었다지만, 상시로 운영하는 곳은 여전히 적다. 선택권이 없다면, 사실상 그린피에 붙는 의무비용이다. 지난해 국회에서 캐디 동반을 강제하는 표준약관을 손봐 달라는 요구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접수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린피를 관리하는 장치마저 촘촘하지 않다. 기준을 '평균 요금'으로 산정하는 탓에, 2025년 조사에서도 18홀 이상 대중형 골프장의 22.6%가 주중 기준 그린피를 넘겼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 그린피에서 드러난 제도의 빈틈이, 카트와 캐디에서는 아예 규제 밖으로 넓어지는 셈이다.
'대중형'이라는 간판이 헐거워진 데는 세금의 그림자도 있다. 제도가 묘한 유인을 만들기 때문이다. 비회원제 골프장의 보유세 부담은 대중형보다 훨씬 무겁다. 강원의 한 골프장은 종합부동산세로만 17억 원을 냈는데, 대중형이었다면 4억 원이 채 안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만한 차이라면, 고급 서비스는 그대로 둔 채 간판만 '대중형'으로 바꿀 유인이 생긴다.
고급화를 떠받치는 수요도 뚜렷하다. 2024년 골프장에서 사용된 법인카드는 2조585억 원으로, 전체 골프장 매출의 28.5%에 달했다. 리무진 카트가 수도권에 몰린 것과 직접적인 인과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한국 골프에서 기업 수요가 여전히 적지 않다는 점은 이 고급화 경쟁을 이해할 때 빼놓기 어렵다.
정작 시장은 쪼그라들고 있다. 전국 골프장 이용객은 3년 연속 줄어 지난해 4641만 명까지 내려왔다. 그런데도 카트비 부담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카트만 떼어 봐도 속내는 더 분명하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전동카트 구입비를 대여료 매출만으로 계산하면 반년 안팎에 회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런 장비에 적지 않은 대여료를 붙이고, 그 위에 두 배 비싼 리무진 카트까지 얹는데도, 골퍼가 체감하는 서비스가 그만큼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리무진 카트가 있다는 것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더 편한 서비스를 원하는 골퍼가 더 내고 고르면 된다. 문제는 고르지 않을 자유가 있느냐다. 10만 원짜리 일반 카트와 20만 원짜리 리무진 카트를 나란히 두고 선택하게 하는 것과, 고급 카트만 들여놓고 모두에게 비용을 나눠 지우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대중형에 필요한 것은 획일적인 저가가 아니라, 최소한의 저렴한 선택지다.
그렇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 출발점은 분명하다. 세제 혜택의 잣대를 그린피 하나에만 두지 말고, 카트와 캐디 같은 부대비용까지 함께 보는 것이다. 마침 대중형 지정은 3년 단위로 이뤄지고, 이후 재지정 심사를 받는다. 이 심사를, 상한 산정 방식을 '평균'에서 실제 부담 중심으로 바꾸고 부대비용까지 함께 반영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고급 카트를 막자는 게 아니다. 대중형인지 가릴 때는 그린피 하나가 아니라, 이용자가 고르지 않아도 반드시 치러야 하는 '최소 라운드 비용'을 봐야 한다. 그린피에 피할 수 없는 카트비와 캐디피를 더한 값이다. 리무진 카트처럼 스스로 고른 몫까지 넣을 이유는 없다. 가장 싸게 치려 해도 얼마를 반드시 내야 하느냐, 그것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선택권을 넓히는 것이 서비스의 후퇴를 뜻하지도 않는다. 캐디 구인난과 인건비 상승이 현실인 만큼, 노캐디와 셀프 플레이를 넓히고 거리 안내와 경기 진행을 돕는 스마트 카트 같은 기술을 함께 쓰면 인력 부담은 줄이면서 이용자의 선택지는 늘릴 수 있다. 중요한 건 모두에게 비싼 서비스를 묶어 파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서비스를 골라 그만큼만 내게 하는 것이다.
대중형 골프장에 세제 혜택을 준 취지는 단순했다. 문턱을 낮춰 더 많은 사람이 골프를 누리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세제 혜택을 받는 골프장에서 20만 원짜리 카트가 저렴한 선택지를 밀어낸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대중형'이라는 이름에 혜택을 주고 있는 걸까. 대중형의 기준은 입구에 붙은 그린피가 아니라, 골퍼가 18홀을 마치고 지갑에서 실제로 꺼낸 돈이어야 한다.

이준호 스윙다인 아카데미 대표/KPGA PRO(Class A)
※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참고: 한국레저산업연구소 '국내 골프장 리무진 카트 도입 현황'과 카트비·캐디피·그린피, 전동카트 대여료 회수 관련 자료(2025~2026), 문화체육관광부 대중형 골프장 지정 고시·이용요금 표시관리 기준(2023 시행) 및 지정·재지정과 요금 표시 대상 관련 자료, 대중형 골프장 주중 기준 그린피 초과 현황 관련 보도(2025), 골프장 이용 표준약관 개정 요청 관련 국회·공정거래위원회 자료(2025), 노캐디·캐디선택제 운영 현황 및 스마트(자율주행) 카트 관련 자료, 골프장 법인카드 사용액(2024년 기준) 관련 국세 통계 보도,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전국 골프장 이용객 현황(2025), 비회원제·대중형 세 부담 차이 관련 보도(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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