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과 릴레이 정상회담을 가진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주재하고 중앙아시아 지역과 다자 협력 체계 구축에 나섰다. 이번 회의를 통해 양측은 중장기 협력 비전을 담은 ‘서울 선언’도 채택했다. 장관급에서 이어져 온 협력 체계를 격상하고 지속 가능한 협력 체계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제1차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우리 정부가 중앙아시아 지역 국가들과 개최하는 최초의 다자 정상회의다. 불확실한 국제 정세 속 전략적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우리의 외교 지평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중앙아시아와의 협력에 힘을 싣는 것은 최근 중앙아시아 지역의 중요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패권 경쟁, 호르무즈 해협 문제와 같은 위기 요인이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로서는 원유 수급,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와 같은 실질적 과제에 직면한 상황이다. 중앙아시아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좋은 선택지로 꼽힌다. 원유와 핵심광물이 풍부한 지역으로 우리 경제안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물론 유라시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중국과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이 발 빠르게 중앙아시아와 다자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김경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2센터 러시아유라시아팀 전문연구원은 지난 3월 작성한 ‘최근 주요국의 중앙아시아 다자 정상회의 개최 배경과 시사점’에서 “교통물류 요충지이자 에너지·자원 부국, 교역·투자 파트너, 강대국 간 영향력 경쟁 공간으로 중앙아의 전략적 가치가 한층 부각되고 있다”며 “주요국은 2022년부터 중앙아 5개국과 다자 정상회의를 최초로 개최한 후 정례화하는 등 다자협력을 제도화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 ‘서울 선언’ 채택… 정상회의 ‘정례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정부도 이날 중앙아시아 5개국과 첫 정상회의를 열고 다자 협의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한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은 이날 채택한 ‘서울 선언’을 통해 정상회의를 2년마다 정례적으로 개최하기로 했고, 개최되지 않는 해에는 장관급 회의인 ‘한-중앙아시아 협력 포럼’을 개최해 정상회의 성과 이행을 점검하고 차기 정상회의 의제를 준비하기로 한 것이다.
파트너십 제도화뿐 아니라 ‘평화와 안정을 위한 동행’, ‘혁신과 번영을 향한 미래’, ‘사람과 신뢰를 통한 연결’이라는 큰 틀에서의 공동 협력 비전도 제시했다. 특히 한국과 중앙아시아 간 상호보완적 강점을 활용한 실질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중앙아시아의 풍부한 핵심광물과 한국의 첨단기술을 결합하고 가공, 과학·기술 협력 등을 포함한 생산망 구축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한-중앙아 비즈니스 서밋 특별세션 기조연설에서 “단순한 원자재 교역을 넘어 탐사부터 제련, 고부가가치 소재 가공, 완제품 생산까지 핵심광물 분야의 전 주기적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하겠다”고 말했다.
에너지 공급망 강화 필요성도 주목하며 석유·가스, 석유화학 분야 협력이 전략적으로 중요함을 강조했다. 인프라 건설 분야에서의 협력의 중요성에도 의견을 같이했고 중앙아시아 내 교통 인프라 건설·현대화·운영·관리 등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 일정 품목에 치우쳐 있던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교역 품목도 확대하기로 했고, 중앙아시아 각국 정부는 한국 기업 지원 전담창구를 설치해 우리 기업 환경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의 개회사에서 “90년 전 우리의 고려인 동포들은 중앙아시아에 뿌리내리며 한국과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든든한 가교역할을 시작했다”며 “오랜 역사적 인연을 바탕으로 한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은 교역과 투자, 산업과 인프라, 교육과 문화에 걸친 폭넓은 협력과 신뢰의 관계를 만들어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지난 30여 년간 쌓아온 협력의 토대 위에서 앞으로의 새로운 30년을 함께 준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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