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사건부터 12월 12일 신군부의 군사반란으로 이어지는 약 2개월의 시간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권력의 공백기이자, 영화와 드라마 제작자들이 끊임없이 찾은 매혹적인 시공간이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 역시 전작으로부터 9년이라는 세월을 건너뛰어 바로 이 비극적이고 서슬 퍼런 시간을 택했다.
지난 9일 시즌 1·2화가 공개되자마자 작품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다. 중앙정보부 차장 백기태(현빈)가 거사 직후 패닉에 빠진 김재규 모티브의 중정부장 조남식(정해균)을 남산이 아닌 육군본부로 유도해 체포당하게 만들고, 자신이 중정 부장직무대리로 영전하는 전개는 픽션과 실사의 경계를 절묘하게 파고들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 가운데 국내 드라마 커뮤니티에서는 흥미로운 논쟁이 시작됐다. "이미 전 국민이 알고 있는 '역사라는 스포일러'를 이 드라마가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악인' 백기태를 응원하는 기현상
이 작품의 시청자들은 대부분 주인공 백기태를 응원한다. 물론 극 중 백기태는 결코 정의로운 인물이 아니다. 전작에서 부와 권력을 위해 마약 밀매에 손을 대고 살인과 모략을 서슴지 않았던 명백한 피카레스크식 '빌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선역이고 뭐고 백기태가 끝까지 다 이겨버렸으면 좋겠다"며 그의 폭주를 응원한다.
이유는 다양하다. 첫 번째로 시즌2에서 백기태가 상대할 인물은 전두환을 노골적으로 모티브 삼은 보안사령관 황대식(허정도)이다. 민머리 비주얼에 거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야망을 드러내는 황대식이 국가 기강 확립을 빌미로 권력을 집어삼키는 과정이 진행된다. 신군부 세력에 맞서는 인물이 비록 권력형 악인 백기태일지라도, 시청자들의 감정선은 자연스럽게 '멋이 나는 악역' 백기태의 편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디즈니+ '카지노'의 차무식이나 과거 드라마 '자이언트'의 조필연처럼, 악역의 압도적인 아우라가 주는 장르적 쾌감이 관객을 포섭한 셈이다.
여기에 백기태와 대립각을 세우는 선역 및 주변 인물들의 빈약한 설득력도 한몫했다. 특히 보안사령부 중령으로 돌아와 형 백기태를 향해 적대감을 드러내는 친동생 백기현(우도환)의 행보는 형제간의 갈등이라는 서사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지 못하는 상태다.

'신군부의 승리'라는 역사…뻔한 파멸이냐, 대체역사냐
문제는 결말이다. 실제 역사대로 흘러간다면 승자는 정해져 있다. 10·26 이후 권력의 주도권은 중앙정보부에서 보안사령부와 하나회를 주축으로 한 신군부로 완전히 넘어갔다. 결국 황대식의 모티브가 된 세력이 12·12를 통해 승리하고, 백기태가 이끄는 중정은 힘을 잃고 처참하게 몰락하는 그림이 필연적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반발을 드러낸다. "영화 '서울의 봄'이나 수많은 드라마를 통해 이미 뼈저리게 목격한 비극적 결말을 굳이 픽션 누아르에서까지 똑같이 답습해야 하느냐"는 피로감이다. 실존 역사를 그대로 따라가는 결말은 현실적일지언정, 시즌제까지 거치며 백기태라는 독보적 안티히어로를 구축해 온 드라마로서는 진부한 용두사미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그렇다고 역사를 통째로 비틀어 백기태가 신군부를 무너뜨리고 최후의 승자가 되는 대체역사물 형태의 '판타지 사이다'를 택하는 것 역시 거대한 모험이다. 현대사의 엄중한 무게감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제작진은 '리얼리티'와 '시청자가 갈망하는 장르적 카타르시스' 사이에서 외줄 타기를 해야 한다.
6부작의 짧은 여정…'메인코2' 출구전략은?
매주 2회씩 단 6개의 에피소드로 전광석화처럼 전개되는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는 한 주 만에 전반전을 지나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고 있다. 역사 속에서 백기태가 선택할 생존의 방식은 무엇이며, 제작진은 뻔히 예견된 파국의 덫을 어떤 기발한 서사적 장치로 돌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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