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간암 신약의 미국 허가 과정에서 세 차례 보완요구서(CRL)를 받은 HLB가 이번에는 담관암 신약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문을 두드린다. FDA가 이달 말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현재까지 공개된 심사 과정에서는 중대한 제조시설 문제가 확인되지 않아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가 개발 중인 담관암 치료제 ‘리라푸그라티닙(RLY-4008)’의 처방의약품 신청자 수수료법(PDUFA)상 FDA 허가 심사 목표일은 25일(현지시간)이다. PDUFA는 FDA가 제약사로부터 심사 수수료를 받고 일정한 기한 안에 신약 허가 심사를 진행하도록 만든 제도다.
FDA는 지난 3월 리라푸그라티닙의 신약허가신청(NDA)을 접수하고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했다. 우선심사는 중증 질환 치료에서 유의미한 개선 가능성이 있는 의약품 등의 심사 기간을 일반 심사보다 단축하는 제도다. 허가 신청 적응증은 이전 치료 경험이 있는 FGFR2 융합 또는 재배열 담관암 환자의 2차 치료다.
리라푸그라티닙은 암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섬유아세포성장인자수용체2(FGFR2)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경구용 표적항암제다.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한 임상 1·2상 시험 ‘ReFocus’에서는 FGFR2 융합·재배열 담관암 환자를 대상으로 46.5%의 객관적반응률(ORR)을 나타냈다.
리라푸그라티닙은 엘레바가 지난 2024년 12월 미국 릴레이 테라퓨틱스로부터 리라푸그라티닙의 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이번 심사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제조시설이다. HLB의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은 임상 효능이나 안전성보다 FDA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cGMP) 실사에서 확인된 제조시설 문제가 반복적으로 허가를 가로막았다.
제조시설 문제는 HLB에 특히 민감한 사안이다. HLB는 엘레바의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을 간암 1차 치료제로 허가받기 위해 2023년 FDA에 NDA를 제출했지만 2024년 5월 첫 번째 보완요구서(CRL)를 받았다. 지난해 3월 두 번째 CRL에 이어 올해 7월 세 번째 CRL까지 받으며 허가가 다시 미뤄졌다.
세 번째 CRL에서도 FDA는 NDA에 등재된 제조시설의 cGMP 실사에서 확인된 문제를 지적했다. 임상 효능과 안전성 데이터나 추가 임상 요구가 아니라 제조시설이 다시 허가의 걸림돌이 됐다. FDA는 해당 제조시설의 규정 준수가 확인되기 전까지 NDA를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리라푸그라티닙의 원료의약품(API)은 캐나다, 완제의약품(DP)은 미국에서 생산된다. 두 제조시설은 모두 지난해 FDA의 일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cGMP) 실사를 받은 이력이 있다. 캐나다 오로라에 위치한 원료의약품 제조시설은 지난해 실사에서 NAI(No Action Indicated·별도 조치 불필요) 판정을 받았으며, 미국 완제의약품 제조시설은 VAI(Voluntary Action Indicated·자발적 시정조치)로 종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NAI는 별도의 규제 조치가 필요한 문제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이며, VAI는 일부 문제점이 발견됐지만 FDA가 행정·규제 조치까지는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경우다.
다만 기존 cGMP 실사 결과와 이번 신약허가신청(NDA)에 대한 제조시설 평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FDA는 신약 심사 과정에서 제조시설의 과거 실사 이력과 규제 준수 상태, 제품과 제조공정의 위험도 등을 종합해 별도의 사전승인실사(PAI)가 필요한지를 판단한다.
이와 관련 HLB 관계자는 “최근에는 위험성 기반 접근법에 따라 해당 의약품이 아니더라도 제조시설이 최근 FDA 실사를 받은 이력이 있으면 기존 실사 결과를 토대로 평가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FDA가 다시 실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현장실사를 진행하고, 그렇지 않으면 기존 결과를 기반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7월 엘레바와 FDA가 진행한 레이트사이클 미팅(Late-Cycle Meeting, 후반부 심사 협의)에서도 리라푸그라티닙 원료·완제 제조시설에 대한 PAI 여부가 별도로 언급되지 않았다. 회사는 당시 FDA와 심사 내용에 특별한 이견이 없었고 승인에 영향을 미칠 새로운 검토 사항도 제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레이트 사이클 미팅은 허가 심사 마무리 단계에서 남은 쟁점을 점검하는 동시에, 허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라벨링과 시판 후 이행 계획 등 다음 단계의 사항을 사전에 조율하는 공식 절차다.
리라푸그라티닙이 현재까지 공개된 심사 과정에서 중대한 제조시설 문제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이번 FDA 심사에서 추가적인 제조·품질 문제가 제기되지 않을 경우 HLB가 간암 신약보다 먼저 담관암 치료제로 미국 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다.
HLB 관계자는 “미국 출시와 판매를 위한 준비는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간암 신약 허가 과정에서 CRL을 받은 경험을 고려해 이번에는 허가 전 상업화 전략을 미리 공개하지 않고 허가에 집중한다는 것이 회사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가를 받더라도 실제 출시까지는 준비 기간이 필요한 만큼 구체적인 상업화 전략은 허가 이후 공개해도 늦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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