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저온까지 쪼갠 풀필먼트…상품별 물류 정교화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CJ대한통운(000120)이 풀필먼트 경쟁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물류센터 면적과 처리량을 키우는 방식에서 한발 더 들어가 냉장·냉동처럼 상품 특성에 따라 보관과 포장, 출고 방식을 세분화하는 쪽으로 운영 역량을 높이고 있다. 경기도 안성에 새로 문을 연 B2C 저온센터도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거점이다.

CJ대한통운은 경기 안성시 일죽면에 1만8972㎡ 규모의 '안성 B2C 저온센터'를 가동했다. 이곳에서는 대규모 저온 물류가 필요한 주요 고객사와 112개 이커머스 셀러의 냉장·냉동 상품을 함께 처리한다.

안성센터의 핵심 역할은 저온 상품을 보관하는 데서 시작해 피킹·포장·배송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곤지암 메가허브터미널과 대전·양지 허브터미널 등 주요 택배 거점이 모두 100㎞ 안에 있어 입고와 보관, 주문별 출고 이후 전국 배송까지 기존 택배망과 연결하기 쉽다. 풀필먼트와 라스트마일을 하나의 물류체계로 묶는 CJ대한통운의 강점을 저온 상품에도 적용하는 구조다.


저온 풀필먼트는 상온 물류보다 운영 난도가 높다. 냉장·냉동 상태를 유지하면서 피킹과 포장 과정의 외부 노출 시간을 줄여야 하고 상품과 배송시간에 따라 냉매와 포장재도 달라진다. 유통기한과 선입선출 관리까지 정밀하게 이뤄져야 한다.

한 주문에 서로 다른 온도대의 상품이 섞이면 공정은 더 복잡해진다. 안성센터는 냉장·냉동 상품을 하나의 주문 단위로 처리하는 '이종합포'를 적용하고 상품 특성과 배송조건에 따라 다양한 규격의 EPS(발포 폴리스티렌) 박스를 활용한다.

CJ대한통운이 저온센터를 별도 거점으로 키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커머스 풀필먼트가 다양한 상품을 빠르게 출고하는 수준에서 상품의 물성과 유통 특성에 맞춰 공정을 설계하는 경쟁으로 이동하면서 식품처럼 관리 조건이 까다로운 영역의 운영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

생산성과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시스템도 붙였다. 다목적 시스템(Multi Purpose System, MPS)과 창고 내 작업을 지원하는 W-Navi(Warehouse Navigator), 중량검수 시스템 등을 적용해 여러 고객사의 다양한 상품을 동시에 처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줄이는 방식이다.


CJ대한통운은 이런 저온 물류 운영 역량을 전국 67개 거점으로 확대하고 있다. 안성센터 하나를 추가하는 데서 끝나는 구조보다 지역별 저온 거점을 기존 택배망과 연결해 전국 단위 서비스로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체 풀필먼트 사업도 같은 방향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통합 풀필먼트 브랜드 '더 풀필(The Fulfill)'을 통해 식품과 패션, 생활용품부터 자동차 부품 같은 산업재까지 상품군별 물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상품마다 요구되는 물류 방식은 크게 다르다. 자동차 부품은 생산계획에 맞춘 공급과 재고 관리가 중요하고 패션은 다수의 SKU(상품종류)와 잦은 반품에 대응해야 한다. 식품은 유통기한과 온도 관리가 핵심이고 생활용품은 여러 상품을 한 번에 처리하는 합포 역량이 효율을 좌우한다.

CJ대한통운이 풀필먼트 사업에서 확보한 규모는 이런 전문화를 뒷받침한다. 올해 7월 말 기준 운영 중인 풀필먼트센터는 전국 235개로 총면적 289만9000㎡에 달한다. 국제규격 축구장 약 406개를 합친 규모다.


고객사도 늘고 있다. 올해 8월 말 기준 B2B·B2C 풀필먼트 고객사는 2200여곳이며 올해 들어 새로 확보한 고객사만 400곳에 육박한다. 대형 제조·유통기업과 이커머스 셀러를 함께 확보하면서 풀필먼트 사업의 고객층도 넓어졌다.

윤철주 CJ대한통운 FT(Fulfillment & Terminal)본부장은 "상품과 유통채널이 다양해지면서 풀필먼트 역시 상품 특성에 맞는 물류를 얼마나 정교하게 구현하느냐가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며 "다양한 산업군에서 축적한 운영 노하우와 전국 단위 인프라를 바탕으로 고객사의 물류 효율과 사업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규모가 커질수록 CJ대한통운이 가져갈 수 있는 경쟁력은 공간 자체보다 운영 방식에서 더 뚜렷해질 수 있다. 전국 235개 센터와 택배망을 기반으로 고객사별 보관 조건과 주문 특성에 맞춰 공정을 다르게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성센터는 그중에서도 식품과 냉장·냉동 상품을 겨냥한 전문화 사례다. 상품별 온도 관리와 이종합포, 포장재 선택부터 허브터미널을 거친 전국 배송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묶으면서 저온 물류의 복잡성을 기존 네트워크 안에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 경쟁축도 이 과정에서 달라지고 있다. 센터 숫자와 면적을 늘리는 데 초점을 둔 규모 경쟁에서 상품 특성에 맞는 운영 설계와 라스트마일까지 연결하는 정교함이 중요해지고 있다. 안성 B2C 저온센터는 112개 고객사를 한곳에서 처리하며 이 전략을 저온 물류 영역으로 넓히는 거점 역할을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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