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교보생명이 13년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디지털 보험 자회사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의 흡수합병을 검토하고 있다. 신창재 회장이 디지털 전환의 상징으로 키워온 ‘아픈손가락’이지만, 수차례 자본을 투입하고 비용 효율화에 나선 뒤에도 흑자 전환이 지연되면서 추가 자금 수혈과 흡수합병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교보라이프플래닛에 대한 추가 유상증자와 흡수합병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교보생명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2013년 출범한 국내 최초 인터넷 전업 생명보험사다. 설계사나 점포를 거치지 않고 온라인에서 직접 보험에 가입하는 사업모델을 내세웠다.
문제는 출범 이후 좀처럼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지 못했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6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 79억원보다 적자 폭은 줄었지만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다.
본업인 보험 부문의 부진도 이어졌다. 상반기 보험손익은 8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투자 부문에서 21억원의 이익을 내며 보험 부문의 손실을 일부 메웠지만 영업손실은 64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률은 -38.29%로 전년 동기(-42.53%)보다 개선됐지만 여전히 마이너스에 머물렀다.
외형도 쪼그라들었다. 지난 6월 말 총자산은 5273억원으로 전년 동기 7495억원보다 2222억원(29.6%) 감소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지난해 3분기와 올해 1분기 저축보험 만기 지급에 따른 보험계약부채 감소를 주요 원인으로 설명했다.
신규 영업 지표도 뒷걸음질쳤다. 상반기 신계약률은 5.13%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43%보다 6.30%포인트 하락했다. 보험수익 역시 같은 기간 136억원에서 91억원으로 33.1% 감소했다.
◇ 자금 수혈 거듭했지만…누적결손 1900억 육박
교보라이프플래닛의 적자는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출범 이후 한 차례도 연간 흑자를 내지 못했다. 2022년 14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새 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된 2023년 240억원, 2024년 256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지난해에도 201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장기간 이어진 적자는 재무제표에도 고스란히 쌓였다. 올해 6월 말 누적결손금은 1898억원에 달한다. 지난 1분기 말 1833억원에서 석 달 만에 65억원 더 늘었다.

교보생명이 교보라이프플래닛을 장기간 지원해온 배경에는 신창재 회장의 디지털 사업에 대한 의지가 자리 잡고 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신 회장이 디지털 기술 도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키워온 사업으로, 업계에서는 신 회장의 ‘디지털 의지’를 상징하는 회사로 평가해왔다. 신 회장은 교보라이프플래닛 설립 당시 5년 내 흑자 전환을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교보생명은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교보라이프플래닛에 대한 지원을 이어갔다. 여섯 차례 유상증자에 투입한 금액만 3370억원으로, 설립 당시 자본금과 지분 인수금액까지 포함하면 총 3690억원에 달한다.
비용 효율화에도 나섰다. 2024년 150명이었던 임직원은 지난해 108명으로 42명(28%) 줄었다. 이 가운데 정규직은 108명에서 70명으로 35.2% 감소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지난해 경영방침의 첫 번째 중점 추진과제로 ‘지속가능 경영체계 확보를 위한 비용 및 업무 효율화’를 제시하기도 했다.
재무건전성에는 당장 문제가 없는 상태다. 지난 6월 말 지급여력(K-ICS) 비율은 경과조치 전 162.97%, 경과조치 후 217.54%로 금융당국 권고 수준을 웃돌았다. 자본총계도 지난해 6월 말 1405억원에서 올해 1441억원으로 소폭 늘었다.
◇ 캐롯은 결국 합병…시험대 오른 ‘디지털 보험’
교보라이프플래닛의 부진은 국내 디지털 보험사들이 공통적으로 겪어온 수익성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설계사와 점포 비용을 줄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었지만 비대면 채널만으로 외형과 수익성을 동시에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온라인에서 판매하기 쉬운 단기·미니보험은 보험료 규모가 작다. 반면 수익성이 높은 장기보장성보험은 상품 구조가 복잡해 비대면 채널만으로 고객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실제 캐롯손해보험은 2019년 디지털 손보사로 출범한 뒤 적자를 이어가다 한화손해보험에 흡수합병됐다. 하나손해보험 역시 디지털 종합손보사를 표방하며 출범했지만 이후 장기보험과 법인보험대리점(GA) 등 대면 영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전략을 수정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까지 모회사와의 통합이 검토되면서 별도 법인 형태의 디지털 보험사가 비대면 판매만으로 규모와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교보생명 관계자는 “교보라이프플래닛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흡수합병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해왔다”며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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