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장민영 IBK기업은행장이 취임 이후 생산적 금융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30년까지 300조원 규모의 생산금융을 공급하고 중소기업 금융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금융 공급을 빠르게 늘리는 만큼 내부통제와 여신 리스크 관리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취임 후 중국법인에서 800억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올해 기업은행 전체 금융사고 금액도 지난해 연간 규모의 3배에 달하면서다.
◇ 300조 생산금융 확대…중기대출도 270조로
장 행장은 지난 2월 20일 제28대 기업은행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취임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출근 저지로 초반 업무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후 생산적 금융과 중소기업 지원 확대에 경영 역량을 집중했다.
기업은행은 2030년까지 총 300조원을 공급하는 ‘IBK형 생산적 금융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AI·반도체·에너지 등 미래산업과 혁신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소상공인 지원에도 75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중소기업대출 잔액도 늘었다. 기업은행의 올해 6월 말 중소기업대출은 270조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8조1000억원 증가했고, 중소기업금융 시장점유율은 24.6%까지 상승했다.
정책금융기관인 기업은행의 역할을 감안하면 자금 공급 확대 자체는 핵심 경영 과제다. 다만 대출 규모가 커질수록 성장 가능성과 상환능력을 정교하게 구분하는 여신심사와 사후관리의 중요성도 커진다.
◇ 순익 4.4%↓…대출 확대 속 건전성 관리 과제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442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4% 감소했다. 2분기 순이익도 6895억원으로 0.7% 줄었다.

6월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27%, 연체율은 0.94%, 대손비용률은 0.46%를 기록했다.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1.49%였다.
당장 건전성이 흔들리는 수준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생산금융과 중소기업대출을 계속 확대할 경우 대출 성장과 자산건전성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장 행장이 취임 이후 여신심사 고도화와 AI를 활용한 리스크 관리 등을 강조한 배경도 이 같은 환경과 맞닿아 있다.
◇ 中 법인서 834억 사고…외부 플랫폼 관리 ‘구멍’
문제는 해외법인에서 대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기업은행이 공시한 중국법인 금융사고 규모는 833억7600만원이다.
사고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6월 29일까지 중국법인과 현지 비은행 금융기관, 제3의 온라인 대출 플랫폼이 연계된 비대면 대출 과정에서 발생했다. 기업은행이 대출을 실행하고 외부 플랫폼을 통해 차주 모집과 원리금 상환이 이뤄지는 구조에서 플랫폼사가 차주들이 납입한 상환금을 기업은행에 정산하지 않고 유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기간이 약 7개월에 달했다는 점도 문제다. 기업은행은 원리금 상환 내역과 실제 입금액을 매일 대조·확인했다고 설명했지만, 정산금 미입금과 차주 민원이 이어진 뒤에야 사고를 인지했다. 중국 현지 금융기관 5곳이 해당 플랫폼을 협력기관에서 제외한 사실도 확인됐다.
결국 핵심은 외부 플랫폼의 사기 여부를 넘어 해외 비대면 대출 과정에서 위험 신호를 어떻게 감지하고 본점과 현지법인이 이를 어떻게 공유·관리했는지에 있다.
성수용 한국금융인재개발원 원장은 “행장은 해외 담당 임원과 준법감시인 전체를 지시·감독할 책임이 있다”며 “해외법인에 사고 개연성이 높은 업무 관행이 있다면 강화된 내부통제 활동을 어떻게 할 것인지 보고받고, 준법감시인이 이를 제대로 점검하고 있는지도 확인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고 발생 자체만으로 은행장이나 관련 임원의 책임이 자동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성 원장은 평상시 내부통제 관리 조치를 지시·감독하고 이를 문서화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올해 금융사고 808억…지난해 연간의 3배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기업은행의 올해 1~7월 금융사고는 4건, 807억77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금융사고 총액 277억1500만원과 비교하면 7개월 만에 약 3배 규모다.
올해 사고금액 대부분은 사기 사고였다. 사기 사고는 1건, 807억원으로 집계됐고 나머지는 횡령·유용 사고였다.
금감원 제출 자료와 기업은행 공시에서 수치가 다른 것은 집계 기준 차이 때문이다. 금감원은 보고 접수일과 금전사고 기준으로 자료를 작성했으며 사고 금액은 추후 변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3대 국책은행 가운데서도 올해 금융사고 발생 규모가 가장 컸다. 같은 기간 산업은행에서는 1건, 583억4800만원 규모의 사기 사고가 발생했고 수출입은행에서는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기업은행은 “현재 해외기관에서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현지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필요한 법적 대응을 추진할 예정이며, 내부통제 절차를 지속 점검·보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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