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코로나19 특수로 급성장했던 국내 게임업계의 대표주자 ‘3N2K’가 6년 만에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넥슨과 크래프톤은 장수 지식재산권(IP)과 글로벌 확장을 발판으로 몸집을 키운 반면 엔씨와 카카오게임즈는 외형 축소와 사업 재편을 겪었고, 넷마블은 적자 터널을 지나 다시 수익성을 회복했다. 시장 성장세가 둔화된 사이 IP 경쟁력과 글로벌 확장, 비용 구조의 차이가 기업별 격차로 이어졌다. <마이데일리>는 ‘3N2K 엇갈린 6년’을 통해 코로나 이후 달라진 국내 주요 게임사의 성적표와 산업 지형 변화를 짚어본다.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게임업계 대표 주자 ‘3N(넥슨·엔씨·넷마블)’을 뒤쫓던 크래프톤이 6년 만에 올해 상반기 매출·영업이익 기준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체급을 키운 핵심은 단연 2017년 출시한 ‘PUBG: 배틀그라운드’다. 무료화와 모바일, 인도 시장 확장, 글로벌 라이브 서비스를 거치며 출시 9년 차인 지금까지 크래프톤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10일 크래프톤 사업보고서를 보면 2020년 1조6704억원이던 연결 매출은 지난해 3조3266억원으로 5년 새 99.1% 폭증했다. 특히 게임 사업 매출은 같은 기간 1조6704억원에서 3조34억원으로 79.8% 성장했다.
수익성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0년 영업이익은 7739억원으로 영업이익률 46.3%를 기록했다. 이후 2024년 영업이익은 1조1825억원으로 처음으로 ‘1조 클럽’에 가입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1조54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31.7%다.
◇ 무료화했더니 다시 성장…5년 연속 커진 ‘배그’
크래프톤의 지난 6년은 PUBG의 수명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는 지를 증명한 과정이었다.
2021년 전체 매출의 94%가 해외에서 발생했고 PUBG 관련 매출은 전년보다 25% 증가했다. 글로벌 월간 이용자 수는 평균 1억8000만명에 달했다.
분기점은 2022년이었다. 크래프톤은 그해 1월 PC·콘솔 ‘배틀그라운드’를 유료 게임에서 무료 플레이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후 새로 유입된 이용자는 연간 4500만명에 달했고 PC·콘솔 매출은 전년보다 16.7% 늘었다. PC·콘솔 버전을 무료 플레이 체제로 바꾼 게 신의 한 수였다.
반면 모바일은 같은 해 11.6% 감소했다. 코로나19 이후 리오프닝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 서비스 중단이 겹친 영향이었다. 회사 전체 매출도 1조8540억원으로 전년보다 1.7% 줄었다.
PUBG는 이후 다시 성장했다. 2023년 PC·콘솔 매출은 전년보다 37% 증가했고 12월에는 연간 최대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했다. BGMI도 서비스 재개 이후 트래픽과 매출이 이전 최고치를 넘어섰다.
2024년에는 PC ‘배틀그라운드’가 2018년 이후 최대 매출을 냈다. 모바일도 성장했고 BGMI 역시 트래픽과 매출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지난해에는 PUBG PC·콘솔이 5년 연속 매출 성장을 이어갔다. 올해 1분기에는 PUBG 프랜차이즈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4% 늘며 처음으로 분기 1조원을 넘어섰다. 출시 초기 흥행작을 장기 서비스한 수준을 넘어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매출을 키운 셈이다.

◇ PC·모바일·인도까지…하나의 IP를 여러 시장으로
플랫폼과 지역의 다변화도 성장세에 힘을 보탰다.
크래프톤은 PC 원작을 시작으로 콘솔과 모바일까지 플랫폼을 확장했고, 2022년 무료화 이후에는 신규 이용자를 대거 끌어들였다. 최근에는 단순 업데이트보다 콜라보레이션과 이용자 제작 콘텐츠(UGC), 신규 모드를 확대하며 PUBG를 ‘게임 플레이 플랫폼’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매출 구조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2022년 4650억원이던 PC 매출은 2023년 5839억원, 2024년 9419억원으로 2년 만에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인도 역시 주요 성장축이다. 크래프톤은 2020년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2021년 BGMI를 출시했다. 2022년 서비스가 중단되는 위기를 겪었지만 이듬해 서비스를 재개한 뒤 다시 역대 최대 트래픽과 매출을 기록했다.
현재는 BGMI 운영을 넘어 인도 현지 게임 퍼블리싱과 e스포츠, 스타트업 투자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PUBG를 글로벌로 서비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별로 별도의 성장 기반을 만든 것이다.
◇ ‘배그 하나’에서 프랜차이즈 공장으로
크래프톤의 과제는 오랫동안 분명했다. PUBG 다음 흥행작을 만드는 것이었다.
실제 크래프톤은 ‘뉴스테이트 모바일’, ‘칼리스토 프로토콜’ 등 신작에 도전했지만 PUBG를 대체할 만큼의 장기 흥행작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회사는 기존 PUBG를 키우는 동시에 새로운 프랜차이즈 IP를 확보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2021년 ‘서브노티카’ 개발사 언노운 월즈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5민랩, 네온 자이언트, 탱고 게임웍스, 일레븐스 아워 게임즈 등 외부 개발사와 IP를 잇달아 확보했다.
2024년에는 아예 PUBG를 단일 게임이 아닌 ‘프랜차이즈 IP’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회사는 PUBG IP를 PC와 콘솔, 모바일, 신규 장르로 확장하는 동시에 새로운 대형 프랜차이즈를 확보하는 전략을 세웠다.
성과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인조이’는 얼리액세스 출시 7일 만에 100만장, ‘미메시스’는 50일 만에 100만장 이상 판매됐다.
올해는 ‘서브노티카2’가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지난 5월 얼리액세스 출시 후 22일 만에 판매량 500만장을 돌파했다. 상반기 ‘서브노티카’ IP 매출은 2325억원을 기록했다. 5년 전 인수한 IP가 실제 두 번째 프랜차이즈 후보로 실적에 기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 크래프톤은 매출 2조6616억원, 영업이익 9725억원으로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이 가운데 광고사업 매출 5307억원이 포함돼 있다. 게임 부문 매출은 2조1309억원, 영업이익은 9342억원이다.
업계에서는 크래프톤이 지난 6년간 성장한 배경으로 새로운 대작이 PUBG를 대체한 것이 아니라, PUBG를 무료화와 플랫폼·지역 확장, 지속적인 콘텐츠 투자로 계속 키우며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확보한 점을 꼽는다. 이를 바탕으로 신규 IP 투자 여력도 넓혔다는 평가다. 향후에는 ‘서브노티카2’ 등 두 번째 프랜차이즈가 PUBG의 뒤를 얼마나 빠르게 받치느냐가 추가 성장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크래프톤은 단일 IP 의존도가 높다는 약점을 PUBG 자체를 장기 프랜차이즈로 키우는 방식으로 돌파해왔다”며 “PUBG에서 확보한 수익과 글로벌 운영 경험을 새로운 IP에 반복적으로 적용해 두 번째, 세 번째 프랜차이즈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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