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대구 김경현 기자] 올 시즌에 앞서 KT 위즈는 놀라운 선택을 했다. 김현수와 3년 50억원의 FA 계약을 맺은 것. 50억원 전액 보장이다. 물론 김현수는 그럴 가치가 있는 선수다. 하지만 38~41세 시즌 전액 보장 계약을 맺는다는 건 쉽게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다.
김현수는 안팎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경기장 내에선 든든한 타선의 리더 역할을 한다. 2번 혹은 5번으로 나서면서 클러치 상황에서 타점을 쓸어 담는다. 최근 주춤하지만 영향력은 여전하다.
외적으로는 말할 것도 없다. 두산 베어스-LG 트윈스 시절부터 선수단 단합에는 이골이 난 선수다. 자연스럽게 KT 선수단도 김현수에 동화되어 열심히 하는 분위기가 정착됐다. 이강철 감독은 여러 차례 '왜 다른 감독들이 김현수에게 고마워하는지 알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가장 중요한 순간 방망이까지 터졌다. 김현수는 9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 5번 타자,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1홈런 1득점 2타점을 기록했다.


양 팀이 0-0으로 팽팽히 맞선 6회 1사 1루. 김현수는 삼성 선발 원태인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7구 커터 실투를 때렸다. 타구는 114m를 비행해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선제 투런 홈런이 됐다.
김현수의 홈런에 힘입어 KT는 2-0으로 승리했다. 선발 고영표도 7이닝 무실점으로 김현수의 홈런에 화답했다. 이날 승리로 '2위' KT는 '1위' 삼성을 0.5경기 차로 추격했다.
경기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김현수는 "영표가 너무 잘 던지고 있었다. 저희가 일단 선취점을 가져가야 된다고 생각했다. 원태인 공도 너무 좋았다. 실투였다. 그 전에 계속 닿을락 말락 하다가 그 타석에서 실투가 하나 왔다. 그 전에도 (실투가) 왔지만 놓쳤는데, 또 하나가 더 왔다"고 돌아봤다.
후반기 타율 0.221(140타수 31안타)로 흐름이 좋지 않았다. 김현수는 "문제를 찾아가려고 계속 연습하고 있다. 타격 코치님들과 전력분석팀에서 계속 도움을 주고 있어서 그나마 버티고 있지 않나 싶다. 코치님들과 전력분석팀에 감사하다. 남은 시간 더 연구하고 연습해서 다시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날 2타점을 더하면서 통산 1600타점 고지를 밟았다. 최형우(삼성 라이온즈)와 최정(SSG 랜더스)에 이어 역대 세 번째 대기록이다. 김현수는 "(1600타점인지) 몰랐다. 이건 야구 오래 하면 다 할 수 있는 거다. 안 아프고 오래 하면 된다. 큰 의미는 없다. 뒤에 오래 할 선수들이 다 하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쉽게 말하지만 어려운 일이 아니냐고 묻자 "자기 자신을 혹독하게 대하면 된다"고 뼈 있는 말을 남겼다.

부진에 빠져도 베테랑들은 마땅히 호소할 곳이 없다. 김현수는 "저희가 제일 외롭다. 어린 선수들은 가서 물어보고 이야기하고 위로해 줄 사람이 많다. 저희는 위로해 주러 올 수도 없고 위로받을 수도 없다. 혼자 이겨내야 한다. 베테랑은 자기 자신이 잘 컨트롤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번 홈런이 살아나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김현수는 "21년 차라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내일 절대 (이 스윙이) 안 나온다. 내일은 또 내일이다. 다음 타석에서도 안 나오지 않았나. 항상 타석마다 다르다. 그렇기에 얻는 게 있다. 매일 한 타석마다 다르니까, 1타수 무안타라고 생각하고 나간다"고 밝혔다.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맏형 노릇을 해야 한다. 김현수는 "최대한 제가 안 되는 건 티 안 내려고 한다. 못하는 데 이야기하는 거 진짜 창피하다. 누군가는 해야 될 일이라면 제가 하고 욕 먹는 게 낫다. 그러라고 여기 온 것 같다"라면서 "장성우가 아픈데, 돌아오면 더 잘될 거라 생각한다. 다른 고참도 많기 때문에 저희는 이끌어갈 사람은 많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지나가던 이강철 감독이 인터뷰 중인 김현수를 불렀다. 사령탑은 "현수야! 앞으로 오늘처럼 웃었으면 좋겠다"라고 덕담을 남겼다. 김현수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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