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반도체는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 산업을 지탱하는 대들보다. 하지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물질, 온실가스 등은 해결 과제로 꼽힌다. 국내 반도체 업계가 이에 대한 대응 기술 개발에 머리를 싸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가운데 주목할 곳은 ‘삼성전자’다. 매년 쏟아지는 막대한 규모의 반도체 폐기물을 재활용, 새로운 자원 가치로 창출하고 있다.
◇ 자원순환 선도하는 삼성전자, 핵심은 ‘반도체 폐기물’ 재활용
삼성전자는 4일 자사의 순환자원 실천 성과를 공개했다. 이번 발표는 오는 6일 ‘자원순환의 날’을 맞아 진행된 것이다. 매년 9월 6일은 자원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자원순환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날이다. 2009년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지정했다. 숫자 9와 6이 서로 뒤집힌 모양으로 자원순환 의미를 상징한다.
자원순환에 있어 삼성전자는 국내 선도 기업 중 한 곳이다. 올해 8월 기준 삼성전자는 누적 총 38건의 순환자원 인증을 취득했다. 지난해엔 연간 6,859톤의 폐기물을 감축했다. 특히 주목할 곳은 ‘DS부문’, 즉 ‘반도체 사업부’다. 2019년부터 폐기물의 재활용과 자원화를 꾸준히 확대한 삼성전자 DS사업부는 8월 전 사업장에 걸쳐 누적 30건의 순환자원 인정을 취득했다.
DS부문은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폐기물을 분리·회수하고 있다. 이를 전문 소재사 및 타 사업부문과 협력, 고순도 정제·소재 전환 기술로 폐기물을 새로운 고부가 자원으로 전환·활용 중이다.
대표적 사례가 반도체 칩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얇은 실리콘 원판인 웨이퍼를 운반하는 용기, 웨이퍼 트레이의 자원화를 꼽을 수 있다. 고품질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웨이퍼 트레이를 회수, ‘DX부문 순환경제연구소’와 협업해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재가공한다. 그 다음 DX부문 제품의 소재로 활용한다. 실제로 ‘갤럭시 S25’시리즈의 사이드키와 볼륨키 소재가 이렇게 만들어졌다.
또한 불량 반도체 웨이퍼도 새로운 자원을 만드는데 사용된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불량 웨이퍼는 별도로 모아 잘게 부순 다음, 전문 소재 업체서 실리콘을 추출한다. 이는 알루미늄 합금 원료로 재활용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재생 소재는 항공·건설 산업 등에 활용된다.
웨이퍼 연마 공정에서 사용되는 '다이아몬드 디스크(Diamond Disk)'도 자원으로 재활용된다. 귀금속 재질의 소모품을 분리·배출한 뒤, 전문 업체의 회수·추출 공정을 거쳐 팔라듐(Pd)을 회수한다. 회수된 팔라듐은 화합물 원료 등으로 가공돼 인쇄회로기판(PCB) 제조 원료로 다시 쓰인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폐기물 재활용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트’에 따르면 반도체 재활용 시장은 2030년 378억8,000만달러(약 51조2,554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연평균 시장 성장률은 15.3% 수준이다.
◇ 텅스텐부터 구리까지… 반도체 폐수 속에 숨은 ‘자원’
이 같은 자원순환은 삼성전자의 지속적인 연구가 바탕이 된 것이다. 대표적으로 2024년 ‘삼성전자 삼성종합기술원(SAIT)’은 ‘포스텍’과 반도체 산업 폐기물의 텅스텐 회수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포스텍 연구진은 생물침출법인 ‘바이오리칭’을 활용, 반도체 제조 산업 폐수에서 텅스텐을 회수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미생물의 자연적인 금속 용해 능력을 이용해 광석이나 폐기물에서 금속을 추출한 것이다. 사용된 미생물은 주변 토양, 공기, 식물 등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곰팡이 ‘페니실리움 심플리시움’이다.
또한 지난해에는 성균관대·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과 함께 반도체 폐수에서 구리를 재활용하는 기술도 개발, 관련 연구 성과를 ‘미국재료학회(MRS)’ 추계학술대회서 발표하기도 했다. 반도체 화학적기계연마(CMP)와 구리 전기도금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액으로부터 구리를 회수하는 기술이다.
공동 연구팀은 반도체 폐수에서 1L(리터) 당 약 20g의 구리가 포함돼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일반적인 상업용 도금 용액보다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에 구리를 회수해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황산구리 결정화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 결과, 용매 추출과 증발 공정을 결합해 99.99%의 순도로 황산구리를 추출했다. 이는 새로 채굴한 금속 원료로 만든 황산구리와 맞먹는 수준이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금속이 포함된 반도체 폐수를 고순도 자원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실용적·확장 가능한 공정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사업 현장에서 재활용 가능한 품목을 꾸준히 발굴하고, 새로운 자원화 기술 도입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나아가 폐기물에서 회수한 소재를 제품의 원료나 제조 공정에 다시 활용하는 등 순환자원 공급망 구축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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