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파병 둘러싼 정부의 세 가지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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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놓고 원유 수송로 보호라는 경제·안보상 국익, 국제 공조에서의 역할, 한반도 대비태세와 국회 동의 등 세 가지 변수를 저울질하고 있다. / 뉴시스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놓고 원유 수송로 보호라는 경제·안보상 국익, 국제 공조에서의 역할, 한반도 대비태세와 국회 동의 등 세 가지 변수를 저울질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정부가 호르무즈 파병이라는 무거운 선택 앞에 섰다. 정부는 파병을 결정했다는 보도에는 선을 그었지만 전투·비전투 임무와 수색, 물자 지원 등 군사적 기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병은 원유 수송로 보호라는 경제·안보상 필요성과 국제사회의 동참 요구를 외면하기 어렵고 장병의 안전과 한반도 대비태세, 국회 동의도 함께 따져야 하는 복잡한 문제다. 이재명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방문을 계기로 호르무즈 문제가 정상 간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도 있다. 세 가지 변수 사이에서 정부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주목된다.

◇ 파병 선 긋고 군사적 기여는 열어둔 정부

4일 청와대에 따르면,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을 위한 실질적 기여 방안을 놓고 미국·영국·프랑스 등과 협의하고 있다. 청와대는 전날 정부가 호르무즈 파병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보도에 “결정된 바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전투·비전투 임무와 수색, 물자 지원 등 군사적 기여 방안도 검토 대상이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파병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하지만 논의가 외교적 지지나 원칙적인 참여 의사 표명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검토하는 실질적 기여에는 군사적 방안도 포함되며 임무 역시 전투부터 비전투와 수색까지 열려 있다. 구체적인 파견 전력과 규모,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병력이나 군 자산을 현장에 투입하는 경우를 전제로 필요한 조건을 따져보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파병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못하는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의존도는 70%에 육박한다. 해협이 막히면 원유 수급에 차질이 생기는 데 그치지 않고 에너지 가격과 물가, 산업 생산 등 국내 경제 전반으로 충격이 번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자유로운 통항을 유지하는 문제가 국제사회의 공동 과제인 동시에 한국의 직접적인 경제·안보 이익과 맞닿아 있는 이유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요구하는 국제적 역할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은 이미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선박을 파견하거나 관련 활동을 벌이고 있다. 미국도 동맹국에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한국이 해협의 안정으로 얻는 이익은 크면서도 군사적 기여에서는 빠질 경우 국제 공조에 상응하는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개 압박 때문에 파병을 검토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국이 이란 문제에서 미국을 돕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반복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해당 발언이 나오기 전부터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 위해 관련국들과 협의해왔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요구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국익에 따른 검토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9월 프랑스 방문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9월 프랑스 방문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시스

문제는 실제 파병이 한반도 대비태세에 미칠 영향이다. 해외에 병력이나 군 자산을 보내면 한반도에서 운용할 수 있는 전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핵 위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파견 전력의 종류와 규모, 임무를 정할 때 한반도 대비태세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정부가 전투뿐 아니라 비전투와 수색, 물자 지원 등 다양한 방식을 검토하는 것도 국내 안보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국제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점을 찾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반도 대비태세에 큰 손상이 없는 범위라면 군사적 기여에 나설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어떤 전력을 어느 정도까지 파견할 수 있는지는 추가로 판단해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의 전투가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임무의 성격과 장병 안전도 함께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국회 동의는 실제 파병으로 넘어가기 위해 거쳐야 할 또 다른 문턱이다. 헌법은 국군의 외국 파견에 대한 동의권을 국회에 부여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도 “비전투든 전투든, 1명이든 2명이든 현장에 가게 되면 파병으로 규정된다”며 국내법적 절차는 “국회와의 협의와 동의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임무가 비전투로 제한되거나 파견 규모가 작더라도 국회의 검증과 동의를 피해 갈 수 없다는 의미다.

오는 6일부터 시작되는 이재명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방문은 호르무즈 논의를 구체화할 외교적 계기가 될 전망이다. 프랑스는 영국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을 위한 국제 공조를 주도해왔고 한국과도 관련 협의를 이어왔다. 양국 정상이 앞선 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한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서 군사적 기여의 필요성과 방식이 다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선택은 원유 수송로를 지켜야 할 경제·안보상 국익과 국제 공조에서의 역할, 한반도 대비태세와 국회 동의라는 국내 조건이 만나는 지점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파병 결정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군사적 기여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정부가 한불 정상회담 이후 어느 수준의 참여 방안을 내놓을지가 다음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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