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흡수합병을 앞두고 동계스케줄 기간 여러 노선의 운항 시간을 크게 앞당기거나 특정 시간대 운항편을 삭제하는 등 운항 일정을 조정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고객 불편은 뒷전이고 돈만 밝히는 행태”라며 불만이 들끓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항공편 중에서 운항 스케줄이 크게 변동된 노선은 △김포∼홍차오(상하이) KE2057·2058 △인천∼나하(오키나와) KE2147·2148 △인천∼시드니 KE401·402 △인천∼푸꾸옥 KE483 등이다.
지난 2일 대한항공 항공편 스케줄 변경 안내 메시지를 받은 소비자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출발 예정이던 항공편이 6시간 이상 앞으로 당겨져 오전 일찍 공항까지 가야하거나, 오전 스케줄이 없어지고 밤 늦은 시간에 출발하는 항공편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먼저 오는 11월 중국 상하이 홍차오공항에서 서울 김포공항으로 귀국하는 항공편의 운항 스케줄은 약 8시간 정도가 앞당겨졌다. 기존 운항 스케줄은 상하이에서 출발하는 시간이 오후 6시 25분이었으나, 변경된 항공편은 현지에서 오전 10시 55분에 출발한다. 이러한 스케줄 변경은 단 하루가 아니며 동계스케줄 전체 운항편이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편 운항 시간이 크게 앞당겨짐에 따라 소비자들은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항공편을 여유롭게 이용하려면 되도록 공항에 2시간 전까지 도착을 해야 한다. 변경된 스케줄대로면 오전 8시 55분 이전까지는 상하이 홍차오공항에 도착을 해야 하는데, 도심에서 공항까지 이동 시간을 고려하면 사실상 오전 6∼7시에 기상을 해 준비를 하고 이동해야 하는 셈이다. 여행 마지막날 오전과 오후 이른 시간에 계획한 스케줄을 전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포∼홍차오 노선의 귀국 항공편 스케줄이 당겨진 만큼 상하이 홍차오공항으로 향하는 출국 항공편도 시간이 앞당겨졌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오키나와 나하공항 노선 스케줄도 약 6시간 앞당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동계스케줄이 시작된 이후인 10월 26일부터 운항하는 대한항공 인천∼오키나와 항공편은 당초 인천국제공항에서 오후 2시 35분 출발 예정이었으나 운항 시간이 오전 8시 30분으로 변경됐다. 또한 귀국 항공편 스케줄도 당초 오키나와 현지에서 오후 6시 5분 출발 항공편이었으나, 스케줄이 변경되면서 항공편은 정오(낮 12시) 출발로 바뀌었다.
인천공항에서 오전 8시 30분 출발하는 항공편을 이용하려면 오전 6시∼6시 30분까지는 공항에 도착을 해야 한다. 지방 거주자라면 숙박비가 추가로 발생하는 상황이며, 서울 거주자라 하더라도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는 심야 시간대라 택시 또는 자가용을 이용해 이동해야 한다. 오키나와에서 귀국편도 오후 6시경에서 낮 12시로 바뀌게 돼 사실상 귀국날 계획한 오후 스케줄은 전부 취소해야 한다.
오는 11월 인천∼시드니 출국편인 KE401 대한항공 항공편도 원래 스케줄은 오후 6시 55분 출발이었으나 출발 시간이 같은 날 오전 8시로 앞당겨졌다. 이 경우 원래 스케줄은 호주 시드니 도착 시간이 다음날 오전 6시 55분었는데, 변경된 스케줄은 현지 도착 시간이 출발일과 동일한 날짜의 오후 8시쯤이라 여행객들 입장에서는 숙박을 하루 더 잡아야 해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문제도 벌어졌다.
또한 동계스케줄 기간 인천∼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노선 출국 항공편인 KE437편 스케줄은 기존 오후 3시 5분 인천공항 출발에서 오전 9시 35분 출발로 당겨졌다.
항공편 스케줄이 뒤로 밀린 사례도 존재한다. 인천∼베트남 푸꾸옥 노선 항공편도 기존에 계획된 동계스케줄 오전 10시 인천공항을 출발하는 KE483편은 오후 6시 15분 출발하는 KE485편으로 변경됐다. 우리나라에서 오전에 베트남으로 향해 현지 시간 오후 2시쯤 도착해 낮부터 일정을 소화하려고 했던 여행객들의 일정이 현지에 밤 10시 이후 도착하는 스케줄로 변경돼 일정에 차질이 발생했다.
대한항공의 스케줄 조정은 많은 노선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한항공의 동계스케줄 대규모 수정을 두고 ‘아시아나항공을 흡수합병 하는 과정에 수익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경영진의 스케줄 통합 조치’라고 지적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12월 17일 합병을 완료하고 통합 항공사로 새롭게 출발한다. 통합을 앞두고 양사 모두가 운항 중인 노선에서 항공편을 하나로 통합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운항편 중에서도 태국 방콕 등 일부 노선의 오전 운항편이 사라지고 오후 항공편으로 전부 조정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합병의 후폭풍이 닥치고 있다”, “완전히 자기들 멋대로다”, “이게 갑질 아니면 뭐냐”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대한항공 항공권 예매 고객은 “밤 비행기 타기 힘들어서 일부러 더 비싼 낮에 출발하는 인천∼푸꾸옥 운항편을 예약했는데, 밤에 출발하는 항공편으로 바뀌었다. 가족 항공권 전부 합쳐서 낮·밤 비행기 비용 차액만 100만원 정도인데 누가 보상해주나”, “결혼식 다음날 시드니 가는 오후 비행기 예약했는데, 오전 8시로 바뀌었다. 시드니 호텔 1박도 추가로 예약해야 한다” 등 불만 섞인 반응이 대다수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동일 노선의 운항 시간대 분산을 통해 승객에게 보다 유연한 여정 선택지를 제공하고자 스케줄 조정을 실시하게 됐는데, 스케줄 확정 시점이 지연돼 승객 안내 시점이 다소 늦어지게 됐다”면서 “스케줄 조정이 필요한 승객에게 여정 변경 및 취소, 환불시 수수료 면제와 대체편 제공을 통해 승객 불편을 최소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한항공의 동계스케줄 변경이 법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동계·하계 스케줄이 시작되기 전 각 항공사들은 노선 운항 스케줄 인·허가를 국토부에 신청하고 최종 확정을 받아야 한다. 다만 스케줄 인가 전인 봄이나 여름철 이미 동계스케줄 항공권을 판매할 수 있는데, 이는 해당 스케줄이 확정된 게 아니라 인·허가에 따라 변경될 수 있음을 고지하면 문제가 되지 않으며 자유로운 스케줄 변경도 가능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통상 대형항공사들은 항공권을 판매할 때 1년 이후 출발편까지 먼저 판매를 하는데, 이렇게 판매하는 항공권 스케줄은 인가되지 않아 확정되지 않은 스케줄”이라며 “이 때문에 항공권 판매 과정에 공지사항으로 ‘사업계획 인허가에 따라 스케줄 변경이 될 수 있다’고 안내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항공사들이 동계스케줄 인가를 신청할 때는 최종 수정된 스케줄로 신청을 한다”며 “인가를 받은 이후 항공편 운항스케줄이 변경될 때는 항공사가 국토부에 별도로 신고를 하고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현시점에서 올해 동계스케줄 변경은 항공사의 재량에 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