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윤혁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나흘 만에 업무에 복귀한 가운데,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인선을 둘러싼 청와대와 대법원 간의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갈등은 단순히 특정 인사의 인선을 넘어, 대법관 임명권과 제청권을 놓고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권한 충돌로도 번지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청와대가 특정 후보를 인선하기 위해 재제청을 요구한 것 아니냐며 그 배경을 정조준하고 있다.
◇ 장동혁 “김민기가 아니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것”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은 헌법에 명시된 권한이지만,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는 헌법상 근거가 없다”며 “헌법에 명시된 제청권을 행정 절차로 뒤집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대법관 임명권이 주어졌다고 해서, 대법관 후보자를 직접 선택하거나 대법원장에게 특정 후보자의 제청을 요구할 권한까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주장은 청와대가 조 대법원장이 제청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의 대법관 임명동의안 제출을 거부한 데 따른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노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손 후보자를,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으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각각 제청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손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제출을 거부하고 재제청을 요구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을 무시하는 헌법 파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가 재제청을 요구한 배경에 김민기 서울고법 판사를 대법관 후보로 선호했던 상황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며 관심이 쏠렸다. 야권은 김 판사의 배우자가 현 정부에서 임명된 오영준 헌법재판소 재판관이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나섰다. 지난 3월 12일부터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되면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맞물릴 가능성이 생긴 만큼, 부부가 각각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할 경우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다.
이 같은 우려 속에 야권은 과거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사례까지 소환하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9월 민주당은 나 의원의 배우자가 현직 법원장이라는 점을 이유로 이해충돌 가능성을 제기하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선임에 반대한 바 있다. 당시 간사 선임을 넘어 아니라 법사위에서 활동하는 것 자체가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과거에는 이해충돌을 문제 삼았던 민주당이 이번에는 왜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있냐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김 판사의 과거 판결 이력까지 꺼내 들며 공세를 이어갔다. 김 판사가 참여한 성남도시개발공사 ‘조례 청탁’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력을 문제 삼은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근거로 청와대가 김 판사를 고집하는 데는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지우기 위해 확실한 아군을 대법관으로 앉히려는 의도가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나 의원은 재제청 요구 자체가 법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기존 후보 추천 절차가 이미 종료된 만큼 김 판사를 다시 제청하는 것 역시 절차상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이날 ‘KBS 1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현행법상 대법관 후보자 추천위원회는 후보자 제청 절차가 끝나면 종료되는 만큼, 새로운 후보를 제청하려면 추천위를 다시 구성해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한층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법관 후보자 추천위원회를 다시 꾸린다면 그 자체가 청와대의 근거 없는 재제청 강요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손봉기 후보자를 제청한 사실을 재확인하고, 손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통보할 것을 청와대에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가 헌법상 근거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하며 기존 제청을 관철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이러한 국민의힘의 공세를 ‘촌스러운 선동’으로 규정하며 반박하고 있다. 특히 과거 윤석열 정부 당시 대법관 후보자 제청을 앞두고 임명 보류 혹은 거부 가능성을 내비치며 압력을 행사한 점을 거론하며, 정권에 따라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처럼 대법관 인선을 두고 김 판사의 이해충돌 우려와 과거 판결 이력까지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여야 공방은 물론 행정부와 사법부의 신경전도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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