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부가 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기능 분리와 발전 5개사 통합을 골자로 한 대규모 공공기관 개편안을 기습 발표하면서, 10여년간 안착해 온 전국 혁신도시 생태계가 거센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특히 영남권 균형발전의 핵심 축이자 경남혁신도시의 기둥 역할을 해온 진주 지역사회와 정치권이 즉각 결사항전을 선언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경남 진주갑)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방안을 "공공기관 대전환의 탈을 쓴 지방분권 파괴 공작이자 졸속 행정"으로 규정하며 전면 백지화를 촉구했다.
박 의원은 "몸을 둘로 쪼갠다고 다이어트가 되지 않듯, 토지·주택·주거복지의 유기적 결합을 해체하면 의사결정 지연과 행정 비용 폭증만 남는다"며 정부의 개편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분리'로 채무 해결 안돼…전국 시·도 세수 격차와 공동화 공포
이번 개편안의 최대 뇌관은 단연 '혁신도시 정주기반 붕괴'다. 2015년 진주로 본사를 일괄 이전한 LH는 임직원과 가족 수천여명이 상주하며 인근 대학 인재 채용과 연간 수백억원대의 지방세를 책임지는 지역 경제의 젖줄 역할을 해왔다.
경남혁신도시가 2024년 정주여건 만족도 조사에서 전국 2위에 오른 배경에도 LH의 확고한 앵커 기능이 자리 잡고 있었다.
문제는 LH 분리가 단순히 진주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시·행정 전문가들은 핵심 공공기관이 쪼개지거나 기능이 재조정될 경우, 혁신도시로 지정된 전국 10개 시·도 전반에 도미노식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전북혁신도시(국민연금공단),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한국전력), 대구혁신도시(한국가스공사), 부산문현(금융공기업) 등 각 거점 도시는 특정 앵커 기관을 중심으로 산·학·연 클러스터와 자치단체의 독자적 세입 기반을 간신히 형성해 왔다.
만약 정부 논리대로 비효율 해소를 이유로 거대 공기업을 쪼개 재배치할 경우, 지역별로 쌓아온 세수 기반과 정주 인프라는 순식간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재정학계 역시 분리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공공정책 전문가들은 LH의 부채 총량은 조직을 분리한다고 줄어들지 않으며, 오히려 기존 개발사업의 개발이익으로 적자 사업인 주거복지를 교차 보전하던 완충 기제가 무너지면서 결국 막대한 국가 재정(혈세)을 투입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1년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유사한 분리안이 검토됐으나 조직 분절화와 주택공급 차질, 비효율 문제로 끝내 백지화된 바 있다.
◆발전 5사 통합, 명분 '효율'인데…'제2의 지역 갈등' 도화선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함께 발표한 '발전 5개사(남동·남부·중부·서부·동서발전) 통합' 추진은 전국 지자체 간 극심한 갈등을 촉발하는 도화선이 되고 있다.
현재 발전 5사는 한국남동발전(경남 진주), 한국남부발전(부산), 한국동서발전(울산), 한국서부발전(충남 태안), 한국중부발전(충남 보령) 등으로 전국 혁신도시에 흩어져 있다.
여기에 전남 나주에 본사를 둔 모기업 한국전력공사와의 집적 효과를 내세우는 호남권까지 가세하면서, 통합본사 입지를 둘러싼 '지자체 쟁탈전'은 이미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산시는 남부발전의 세수 및 우선구매 실적을 근거로 삼고 있으며, 충남권 역시 발전 설비 밀집도를 내세워 반발할 태세다.
이에 대해 박대출 의원은 통합 자체의 거시적 명분(기능 효율화)은 수긍하면서도, 본사 입지만큼은 철저히 '경제성과 재정 효율'에 따라 남동발전(진주)으로 단일화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박대출 의원은 "남동발전은 타 발전사와 달리 독립적인 단독 청사를 완비하고 있어, 수천억 원이 소요되는 신규 부지 매입과 청사 신축 비용을 원천 차단하고 수년간의 행정 공백을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근 창원을 비롯한 동남권 중공업 제조 밸류체인과 인접해 있을 뿐만 아니라, 지리적으로도 5개 발전사 분포의 중심에 위치해 국가 에너지 인프라 운용에 최적지"라며 "정치적 안배나 지역 간 나눠먹기 논리가 개입될 경우 국가 에너지 대계에 돌이킬 수 없는 비효율을 초래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정치권 '지역 패싱' 정조준…"일자리든 조직이든 종이 한 장도 못 빼"
지역 정가에서는 이번 정부 개편안이 표방한 '지방분권'의 방향성이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는 불만이 거세다. 이재명 정부가 역설해 온 '5극 3특' 균형발전 전략이 실제로는 지역의 안정된 기반을 흔들고 새로운 갈등을 유발하는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비판이다.
박 의원은 "일자리든 조직이든 지역민의 동의 없이는 종이 한 장도 진주 밖으로 옮길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며 △LH 분리 시도 즉각 중단 △진주시·경남도·노조의 사전 동의 절차 법제화 △조직 개편 여부와 무관한 본사 인력·기능의 진주 존치 명문화를 대정부 마지노선으로 공식 통보했다.
수도권 쏠림 완화와 자립적 지방 거점 형성을 위해 지난 10여 년간 막대한 세금과 사회적 비용을 쏟아부은 혁신도시 프로젝트가 이번 공공기관 재편안이라는 시험대에 오르면서, 지방의 생존권과 국가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파열음은 당분간 전국적인 정치·사회적 공방으로 번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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