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회고록' 논란] ‘용산 리스크’로 확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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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를 음모론으로 치부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해당 내용은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최근 발간한 회고록에 담겼다. 야당은 즉각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며 공세의 날을 세우고 있다.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를 음모론으로 치부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해당 내용은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최근 발간한 회고록에 담겼다. 야당은 즉각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며 공세의 날을 세우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을 두고 정치권에 파문이 일고 있다. 김 전 의장이 회고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를 ‘음모론’으로 치부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의 즉각적인 반박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공세 태세에 돌입했다. 여당은 회고록 내용의 ‘신뢰성’을 문제 삼으면서 이번 사태가 여권의 새로운 ‘악재’로 부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28일 더불어민주당은 김 전 의장의 회고록에 담긴 윤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음모론’ 논란을 정조준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저와 자주 만나거나 통화하던 김 전 의장은 그 전부터 윤 대통령과 나눴던 대화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공유해주셨다”며 “이번에 논란이 된 이태원 참사에 관한 대통령의 매우 잘못된 인식을 드러낸 대화도 저는 생생히 전해 들어서 지금도 메모장에 그대로 남아있다”고 했다.

박 의원은 “김 전 의장으로부터 전해 들어 메모한 대로 옮긴다”며 ‘동남아 식당이 조금 있는 이태원은 먹거리나 술집도 별로 없고 볼거리도 많지 않은데 그렇게 많은 인파가 몰렸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 ‘MBC와 KBS, JTBC 등 좌파언론들이 2~3일 전부터 사람이 몰리도록 유도한 방송을 내보낸 이유도 의혹이다’ 등의 발언을 적었다.

이어 “원내대표를 하면서 윤 대통령이 극우 유튜브에 심취해 있다는 말은 여러 번 들었다”며 “김 전 의장이 평소 입이 무겁고 없는 말을 지어낼 분이 결코 아니다”라고 김 전 의장의 회고록에 신뢰를 보냈다.

‘이태원 참사 음모론’ 논란은 김 전 의장의 회고록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회고록에서 김 전 의장은 지난 2022년 12월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윤 대통령을 독대한 사실을 밝히면서 당시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에 대해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전날 “독대를 요청해 나누었던 이야기를 멋대로 왜곡해서 세상에 알리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이 최근 ‘이태원 특별법’ 수용한 사실 등을 다시 짚기도 했다.

◇ 공세 차단 나선 여당 

대통령실의 빠른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여전하다. 해당 내용이 ‘왜곡’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점은 야당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이유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통령실은 김 전 의장의 세세한 상황 설명 어느 것도 구체적으로 해명하지 못한 채 ‘왜곡’으로 치부해 버렸다”고 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김 전 의장이 윤 대통령의 어떤 발언을 ‘멋대로 왜곡’한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의구심은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이 직접 이번 논란에 대해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졌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실이라면 매우 충격적”이라며 “윤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김 대변인도 “윤 대통령이 어떻게 이야기했는데 김 전 의장이 어느 대목을 ‘멋대로 왜곡’했는지를 직접 밝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여당은 일단 이번 논란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 전 의장의 회고록이 당시 시점으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는 점을 근거로 ‘신빙성’을 문제로 삼았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기자들을 만나 “민주당은 ‘청담동 술자리 의혹’ 같은 말 같지도 않은 (말을) 그것도 전 당력을 총동원해 정치공세를 하는 정당”이라며 “2년이 다 되도록 왜 이야기를 안 했나”라고 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왜 그때 직언하지 못했나”라며 김 전 의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까지 “의문이 해소되기에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목청을 높이는 등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도 여당 내부에선 ‘용산발 리스크’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산사태를 막고 났더니 홍수가 오고, 홍수 난 다음 산불이 번지는 것 같다”며 “우리 당이 불쌍하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여당 내부에서도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제 생각에는 대통령실이 분명한 입장을 내줘야 한다”며 “조작설 이런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분명히 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사실 여부를 분명히 밝히고 무엇이 왜곡이고 진실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만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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