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의원직 유지 방침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현행법은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직을 허용하고 있으며, 역대 정부에서도 현역 의원 출신 장관들이 의원직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행정부 구성원이 장관 재임 중에도 법안 발의와 본회의 표결 등 입법부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권력분립 취지에 맞느냐는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이를 제한하려는 법안도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용 후보자의 거취 논란을 계기로 국무위원과 국회의원의 겸직을 별다른 제한 없이 허용하는 현행 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 비례대표 사퇴는 관례… 장관 돼도 표결·발의 가능
용 후보자는 31일 입장문을 내고 기본소득당의 원내 존립을 이유로 사실상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의원직 유지가 특권이나 혜택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를 알고 있다면서도 자신이 사퇴하면 당 소속 의원이 한 명도 남지 않아 기본소득당이 원외정당이 된다고 설명했다. 연합 정치의 제도적 공백으로 기본소득당이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개인의 결정이 당의 진로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용 후보자는 차기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당에 이미 전달했다고도 밝혔다.
용 후보자의 의원직 사퇴 여부가 기본소득당의 원내 지위와 직결되는 것은 그가 2024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후보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용 후보자가 의원직을 내려놓으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당시 비례대표 후보자명부의 다음 순번이 의석을 승계한다. 후순위 후보가 기본소득당 소속이 아니어서 용 후보자가 사퇴하면 기본소득당은 원외정당이 된다.
비례대표 의원이 장관으로 입각할 때 의원직을 사퇴해온 것은 법률이 정한 의무가 아니라 정치권의 관례다. 지역구 의원은 사퇴하면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은 후보자명부상 후순위 후보가 의석을 승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비례대표 의원은 입각할 때 의원직을 내려놓고 다른 후보에게 의정활동의 기회를 넘겨주는 방식이 일반적으로 자리 잡았다.
현행법상 국회의원은 국무총리나 국무위원을 겸할 수 있다. 국회법 제29조 제1항이 국회의원의 겸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도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은 예외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을 구분하지 않는다. 따라서 용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된 뒤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더라도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
의원직 유지 논란과 별개로 간과해서는 안 될 대목은 국무위원을 겸직한 의원이 장관으로 근무하는 동안에도 입법부의 권한을 그대로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별도의 제한 규정이 없어 겸직 의원도 법률안을 대표·공동 발의하고 본회의 표결에 참여할 수 있다. 정부가 제출한 법률안과 예산안·결산은 물론 국무총리 임명동의안과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에도 의원 자격으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행정부 구성원이 정부 정책을 집행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속한 정부의 법안과 예산을 심의·의결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상임위원 활동도 장관 임명과 동시에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국회법 제39조 제4항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을 겸한 의원이 상임위원을 ‘사임해야 한다’고 의무화하지 않고 ‘사임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장관으로 임명된 뒤 다른 상임위로 옮기거나 상임위원직에서 물러날 수 있지만 이는 국회 내부의 조정이나 본인의 선택에 따른 것이다. 장관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상임위원 활동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실제로 국무위원 겸직 의원이 정부 인사와 관련된 표결에 참여한 사례도 있다. 2015년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 당시 현역 의원이면서 국무위원이었던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도 표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임명동의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시 무기명투표여서 이들의 찬·반 입장을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행정부 구성원이 같은 정부의 총리 인선에 의원 자격으로 표를 행사했다는 점에서 겸직 의원의 표결권 논란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 반복된 제한 입법은 폐기… 권력분립 논란 여전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직을 제한하려는 입법은 20여년 전부터 이어졌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서 확인되는 첫 법안은 17대 국회 때인 2004년 10월 김병호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이다. 국회의원이 국무총리나 국무위원, 정부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되면 의원직을 사퇴하도록 했다. 정부 직책을 맡으면 의원직을 내려놓게 해 입법부와 행정부의 구성원을 분리하자는 취지였다. 18대 국회까지 같은 내용의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19대 국회에서도 겸직 자체를 금지하려는 입법이 이어졌다. 여상규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2012년 7월 특임장관을 제외하고 국회의원이 국무총리나 국무위원을 겸하지 못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앞선 법안들과 달리 행정부와 입법부의 소통을 담당하는 특임장관은 겸직 금지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국무위원 인재풀이 줄고 당정 소통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반론 속에 법안은 철회됐다.
이후에는 장관이 된 의원에게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대신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국회에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제한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유승희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15년 3월 국무총리나 국무위원 등 국가공무원의 직을 겸한 의원이 상임위원과 특별위원 등을 사임하고 본회의 표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본회의 의결정족수를 계산할 때 겸직 의원을 재적 의원 수에서 제외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겸직은 허용하되 상임위원회 활동과 본회의 의결권 행사는 제한하는 방식이었다. 이 법안도 19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는 겸직 의원에게 제한하는 권한의 범위를 법률안 발의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나왔다. 황주홍 당시 국민의당 의원은 2017년 9월 국무위원을 겸직한 의원의 상임위원회 활동과 본회의 표결에 더해 본인 명의의 법률안 발의도 제한하는 개정안을 냈다. 황 의원은 같은 해 12월 국회의원과 국무총리·국무위원의 겸직 자체를 금지하는 별도의 개정안도 발의했다. 그러나 두 법안 모두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그러나 21대 국회 이후에는 국무위원과 국회의원의 겸직을 금지하거나 겸직 의원의 입법 권한을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되지 않았다. 현역 의원의 입각은 국회 경험과 정치적 대표성을 행정부 운영에 활용하고 당정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반면 입법부와 행정부의 구성원을 한 사람이 겸하는 것은 권력분립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용 후보자의 이번 거취 논란에는 비례대표 승계 문제와 국무위원 겸직 의원의 권한 문제가 함께 얽혀 있다. 전자가 소수정당의 의석 승계에 관한 문제라면 후자는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직 자체를 금지할지, 겸직을 허용할 경우 법안 발의와 본회의 표결 등 입법 권한을 어디까지 제한할지에 관한 문제다. 20여 년간 관련 법안이 발의와 폐기를 반복한 가운데 이번 논란을 계기로 겸직 허용 여부와 겸직 의원의 권한 범위를 법률로 명확히 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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