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백신 명가’ GC녹십자가 글로벌 사업 확대와 연구개발(R&D) 체질 개선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오랜 기간 축적해온 백신·혈액제제 경쟁력을 기반으로 기존 사업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미국 시장 진출을 통해 해외 성장 가능성도 입증하고 있다. 그룹의 사업 무게중심이 국내 중심에서 글로벌로 넓어지는 가운데 차세대 경영진의 역할도 커지면서 향후 경영 승계 구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3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그룹은 허일섭 GC(녹십자홀딩스) 회장이 여전히 그룹 경영을 이끄는 가운데 오너 3세 4명은 사업회사와 지주사에서 각자의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이 쌓아가는 경영 성과와 지분 변화가 향후 승계 방향을 가를 주요 변수로 꼽힌다.
GC녹십자그룹 오너 3세는 고(故) 허영섭 선대회장과 동생 허일섭 회장의 두 집안에서 함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사업회사 GC녹십자에는 허영섭 선대회장의 차남 허은철 대표와 허일섭 회장의 차남 허진훈 알리글로팀장이, 지주사 GC에는 허영섭 선대회장의 삼남 허용준 대표와 허일섭 회장의 장남 허진성 경영관리본부장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사업회사의 중심에는 허은철 대표가 있다. 2015년 GC녹십자 대표이사에 오른 뒤 혈액제제와 백신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확대해왔다. 최근에는 미국 시장에 진출한 혈액제제 ‘알리글로’가 핵심 성과로 꼽힌다.
허진훈 팀장도 알리글로를 통해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GC녹십자 글로벌사업본부에서 알리글로팀장을 맡아 미국 사업 실무를 담당한다. 아직 임원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그룹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품목을 직접 맡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지주사에서는 허용준 대표와 허진성 본부장이 역할을 나눠 맡고 있다. 허용준 대표는 2017년부터 허일섭 회장과 GC 공동대표를 맡아 그룹 전략과 계열사 관리를 담당해왔다.
허진성 본부장은 재무와 투자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2024년 말 전무급으로 승진해 GC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올랐으며, 성장전략실장 시절에는 홍콩법인과 중국 자회사 6곳 매각과 미국 아티바 바이오테라퓨틱스의 나스닥 상장 등 주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허영섭 선대회장의 장남 허성수 전 부사장은 2007년 회사를 떠났고, 2009년 부친 별세 이후 모친 정인애 씨와 유산 상속을 둘러싼 법적 분쟁을 거치며 승계 구도에서 멀어졌다.

승계 구도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배경에는 그룹의 실적 성장이 있다. GC녹십자는 2024년 7월 미국에 출시한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알리글로는 선천성 면역결핍증 등에 쓰는 정맥주사형 면역글로불린(IVIG) 제제로 2023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알리글로의 미국 매출은 올해 상반기 754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 1511억원의 절반에 이르렀다. 올해 매출 목표는 1억5000만달러(약 2200억원)다. 2028년에는 연매출 3억달러, 2030년에는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 점유율 10%와 매출 6억5000만달러(약 9700억원)를 목표로 하고 있다.
GC녹십자는 지난해 연결 매출 1조9913억원으로 창립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691억원으로 115.4% 증가했다.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매출은 744억원으로 약 20% 늘었고 수두백신 ‘배리셀라주’도 321억원으로 전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승계 구도를 둘러싼 또 다른 변수는 지주사 GC의 지분이다. 허일섭 회장과 특별관계자는 GC 지분 49.58%를 보유하고 있으며 허 회장 개인 지분은 12.29%다.
최근에는 허진성 본부장이 장내매수로 지분율을 0.78%에서 0.87%로 높였고 허진훈 팀장도 0.72%에서 0.85%까지 늘렸다. 허은철 대표 역시 지분을 2.68%에서 2.78%로 확대했다. 시장에서는 잇따른 지분 매입을 향후 승계 구도와 연결해 보는 시각도 나온다.
다만 현재로서는 경영 성과와 지분 어느 한쪽에서도 차기 구도를 단정할 만한 신호는 뚜렷하지 않다. 허일섭 회장이 여전히 그룹을 이끄는 상황에서 네 사람이 사업회사와 지주사에서 어떤 성과를 쌓고 향후 지분 구조가 어떻게 달라지느냐에 따라 GC녹십자그룹 사촌경영의 무게중심도 서서히 드러날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3세들이 사업회사와 지주사에서 각자 역할을 나눠 맡고 있지만 향후 승계가 본격화하면 지금의 구도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사업 성과와 지주사 지분 변화 등이 맞물리면서 사촌경영의 무게중심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