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경남 산청군이 단속사지의 국가 사적 지정을 위한 학술적 근거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사적 지정 절차와 주민 생활민원을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문화재 보존이라는 명분과 인근 주민들의 생존권·불편 해소 요구가 엇갈리면서 산청군의 다각적인 행정적 소통과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성면 운리 302번지 일원에 위치한 '단속사'는 8세기 중반 통일신라시대에 창건돼 9세기에 중창된 유서 깊은 사찰로 18세기경 폐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 산청군, '산속 단속사지 사적 지정' 학술대회 개최
산청군은 지난 27일 군청 대회의실에서 '산청 단속사지 사적 지정을 위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단속사지의 역사적 성격과 국가유산적 가치를 심층적으로 규명하고, 사적 지정을 위한 학위·학술적 근거를 탄탄히 다지기 위해 마련됐다.
‘산청 단속사지의 가람배치 변화와 역사적 가치’를 대주제로 진행된 이번 학술대회는 총 4개의 주제발표와 종합토론으로 이어졌다.
이날 대회는 최태선 중앙승가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고, 이동윤(부경역사연구소), 이승연(건축문헌고고스튜디오), 강현(국립문화유산연구원), 전지혜(부경대학교 해양인문학연구소) 연구원이 참여해 단속사지의 보존 및 정비 방안을 다각도로 논의했다.
산청군 관계자는 "학술대회를 통해 도출된 역사적 가치를 바탕으로 사적 지정의 당위성을 확고히 하고, 소중한 문화유산을 후대에 온전히 전승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갈등의 불씨, 사적 지정과 주민 생활민원의 '동상이몽'
학술대회 개최의 화려한 면모 뒤편에서는 단속사금륜대 주지 자흥스님과 산청군 간의 팽팽한 입장 차이가 드러났다. 자흥스님은 학술대회에 앞서 주민 생존권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스님과 주민 측이 요구한 주요 사항은 산사태 방지, 지하수 개발, 농로 및 배수시설 확충, 공중화장실 설치 및 주민 이주대책 등이다. 이를 사적 정비계획에 전면 반영하고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산청군 문화체육과는 현재 추진 중인 절차가 단속사지 중심부를 국가 사적으로 지정하기 위한 '신청 단계'일 뿐, 주민 숙원사업을 담는 '정비계획 수립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산사태나 침수 위험은 산림·재난 부서가 지하수와 농로·배수시설은 단성면과 관련 사업부서가 각각 검토해야 할 사안이어서 문화체육과가 이를 한꺼번에 사적 지정 보고서에 반영하기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 지정 구역 밖의 10여 가구, 그리고 남겨진 규제들
주민 이주 문제 역시 사적 지정 범위와 엇갈려 있다. 군에 따르면 이번 사적 지정 신청 구역은 기존 문화유산 보호구역과 일치한다. 과거 보호구역 내 거주하던 10여 가구는 보상을 받고 인근 이주단지로 이전했으나, 현재 남아 있는 10여 가구는 지정 신청 구역 밖에 위치해 이번 사업의 보상·이주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아울러 이미 국가 지정 보물로 등록된 '단속사지 동·서 삼층석탑'으로 인해 주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주민들은 건축 및 시설 설치 시 엄격한 현상변경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생활 속 규제와 불편이 상존하고 있다. 이동식 화장실 과태료 부과나 옥녀봉 산사태 우려 등도 사적 지정 압박과 무관한 개별 민원 사항이라는 것이 산청군의 입장이다.
◆ "부서가 다르다고 민원까지 외면해선 안 돼"
산청군은 지난 2024년 9월 경남도에 신청 자료를 제출한 이후, 보완 발굴조사와 이번 학술대회를 거쳐 자료를 보완해 최종 심의를 통과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갈등의 본질이 단순히 민원의 존재 유무가 아니라, 주민 불편을 해소할 행정 창구와 부서가 파편화돼 있다는 점에 있다고 지적한다.
사적 지정은 문화체육과의 절차이지만, 산생존권과 직결된 생활민원은 단성면과 산림·재난·건설 등 유관 부서가 함께 현장을 찾아 소통해야 한다.
두 문제를 억지로 하나의 사업 보고서에 묶어 해결하려 하기보다 산청군이 행정의 칸막이를 허물고 각각의 창구를 연결해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는 것이 진정한 갈등 해소의 지름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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