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보험사들이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고급 요양시설과 실버타운을 잇달아 늘리고 있다. 생명보험사에 이어 손해보험사까지 가세하면서 구매력 있는 고령층을 겨냥한 ‘프리미엄 시니어’ 시장 선점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최근 시니어 주거사업을 전담하는 현대에이치엑스피(HXP)를 설립하고 서울 양천구 목동에 약 400실 규모의 시니어 주거시설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HXP는 현대해상 자회사 현대C&R이 지분 100%를 출자한 손자회사로, 노인복지시설 설치·운영과 부동산 임대·투자 등을 사업 목적으로 두고 있다.
현대해상은 목동 예술인센터 부지에 최고 29층 규모의 도심형 시니어 주거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현대하임자산운용이 펀드를 조성하고 현대HXP가 운영을 맡는 구조다.
그동안 생명보험사 위주였던 시니어 사업에 손해보험사인 현대해상까지 뛰어들면서 보험업계의 경쟁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KB라이프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는 서초·위례·은평·광교·강동 등 수도권에서 5개의 도심형 요양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노인복지주택과 주야간보호시설도 운영 중이며 오는 2028년에는 서울 송파구에 신규 시설을 추가할 예정이다.
신한라이프는 2024년 신한라이프케어를 설립한 뒤 올해 1월 경기 하남에 첫 대형 요양시설인 ‘쏠라체 홈 미사’를 열었다. 전 객실을 1인실로 구성했으며 서울 은평·위례와 부산 해운대 등에서도 추가 시설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삼성노블라이프를 출범시키고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운영하던 경기 용인 삼성노블카운티를 편입했다. 하나생명도 지난해 하나더넥스트라이프케어를 설립해 경기 고양시에 첫 프리미엄 노인요양시설을 짓고 있다. 내년 9월 개소를 목표로 치매 특화 프로그램과 병원 연계 동행 서비스 등을 도입할 계획이다.

◇ 10명 중 9명 1·2인실…보험사가 택한 건 ‘프리미엄’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보험사가 운영하는 요양시설 침실의 98.4%가 1·2인실로 구성돼 있다. 실제 이용자 기준으로도 96.8%가 1·2인실을 사용해 전국 평균인 20.3%를 크게 웃돈다.
가격도 일반 시설보다 높다. 보험사 운영 요양시설의 월 이용자 부담액은 약 250만~480만원으로 일반 요양시설의 2~4배 수준이다.
도심형 시설의 높은 사업비용도 프리미엄 전략의 배경이다. 부지 확보와 건축에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고 개소 이후에도 요양보호사 인건비와 관리비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토지·건물에 투입한 자금이 장기간 묶이고 차입에 따른 금융비용까지 발생하는 만큼 사업성을 확보하려면 지불 여력이 큰 고객층을 확보해야 한다.
때마침 1·2차 베이비붐 세대인 1955~1974년생이 순차적으로 은퇴기에 접어들고 있다. 이들은 경제활동 기간 축적한 저축과 연금에 더해 지난 10여년간 부동산 가격 상승의 수혜를 입었다. 최근 증시 활황으로 금융자산 가치까지 높아지면서 자산 규모와 소비 여력이 큰 시니어 고객층이 두터워지고 있다는 평가다.
평균수명 증가로 은퇴 이후 기간이 길어진 것도 시장 확대 요인이다. 단순 요양을 넘어 주거·건강관리·식사·여가 등을 함께 누리려는 수요도 커지고 있다.
◇ 적자에도 투자 확대…시설 넘어 ‘장기 고객’ 잡는다
KB골든라이프케어는 올해 상반기 5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57억원보다 손실 폭은 줄었지만 출범 10년째에도 흑자로 돌아서지 못했다. 삼성노블라이프와 신한라이프케어도 각각 13억7600만원, 16억53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대규모 초기 투자가 필요한 데다 시설 개소 이후 입소율이 안정적인 수준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 어려운 사업 구조다.
그럼에도 보험사들이 투자를 이어가는 이유는 시설 자체의 수익보다 시니어 고객과의 장기적인 접점에 있다.
은퇴 초기에는 연금과 자산관리 수요가 발생하고 나이가 들수록 건강관리와 간병·요양 수요가 커진다. 보험사는 기존 보험·연금에 신탁과 자산관리, 건강관리 서비스를 연계해 고객의 은퇴 이후 생애 전반을 사업 영역으로 끌어올 수 있다.
특히 자산을 보유한 고령층은 금융그룹 전체에서도 중요한 고객이다. 요양시설과 실버타운이 이들과 장기간 관계를 이어가는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사업 영역도 시설 밖으로 넓어지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법령해석을 통해 보험사 요양 자회사가 노인복지시설 등 사업자·법인·단체를 대상으로 시니어푸드를 유통·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요양보호사 교육기관 운영과 교육 이수자의 취업을 돕는 단순 직업정보 제공도 허용했다. 주거·요양을 넘어 식사와 돌봄 인력까지 시니어 사업의 외연을 넓힐 수 있게 된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령화로 관련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장의 손익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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