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빙하 붕괴 참사, 세계 과학자들은 이미 ‘예견’했다

시사위크
지난 26일(현지시간) 네팔 빙하호 붕괴 홍수 사건으로 약 사망 469명·실종 977명의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참사는 네팔과 중국 접경지역에서 발생한 빙하 붕괴가 원인이다. 국제 연구진들의 연구를 종합하면 이미 이번 참사를 예측한 연구가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네팔 빙하호 붕괴 홍수 사건으로 약 사망 469명·실종 977명의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참사는 네팔과 중국 접경지역에서 발생한 빙하 붕괴가 원인이다. 국제 연구진들의 연구를 종합하면 이미 이번 참사를 예측한 연구가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지난 26일(현지시간) 네팔 빙하호 붕괴 홍수 사건으로 약 사망 469명·실종 977명의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참사는 네팔과 중국 접경지역에서 발생한 빙하 붕괴가 원인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거대한 빙하가 무너지면서 코시강과 트리슐리강에 다량의 흙과 물이 쏟아져 내린 것이다.

그간 빙하의 붕괴·융해는 해수면 상승의 위험에만 집중됐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기후변화로 인한 빙하의 붕괴가 대규모 인명·재산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해마다 가속화되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빙하 붕괴에 의한 재난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제 연구진들의 연구를 종합하면 이미 이번 참사를 예측한 연구가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 수백 명 목숨 앗아간 참사, 이미 6~8월 관련 국제 연구 나와

안타깝게도 이번 참사가 발생하기 약 20일 전인 지난 3일, 이미 과학자들은 빙하 붕괴에 대한 경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연구논문이었다. 중국 지질과학원·란저우공대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다.

연구 논문의 제목은 ‘기후온난화는 히말라야 경사면에서 지진 후 연쇄 재해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Climate warming preconditions Himalayan slopes for post-earthquake cascading hazards)’다. 즉, 이번 참사에 대한 ‘예언서’나 다름 없었다.

연구팀이 연구를 진행한 곳은 ‘히말라야 동부의 세동푸 계곡’이다. 이번 참사가 발생한 네팔·중국 티베트 접경지역 랑탕리룽산 인근 렌데강과의 직선 거리는 약 930km 정도다. 연구 지역과 사고 발생 지역 간 물리적 거리는 멀다. 하지만 같은 히말라야 환경, 빙하 협곡 지형은 거의 유사한 조건이었다.

 미국 상업 위성업체 밴터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홍수 발생 이틀째인 27일(현지시간) 네팔 샤프루베시 마을 피해 모습이 보이고 있다. / 뉴시스, AP
 미국 상업 위성업체 밴터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홍수 발생 이틀째인 27일(현지시간) 네팔 샤프루베시 마을 피해 모습이 보이고 있다. / 뉴시스, AP

연구진은 히말라야 세동푸 계곡 빙하를 대상, 1961년부터 2023년 10월까지 약 60년간에 걸쳐 장기적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최소 24건의 재해 연쇄 반응이 발생했으며 평균 누적 사면 토사 유실 면적은 약 7억2,200만m³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지속적인 빙하 및 적설량 감소와 기후 온난화가 사면 경계 조건을 점진적으로 변화시키는 장기적인 불안정화 과정으로 작용했다”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암석-빙사 붕괴 사태가 여전히 막대한 양의 토사를 발생시켜 강을 막을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경고했다.

나아가 2개월 반 전인 6월 8일, 이번 참사가 발생한 랑탕 유역 빙하 소멸에 대한 연구도 국제학술지 온라인판으로 발표됐다. 영국 뉴캐슬대 지리·정치·사회학과 연구진이 이 진행한 이 연구에 따르면 랑탕 유역 빙하 면적은 소빙하기 이후 41.5% 감소했다.

빙하 면적 감소율은 1964년부터 2023년 약 60년간 연 0.49%로 4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2000년과 2016년 빙하 면적 감소율은 연간 0.79%로 크게 증가했다. 또한 히말라야 해발 4,000m 이상에서는 1964~2023년 10년당 약 0.3℃의 온난화가 나타났다.

뉴캐슬대 연구팀은 “파편화된 빙하는 더 높은 면적 손실과 빙하 두께 감소, 표면 유속 감소를 보였다”며 “계곡 빙하의 단절은 퇴적물로 덮인 빙하설의 정체와 침식을 야기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히말라야 전역에 걸쳐 고지대 온난화가 심화됨에 따라 빙하 후퇴의 주요 양상으로 빙하의 분열과 단절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미래의 빙하 진화, 융빙수 공급, 지역 수문학 및 관련 지질 재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이춘기 극지연구소 빙하지권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스위스나 알프스에도 빙하호들이 많이 있다”며 “이 빙하가 녹아 이 호수들이 가득 차서 범람하거나 빙하가 붕괴되면 쓰나미와 같은 홍수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빙하의 붕괴는 산악 지형만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다. 북극해의 경우 대량의 온실가스인 ‘메탄(CH₄)’이 묻혀 있어, 해양온난화가 또 다른 형태의 기후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극지연구소(KOPRI)’는 25일 북극 보퍼트해 수심 약 750~1,200m에서 최소 406㎢ 면적의 가스하이드레이트 분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 극지연구소
기후변화로 인한 빙하의 붕괴는 산악 지형만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다. 북극해의 경우 대량의 온실가스인 ‘메탄(CH₄)’이 묻혀 있어, 해양온난화가 또 다른 형태의 기후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극지연구소(KOPRI)’는 25일 북극 보퍼트해 수심 약 750~1,200m에서 최소 406㎢ 면적의 가스하이드레이트 분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 극지연구소

◇ 바닷속에 잠긴 ‘기후변화 폭탄’

기후변화로 인한 빙하의 붕괴는 산악 지형만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빙하가 위치한 ‘극지’의 빙하 안정성도 무너지고 있다. 특히 북극해의 경우 대량의 온실가스인 ‘메탄(CH₄)’이 묻혀 있어, 해양온난화가 또 다른 형태의 기후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극지연구소(KOPRI)’는 25일 북극 보퍼트해 수심 약 750~1,200m에서 최소 406㎢ 면적의 가스하이드레이트 분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서울시 3분의 2 면적 수준이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메탄과 물이 결합한 얼음 형태의 고체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부피 1L당 최대 200L의 가스가 압축된 고효율 에너지원이다. 때문에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가스하이드레이트 관련 기술 및 자원 시장 규모는 2033년 45억달러(약 6조1,974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가스하이드레이트가 기체로 분해될 때다. 이 경우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을 방출, 기후변화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유려다. 실제로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한 대규모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대기로 방출된다면 현재 지구 평균 대기 메탄 농도가 3~4% 증가할 수 있다.

지난해 1월, 남극 킹조지섬, 남극세종과학기지 바로 앞에 위치한 마리안 소만 빙하가 무너지는 모습./ 사진=남극특별취재팀, 촬영 협조=황대하 대원
지난해 1월, 남극 킹조지섬, 남극세종과학기지 바로 앞에 위치한 마리안 소만 빙하가 무너지는 모습./ 사진=남극특별취재팀, 촬영 협조=황대하 대원

메탄은 이산화탄소와 함께 ‘7대 온실가스’로 불리는 물질이다.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에 따르면 메탄은 지구 대기 중 약 0.00018% 분포한다. 하지만 전체 온실효과 기여도는 17% 수준으로 강력하다.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도 이산화탄소 대비 28배 높다.

이 막대한 양의 가스하에드레이트가 아직까진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극지연구소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극지연구소 연구팀은 가스하이드레이트층이 해저면 아래 수백m 깊이에 묻혀 있어 북극 온난화로 높아진 수온이 해당 깊이까지 전달되려면 수백~수천 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해양온난화 장기화 시, 가스하이드레이트의 안정 영역이 점차 줄어들고 메탄 이동과 해저지반 안정성 변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최연진 극지연구소 기술원은 “이번에 구축한 자료와 분석 결과는 북극 해저 가스하이드레이트가 장기적인 해양 온난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추적할 것”이라며 “지역과 시기에 따른 변화를 비교·검증하기 위한 기준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북극해 기후변화 대응과 미지의 자원 평가를 위해 연안국 연구기관들과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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