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올해 국회 국정감사가 오는 10월 6일 막을 올린다. 추석 연휴와 겹쳐 준비 기간이 빠듯해지면서 유통업계도 예년보다 서둘러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감에서는 홈플러스 대주주의 경영 책임과 기업 존속 문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비롯해 스타벅스의 ‘5‧18 탱크데이’ 논란, 14년 묶은 대형마트 규제 개편, 잇따른 식품업계 산업재해 등 기업 경영 판단과 책임 소재를 겨냥하는 현안이 쟁점이 될 것으로 거론된다.
올해 가장 주목되는 현안은 홈플러스다. 지난해 국감이 기업회생 신청 직후 불거진 혼란과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책임론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올해는 실제 존속 여부를 둘러싼 마지막 절차가 국감 직전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7월 3일 운영자금 부족을 이유로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이후 메리츠금융그룹이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법원은 7월 21일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절차를 재개했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도 9월 4일로 연장됐으나, 오는 9월 2일 열리는 관계인집회에서 채권자 동의를 얻지 못하면 홈플러스는 다시 청산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

앞서 국회는 지난달 홈플러스를 둘러싼 책임론을 묻기 위해 청문회를 추진했으나 메리츠금융의 긴급자금 지원을 계기로 한발 물러선 바 있다. 여기에 롯데카드 해킹 사태와 오스템임플란트 인력 재배치 논란까지 겹치면서 MBK를 향한 압박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쿠팡에서는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6247억원의 과징금이 주요 현안으로 거론된다. 쿠팡Inc는 올해 2분기 13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도 상장 이후 최대 적자를 냈다. 835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미국 하원 일각에서 한국 정부의 제재를 ‘차별 규제’로 규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사안은 한미 통상 갈등의 성격까지 띠게 됐다.
스타벅스코리아 ‘탱크데이’ 논란도 올해 국감의 새로운 변수다. 논란 이후 국방부와 국가보훈부가 각각 협력사업과 상품권 사용을 제한하면서 정부의 대응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예상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증인 명단에 오를지 관심이 쏠린다.
산자위에서는 14년째 이어진 대형마트 규제 개편 논의도 국감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작년까지는 원론적 논의에 머물렀지만, 산자위가 지난 5월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과 의무휴업 완화를 담은 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로 회부하면서 실제 입법 국면에 들어섰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안은 오프라인 영업 규제는 유지하되 온라인 배송만 제한 없이 허용하자는 입장이고, 국민의힘 안은 심야 영업 제한과 의무휴업 규제 자체를 폐지하자는 쪽이어서 국감 전 극적 합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안전도 빠질 수 없는 현안이다. 최근 경기 광주 쿠팡 물류센터의 지게차 사고, 매일유업 평택공장 질식 사고, 아워홈 용인공장 컨베이어벨트 끼임 사고 등 유통·식품업계에서 중대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기업의 안전관리 체계와 원·하청 책임 문제가 주요 질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밖에 설탕·밀가루·전분당 등 생활물가 담합 사건, 배달의민족·쿠팡이츠의 수수료·끼워팔기 논란과 배달플랫폼법·온라인플랫폼법 입법 논의도 3년째 이어지는 국감 단골 현안으로 거론된다.
◇ 유통 국감 3년, 그간의 궤적
최근 3년간 유통 국감의 흐름을 보면 개별 시장 현안을 넘어 플랫폼과 대주주의 경영 책임, 기업의 관리·감독 체계를 묻는 방향으로 질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2023년에는 알리익스프레스의 급성장 속에 가품 유통과 통관 지연이 도마에 올랐다. 국내 대형마트는 의무휴업 등 중복 규제를 받는 반면 해외 플랫폼은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역차별’ 논쟁이 본격화됐다.
2024년엔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수천억 원대 피해가 발생하며 구영배 큐텐 대표가 증인석에 섰다. 배달앱 수수료 갈등과 정부의 늑장 대응까지 더해지며 '플랫폼 신뢰 붕괴'가 국감 전반을 관통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국감이었던 2025년에는 유통·식품업계 수장 30여명을 국감에 불렀다. 홈플러스의 기습 기업회생 신청으로 대주주 MBK파트너스 책임론이 불붙었고, 쿠팡은 정산·수수료·노동환경 등을 둘러싸고 5개 상임위에서 집중 질의를 받으며 논쟁의 중심에 섰다.
이처럼 과거에는 가품·수수료·정산 등 시장에서 발생한 개별 갈등에 초점이 맞춰졌던 국감 현장은 최근 누가 의사결정을 했고 그 결과에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를 묻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다만 국감에서 제기된 문제의식이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는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마트 규제와 온라인플랫폼 규율, 배달플랫폼 수수료 문제 등이 수년째 반복해서 국감장에 등장하고 있다.
이종우 남서울대학교 유통학과 교수는 “기업의 잘못을 지적하고 책임을 묻는 것은 국회의 당연한 역할이지만, 개별 기업을 불러 질타하는 데 국감이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소비자와 공급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유통산업의 경쟁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마트 규제와 온라인플랫폼 관련 법안처럼 국회가 직접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수년째 제자리걸음하고 있다”며 “기업을 불러 세우는 것보다 국회가 해야 할 법과 제도 개선에 더 집중하는 국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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