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SK바이오팜이 최대 1조1000억원을 투입해 후기 임상 단계의 뇌전증 신약을 확보했다. 자체 개발 신약 세노바메이트로 구축한 미국 사업망에 새로운 제품을 얹어 차세대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26일 서울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바이오기업 바이오헤이븐으로부터 도입한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오파칼림(Opakalim·BHV-7000)’의 개발 계획과 향후 성장 전략을 공개했다.
이 사장은 “지난 3년간 세컨드 프로덕트를 찾기 위해 시장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제품을 봤다”며 “초기 물질이 아니라 우리가 가장 잘하는 영역을 확대하고 시장에서의 위치를 강화할 수 있는 ‘프로덕트’를 가져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이날 바이오헤이븐 바이오사이언스 아일랜드와 오파칼림을 비롯한 칼륨채널(Kv7) 활성화제 화합물, Kv7 신약개발 플랫폼에 대한 전 세계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전체 계약 규모는 최대 7억9500만달러(약 1조1000억원)다.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은 4억달러(약 5532억원)로, 거래 종결 시 3억5000만달러(약 4841억원), 1년 뒤 5000만달러(약 692억원)를 지급한다. 개발·허가 마일스톤은 최대 3억9500만달러(약 5463억원)다.
계약금만 지난해 매출에 육박하는 규모다. 최대 계약 규모는 SK바이오팜의 지난해 연결 매출액 대비 약 156%에 달한다.
이 사장은 대규모 투자의 배경으로 세노바메이트를 통해 확보한 현금 창출력을 들었다. 그는 “지난 3년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드는 데 전사적인 힘을 쏟았고 지금은 반기 기준 약 19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파칼림은 신경세포의 흥분성을 조절하는 Kv7.2·Kv7.3 칼륨채널을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는 뇌전증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부분발작을 대상으로 임상 2·3상인 ‘RISE2’와 ‘RISE3’가 진행 중이며 RISE3 톱라인 결과는 올해 하반기 공개될 예정이다.

유창호 SK바이오팜 전략 부문장은 “Kv7 칼채널은 새롭게 떠오르는 뇌전증 치료제의 중요한 작용기전”이라며 “과거 약물들을 통해 발작 억제 효과가 임상적으로 검증돼 있어 타깃 관점에서 리스크가 낮고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팜은 정밀 실사 과정에서 현재까지 축적된 임상 데이터와 공개 연장시험에서 나타난 신호, 비임상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유 부문장은 “현재 볼 수 있는 모든 데이터를 평가했고 공개 연장시험에서 보이는 여러 데이터 시그널도 확인했다”며 “비임상과 임상 데이터의 연결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임상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회사는 임상이 순조롭게 마무리될 경우 2029년께 미국 시장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질특허는 2039년까지이며 미국 특허제도에 따른 특허기간 연장 가능성도 열려 있다.
세노바메이트를 통해 구축한 미국 직판 체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를 미국 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엑스코프리’라는 이름으로 직접 판매하고 있다.
오파칼림이 허가를 받으면 기존 영업·마케팅 조직을 활용해 두 제품을 함께 판매할 수 있어 추가 비용 부담을 낮추면서 매출 확대를 노릴 수 있다.
유 부문장은 “뇌전증은 하나의 약만으로 시장 전체를 해결하기 어렵고 환자마다 필요한 치료제가 다르다”며 “강력한 약효가 필요한 환자에게는 엑스코프리를, 안전성과 내약성이 중요한 환자에게는 오파칼림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더 많은 환자에게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엑스코프리 매출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엑스코프리와 오파칼림을 합한 SK바이오팜의 뇌전증 포트폴리오 전체 가치를 키우는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계약은 SK바이오팜이 2023년 제시한 ‘빅 바이오텍’ 전략을 구체화하는 의미도 갖는다.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자체 연구개발과 외부 유망 자산 도입을 병행해 제품군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이 사장은 “이제는 글로벌 제약사로 가는 다른 리그에 왔다고 생각한다”며 “국내 제약사들과 경쟁하기보다 미국과 유럽에서 중추신경계(CNS) 전문성을 가진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경쟁하겠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오파칼림뿐 아니라 다른 Kv7 활성화제 화합물과 후보물질을 발굴할 수 있는 Kv7 디스커버리 플랫폼의 전 세계 독점권도 확보했다. 향후 질환조절치료제(DMT)와 희귀 뇌전증 영역 등으로 외부 성장 전략을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오파칼림은 아직 품목허가 전 단계다. 하반기로 예정된 RISE3 결과가 이번 투자의 성패를 가늠할 첫 관문이 될 전망이다.

기존에 진행 중인 오파칼림 임상시험은 개발의 연속성을 위해 바이오헤이븐이 수행하고 관련 비용은 SK바이오팜이 부담한다.
이 사장은 “오파칼림이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며 “2040년 중반까지 두 개의 블록버스터를 가진 제약사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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